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체나 집단이 신뢰는 고사하고 욕을 먹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를 경찰에 적용하면 ‘경찰에 주어진 사명(Police Mandates)’, 즉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 경찰 사명을 수행하지만 제대로 잘하지 못하는 경우, 권한의 남용이나 폭력의 행사와 같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경우일 것이다.
결국 경찰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경찰의 사명을 잘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경찰의 법 집행 의지와 행태는 ▲공격적 법 집행(Aggressive Policing) ▲적극적 법 집행(Active policing) ▲소극적 법 집행(Passive Policing) ▲방어적 법 집행(Defensive Policing)’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소극적 법 집행은 다른 대안이 없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 한 이후 대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관이 통상적으로 법을 집행하기를 꺼려하는 법 집행 행태다.
적극적 법 집행은 예방적 법 집행, 경찰 활동으로, 경찰관이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하는 데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방어적 법 집행은 경찰관이 법 집행 대상으로부터의 공격이나 저항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제된 법 집행으로 정의되고 있다. 공격적 법 집행은 저항과 공격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공격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권력 남용이나 과잉 진압 등 일부 경찰에 대한 점증하는 압력은 경찰이 사고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예방하기보다는 기록하는 데만 그치게 만든다. 이 같은 행태는 경찰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경찰은 사회의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파수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의 어느 여성 경찰관이 가정 폭력에 개입하지 않은 사건으로 경찰의 소극적 법 집행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경찰이 신뢰를 잃었다면, 그것은 법 집행 행태 중에서 지나친 공격적 법 집행이거나 극단적으로 방어적인 법 집행이나 지나치게 소극적인 법 집행이 빚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점에 따라 공격적인 법 집행뿐 아니라 지나치게 적극적인 법 집행을 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법 집행을 나무라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 미국 시민들의 불신을 받고, 이제는 불신을 넘어 경찰 무용론까지 등장할 지경이다. 이는 미국 경찰의 조직문화와 시민의 총기 소유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과거 과잉 진압으로 대표되는 공격적 법 집행이 경찰 불신의 주원인이었다면, 인천 여성 경찰관의 경우처럼 이제는 오히려 경찰의 지나치게 방어적인 법 집행을 나무라는 목소리가 더 크고 많은 것 같다.
한국 경찰이 적극적인 법 집행을 꺼리는 것은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경찰관 개인에게 돌아가는 현실 때문이다. 적극적 법 집행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경찰관 개인에게 있다면 굳이 적극적일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어리석은 선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미국 경찰의 공격성을 닮아서는 안 되겠지만, 경찰관 개인이 아니라 경찰 조직이 책임질 수 있어야 적극적인 법 집행과 함께 국민이 신뢰하는 경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