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 윤석열 최후의 보루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16 10:35:48
  • 호수 1510호
  • 댓글 6개

정신병으로 빠져나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뇌 진단을 받은 후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이라는 소문은 국회서도 거론됐다. 주요 일간지도 윤 대통령의 정신상태를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는 대선후보의 정신건강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체포돼 구속영장실질심사에 넘겨질 가능성이 공론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할 의지가 있느냐”고 질의했고, 오 처장은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체포 언제?

검찰은 지난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전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자로 지정했다. 내란죄가 규정하는 중요임무종사자 위엔 수괴가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혐의를 놓고 “윤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수괴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는 같은날 윤 대통령의 출국을 금지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출국금지 조치였다.

수사기관들의 수사와 강제조치 가능성이 거론되자, 윤 대통령은 이에 대비한 변호인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의 지난 10일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9일부터 여러 법무법인과 법조인들에게 사건 수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수임을 거절한 법무법인도 있고, 검토하고 있는 법무법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됐든, 윤 대통령의 사건을 수임하면, 피의자 조사부터 대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국군병원에 입원해 뇌 진단을 받은 후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이 소문을 언급했다.

장 의원은 “만약 국군병원서 심신미약이라고 판단한다면, 내란죄 선고형이 감경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 처장은 “그런 상황은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국군병원 입원 뇌 진단 받은 후…
조현병·알코올성 치매 주장 가능성

윤 대통령의 정신상태에 대해선 각계각층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보도에 자주 등장하던 단어가 ‘격노’였다는 사실도 이젠 정신상태를 분석하는 소재가 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5일 “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성격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며 “중요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도 같은 날 칼럼서 “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라고 주장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도 위 보도와 칼럼을 인용하면서 “시중엔 윤 대통령이 ‘알코올성 치매’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말도 널리 퍼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애초에 대통령이나 정치 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것”이라며 조현병·망상장애 가능성을 암시했다. 

범인의 조현병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경한 판례는 다수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2016년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2018년 강남 오피스텔 살인사건 ▲2019년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살인 사건 ▲지난 11월 발생한 제주 여고생 강제추행 사건 등이 있다. 현역 국회의원과 다수의 매체가 검사 출신 현직 대통령을 흉악범·성범죄자와 같은 선상서 논의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심리학자는 박 전 대통령의 일부 기이한 행동에 대한 추정을 제시했다. 이들이 주목했던 것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집무실 및 부산 아세안 정상회의 행사장 내 대통령 대기실 등 방문하는 장소마다 변기를 뜯어 교체한 행위였다.

박 전 대통령은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당시에도 사진 촬영에 불참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당 김경진 전 의원은 “공용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전용 변기가 설치돼있는 현지 숙소의 화장실까지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불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을 일컬어 “성인 자폐증”이라고 주장했고, 정신과 전문의였던 고 김현철씨는 조현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심신미약으로 비상계엄령 선포했다? 
대선후보 정신건강도 검증 대상되나

지난 2021년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인 강윤형씨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일컬어 “소시오패스”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다. 강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였기 때문에 더 큰 논란이 이어졌다.

미국에선 지난 2018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심리학자 27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진료하지 않은 채 각종 자료를 토대로 진단한 결과를 모은 책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가 발간됐다. 이들이 내렸던 진단은 과대망상과 편집증이었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금기를 깬 행위였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60년대부터 골드워터 규칙을 세웠다. 이는 “전문의가 직접 진단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상태에 대한 의견을 꺼내는 것은 비윤리적”이란 취지의 규칙이었다. 이어 직접 진료한 후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규칙을 세운 것이다.

이 규칙은 1964년 미국 일부 전문의들이 한 잡지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서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에 대해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하지 않은 정신상태”라고 답변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전문의들이 골드워터에 관한 판단을 내린 주된 근거는 골드워터가 모스크바에 대한 핵 폭격을 주장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의 정신건강 논란은 이전까지 불거졌던 논란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신질환을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논란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는 물론, 나라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하루아침에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궁여지책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어린 논란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으로 인해 “앞으로는 사전에 대선후보 정신건강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아내를 두둔하면서 “대통령 후보의 정신건강은 명백하게 공적인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에 출마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치매설이 제기되자, 김 전 대통령 측은 건강진단서 사본을 공개하는 등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는 대통령에겐 ‘군대’라는 가장 큰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 비롯된다. 윤 대통령은 느닷없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홍장원 당시 국정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하라”고 말했다는 일부 증언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민주화 과정서 여러 차례에 걸친 국가폭력이 있었다. 그 수단은 언제나 비상계엄령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과대망상?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를 설치한 후 지난 6월 첫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민 100만명에 대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100만명 안에 자신은 포함하지 않았던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ctzxp@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3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