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꽂혔다는 부정선거 의혹

귀가 얇아도 그렇지…극우 음모론에 감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를 할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마비됐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1979년 10·26 사태가 촉발한 비상계엄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한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미친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가 사회 전반을 관리하면서 국민을 통제하던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몸서리쳤다.

45년 만에
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국민은 거리로 나왔다. 연말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송년회, 신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궁금해하는 중이다. 군, 경찰, 정부 부처 인사들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서조차 “(윤 대통령이)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내란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는 관련자들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우두머리)’ ‘내란의 정점’이라는 의혹이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고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란을 실행에 옮겼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내란수괴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의 재직 중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범죄이기도 하다. 긴급체포, 구속 등 윤 대통령의 신병을 검찰 또는 경찰이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내란 혐의라서다. 그만큼 내란죄가 중범죄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 부처 장관의 반대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읽어 내려간 대국민 긴급 담화문에는 거친 표현들이 가득했다. 비상계엄 포고령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도 3시간 이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이 윤 대통령을 그토록 자극한 것일까?

계엄군 선관위 투입 이유
“부정선거 의혹 해소하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포고령 등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 같은날 오후 11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름으로 비상계엄 포고령이 나왔다. 지난 10일 구속된 김 전 장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포고령을 직접 수정하고 특정 항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포고령에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후 4일 비상계엄 해제 발표가 이뤄졌고 나흘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또 한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흘 동안 진행한 네 번의 담화와 포고령에 담긴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야당 때문이다’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야당의 ‘패악’을 국민에게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상황 비판 → 현재 국회 의석 구성에 대한 의문 → 부정선거 가능성 제기 → 비상계엄 선포 등의 순으로 윤 대통령의 사고가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심은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진입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서 6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관련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이다. 

실제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수원 선거연수원, 서울 관악청사 등에 투입됐다. 국회 진입보다 빨랐고 국회로 간 병력보다 많았다. 선관위 측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계엄 당일 선관위 투입 병력은 297명 규모로, 과천청사 120명, 관악청사 47명, 선거연수원 130명 등이다. 국회에는 280여명이 투입됐다. 

국회보다
빠르고 많아

선관위가 지난 6일 발표한 ‘계엄군의 위헌·위법적인 청사 점거에 대한 중앙선관위 입장’에 따르면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 출입 통제 및 경계 작전을 실시하는 등 3시간20분가량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를 점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의 이동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다 해도 계엄군이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77조 3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입법부(국회)나 헌법기관(선관위)에 대한 부분은 없다.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그 자체가 위헌·위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들은 지난 6일 선관위 내부 CCTV를 공개하고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10명 가운데 6명은 곧바로 2층의 전산실로 들어갔다”며 “총 3차례에 걸쳐 특정 서버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를 비롯해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저장장치 서버) 등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실로 진입한 배경으로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음모론으로 여겨졌던 부정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의혹 제기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서 부정선거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선관위의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부실을 언급했다.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 입회해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며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있는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도 알 수 없다”며 “그래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보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서 선관위를 비롯한 해킹 공격이 있었고 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다”며 “다른 기관들은 시스템 점검에 동의했지만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12345’ 같이 아주 단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 보안 관리 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에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하겠냐”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지난해 10월 냈던 자료를 재배부했다. ‘중앙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컨설팅 결과 관련 입장’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선관위는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대국민담화, 선관위 보안 언급
야당 탓하면서 선거 결과 부정? 

이미 1년여 전 선관위의 반박자료가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이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방송이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로 언급한 부분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0년 21대 총선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은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기각했다. 그동안 부정선거와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기각되거나 각하됐지만 극우 인사들의 의혹 제기는 지난 4월10일에 치러진 22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 배경에는 선관위가 어김없이 언급됐다. 선관위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으니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극우 유튜버의 주장과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돼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발언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저와 아크로비스타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서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주제였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고 썼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당시 이 의원은 당 대표였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했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고생했다”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히 
꽂혔다

이어 “결국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을 절단내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서 환호받아 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탄핵을 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 진영을 절단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