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꽂혔다는 부정선거 의혹

귀가 얇아도 그렇지…극우 음모론에 감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를 할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마비됐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1979년 10·26 사태가 촉발한 비상계엄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한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미친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가 사회 전반을 관리하면서 국민을 통제하던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몸서리쳤다.

45년 만에
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국민은 거리로 나왔다. 연말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송년회, 신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궁금해하는 중이다. 군, 경찰, 정부 부처 인사들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서조차 “(윤 대통령이)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내란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는 관련자들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우두머리)’ ‘내란의 정점’이라는 의혹이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고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란을 실행에 옮겼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내란수괴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의 재직 중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범죄이기도 하다. 긴급체포, 구속 등 윤 대통령의 신병을 검찰 또는 경찰이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내란 혐의라서다. 그만큼 내란죄가 중범죄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 부처 장관의 반대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읽어 내려간 대국민 긴급 담화문에는 거친 표현들이 가득했다. 비상계엄 포고령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도 3시간 이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이 윤 대통령을 그토록 자극한 것일까?

계엄군 선관위 투입 이유
“부정선거 의혹 해소하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포고령 등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 같은날 오후 11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름으로 비상계엄 포고령이 나왔다. 지난 10일 구속된 김 전 장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포고령을 직접 수정하고 특정 항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포고령에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후 4일 비상계엄 해제 발표가 이뤄졌고 나흘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또 한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흘 동안 진행한 네 번의 담화와 포고령에 담긴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야당 때문이다’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야당의 ‘패악’을 국민에게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상황 비판 → 현재 국회 의석 구성에 대한 의문 → 부정선거 가능성 제기 → 비상계엄 선포 등의 순으로 윤 대통령의 사고가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심은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진입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서 6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관련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이다. 

실제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수원 선거연수원, 서울 관악청사 등에 투입됐다. 국회 진입보다 빨랐고 국회로 간 병력보다 많았다. 선관위 측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계엄 당일 선관위 투입 병력은 297명 규모로, 과천청사 120명, 관악청사 47명, 선거연수원 130명 등이다. 국회에는 280여명이 투입됐다. 

국회보다
빠르고 많아

선관위가 지난 6일 발표한 ‘계엄군의 위헌·위법적인 청사 점거에 대한 중앙선관위 입장’에 따르면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 출입 통제 및 경계 작전을 실시하는 등 3시간20분가량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를 점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의 이동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다 해도 계엄군이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77조 3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입법부(국회)나 헌법기관(선관위)에 대한 부분은 없다.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그 자체가 위헌·위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들은 지난 6일 선관위 내부 CCTV를 공개하고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10명 가운데 6명은 곧바로 2층의 전산실로 들어갔다”며 “총 3차례에 걸쳐 특정 서버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를 비롯해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저장장치 서버) 등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실로 진입한 배경으로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음모론으로 여겨졌던 부정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의혹 제기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서 부정선거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선관위의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부실을 언급했다.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 입회해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며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있는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도 알 수 없다”며 “그래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보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서 선관위를 비롯한 해킹 공격이 있었고 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다”며 “다른 기관들은 시스템 점검에 동의했지만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12345’ 같이 아주 단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 보안 관리 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에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하겠냐”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지난해 10월 냈던 자료를 재배부했다. ‘중앙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컨설팅 결과 관련 입장’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선관위는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대국민담화, 선관위 보안 언급
야당 탓하면서 선거 결과 부정? 

이미 1년여 전 선관위의 반박자료가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이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방송이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로 언급한 부분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0년 21대 총선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은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기각했다. 그동안 부정선거와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기각되거나 각하됐지만 극우 인사들의 의혹 제기는 지난 4월10일에 치러진 22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 배경에는 선관위가 어김없이 언급됐다. 선관위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으니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극우 유튜버의 주장과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돼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발언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저와 아크로비스타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서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주제였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고 썼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당시 이 의원은 당 대표였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했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고생했다”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히 
꽂혔다

이어 “결국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을 절단내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서 환호받아 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탄핵을 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 진영을 절단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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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