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16일 배우 김새론(25)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연예인을 향한 과도한 도덕적 잣대와 악플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새론 비보를 두고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과 조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주 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고 만약 처벌이 약하다면 법체계가 문제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잘못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인에 대한 언급은 잘 안 한다”며 “다만, 이번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 기사뿐 아니라 그가 일한 카페까지 온갖 악플에 시달리는 걸 봤다”고 설명했다.
나 조교수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숨쉴 틈도 없이 파괴적 수치심을 부여하는 것이 멈출까?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애도했다.
김새론의 팬들도 연예인에게만 집중되는 과도한 비난을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인의 팬들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에 추모 성명을 올리고 “그녀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과정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곳곳서 훨씬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한 채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상황을 마주할 때,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중적 현실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근거 없는 비난과 조롱, 악의적인 댓글들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모든 사람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가수 미교 역시 전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사람 한 명 죽어나가야 악플러들 손이 멈춤”이라며 “언론도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렇게 이슈 찾고 어그로 끌려고 자극적으로 기사 내고 뭐든 만들어내서 결국 사람 한 명 죽어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난 관련 없다는 식으로 세상 선한 척, 역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김새론은 2001년 영아 시절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한 뒤 2009년 영화 <여행자>를 통해 최연소로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영화 <아저씨> <이웃사람> <맨홀> <도희야>, SBS 드라마 <패션왕>,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22년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서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교통사고를 내며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 사고로 약 4시간30분 동안 정전이 발생했고, 주변 상권에서는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지는 등 큰 피해가 뒤따랐다.
당시 김새론은 벌금 2000만원과 함께 수억원에 달하는 피해 배상 책임을 지기도 했다. 당시 소속사였던 골드메달리스트가 사고로 인한 위약금과 손해배상금 등을 대신 변제했지만, 김새론은 현재까지 이를 완전히 갚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4월 연극 무대를 통해 재기하려 했으나, 지속적인 비판과 악플로 인해 건강 문제를 이유로 결국 하차했다.
한편, 김새론은 지난 16일 오후 4시54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자택서 발견됐다.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6시20분, 장지는 미정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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