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꽂혔다는 부정선거 의혹

귀가 얇아도 그렇지…극우 음모론에 감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를 할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마비됐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1979년 10·26 사태가 촉발한 비상계엄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한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미친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가 사회 전반을 관리하면서 국민을 통제하던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몸서리쳤다.

45년 만에
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국민은 거리로 나왔다. 연말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송년회, 신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궁금해하는 중이다. 군, 경찰, 정부 부처 인사들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서조차 “(윤 대통령이)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내란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는 관련자들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우두머리)’ ‘내란의 정점’이라는 의혹이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고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란을 실행에 옮겼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내란수괴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의 재직 중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범죄이기도 하다. 긴급체포, 구속 등 윤 대통령의 신병을 검찰 또는 경찰이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내란 혐의라서다. 그만큼 내란죄가 중범죄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 부처 장관의 반대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읽어 내려간 대국민 긴급 담화문에는 거친 표현들이 가득했다. 비상계엄 포고령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도 3시간 이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이 윤 대통령을 그토록 자극한 것일까?

계엄군 선관위 투입 이유
“부정선거 의혹 해소하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포고령 등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 같은날 오후 11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름으로 비상계엄 포고령이 나왔다. 지난 10일 구속된 김 전 장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포고령을 직접 수정하고 특정 항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포고령에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후 4일 비상계엄 해제 발표가 이뤄졌고 나흘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또 한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흘 동안 진행한 네 번의 담화와 포고령에 담긴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야당 때문이다’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야당의 ‘패악’을 국민에게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상황 비판 → 현재 국회 의석 구성에 대한 의문 → 부정선거 가능성 제기 → 비상계엄 선포 등의 순으로 윤 대통령의 사고가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심은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진입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서 6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관련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이다. 

실제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수원 선거연수원, 서울 관악청사 등에 투입됐다. 국회 진입보다 빨랐고 국회로 간 병력보다 많았다. 선관위 측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계엄 당일 선관위 투입 병력은 297명 규모로, 과천청사 120명, 관악청사 47명, 선거연수원 130명 등이다. 국회에는 280여명이 투입됐다. 

국회보다
빠르고 많아

선관위가 지난 6일 발표한 ‘계엄군의 위헌·위법적인 청사 점거에 대한 중앙선관위 입장’에 따르면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 출입 통제 및 경계 작전을 실시하는 등 3시간20분가량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를 점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의 이동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다 해도 계엄군이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77조 3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입법부(국회)나 헌법기관(선관위)에 대한 부분은 없다.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그 자체가 위헌·위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들은 지난 6일 선관위 내부 CCTV를 공개하고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10명 가운데 6명은 곧바로 2층의 전산실로 들어갔다”며 “총 3차례에 걸쳐 특정 서버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를 비롯해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저장장치 서버) 등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실로 진입한 배경으로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음모론으로 여겨졌던 부정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의혹 제기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서 부정선거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선관위의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부실을 언급했다.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 입회해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며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있는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도 알 수 없다”며 “그래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보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서 선관위를 비롯한 해킹 공격이 있었고 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다”며 “다른 기관들은 시스템 점검에 동의했지만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12345’ 같이 아주 단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 보안 관리 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에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하겠냐”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지난해 10월 냈던 자료를 재배부했다. ‘중앙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컨설팅 결과 관련 입장’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선관위는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대국민담화, 선관위 보안 언급
야당 탓하면서 선거 결과 부정? 

이미 1년여 전 선관위의 반박자료가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이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방송이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로 언급한 부분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0년 21대 총선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은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기각했다. 그동안 부정선거와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기각되거나 각하됐지만 극우 인사들의 의혹 제기는 지난 4월10일에 치러진 22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 배경에는 선관위가 어김없이 언급됐다. 선관위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으니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극우 유튜버의 주장과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돼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발언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저와 아크로비스타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서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주제였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고 썼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당시 이 의원은 당 대표였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했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고생했다”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히 
꽂혔다

이어 “결국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을 절단내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서 환호받아 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탄핵을 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 진영을 절단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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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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