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설설 끓는 ‘찬밥 신세’

지난달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침체에 빠졌던 상업용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수요 감소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상가,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오피스텔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 또한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이 견인한 일시적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8.01%로, 전년 동기(6.95%) 대비 1.06%p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7%대에 진입한 데 이어 3분기 연속 오름세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 1분기(5.6%)와 2022년 1분기(6.4%)보다 높다.

임대료↓
경매물↑

반대로 임대료는 내림세다. 같은 기간 전국 소규모 상가의 임대가격지수는 전년 동기(99.11)와 비교했을 때 0.42p 내린 98.69로 집계됐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상가 물건도 늘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업무상업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974건으로, 전월(2064건)에 비해 4.4% 줄었지만 1월(1807건)과 비교하면 9.2% 늘었다. 7월에는 2294건을 기록하며 2013년 1월(2512건)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월별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2021년 3월(1132건) 이후 2년간 1000건을 하회했다. 지난해 4월(1091건) 이후 증가세를 보이더니 올 6월(2083건)부터 9월까지 세 달 연속 2000건을 넘어섰다.


한 경매업체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내려갔지만, 수익률이 호전될 만큼의 낮은 수준은 아닌 데다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가 위축됐고 임대시장 역시 활발하지 못해 시중금리나 임대료 등을 감안할 때 한동안 상가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수익형 부동산 희비
오피스텔 웃고 상가·지산 울고

과거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지식산업센터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2분기 전국서 발생한 지식산업센터 거래는 총 913건으로, 전 분기(995건)와 비교해 8.2%, 전년 동기(973건)보다는 6.2% 감소했다.

지식산업센터는 2021년 각 분기 평균 약 2000여건 거래되며 투자자들 사이서 높은 인기를 보였으나,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급증한 2022년 3분기(973건)부터 부진이 시작됐다. 올해 2분기까지 거래량은 1000건 안팎으로 폭락한 상황이다.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전국 지식산업센터 총 거래금액은 1분기 4230억원에서 13.1% 줄어든 3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4137억원)와 비교해도 11.1% 감소했다.

지식산업센터 전문가는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일부 지역의 거래는 이뤄질 수 있겠으나 시장 불균형과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단기간 내에 거래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조직적 전세 사기로 인해 ‘찬밥 신세’가 됐던 오피스텔은 최근 반등의 시동을 걸었다.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단기간 
회복세?

올해 1~8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6705건으로 전년 동기(5576건) 대비 20.2%(1129건) 늘었다. 매매가 또한 바닥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 변동률은 0.05%로, 2022년 2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정부가 8·8 공급대책을 통해 오피스텔 매입 규제를 완화해준 영향도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2027년 12월까지 전용면적 60㎡ 이하 신축 소형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매수하면 취득세·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지표를 오피스텔 시장의 회복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정주 여건이 좋고 인프라가 갖춰진 입지에 있는 서울 지역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올랐을 뿐, 지방에선 여전히 미분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 오피스텔 매매 시장이 최근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전용 74㎡는 최근 9억3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직전 최고가(6억8500만원) 대비 2억4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관악구 봉천동 ‘한양아이클래스’ 전용 20㎡도 1억9100만원에 주인을 찾으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서울 지역의 오피스텔 분양 건수는 3년4개월 만에 10 00실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명확한 수요 회복 여부는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수익 목적의 투자 수요가 많은 소형 오피스텔은 임대 수요 기반이 양호한 우량 자산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서 분양 중인 역세권 오피스텔.

▲이대역 엔트라리움 샵2= 서울 신촌 이대역에 주거용 오피스텔인 ‘이대역 엔트라리움 샵2’가 공급 중이다. 지하 2층에 지상 19층 규모의 건물로 오피스텔 108실, 공동주택 44세대로 총 152세대 규모다. 즉시 입주가 가능하며 지하 1층과 2층에는 상가가 들어선다. 

전 세대 복층구조로 화장실이 2개로 설계돼있다. 선시공 후분양 오피스텔로, 현재 준공이 끝나 층별로 상이한 총 6개의 타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계약이 가능하다. 계약금 10%, 잔금 90%, 대출은 60~70% 가능하다. 분양가는 3억~4억원대까지 다양하다. 

회복 신호?
“아니다”

단지 가까이에 지하철 2호선 이대역·신촌역과 경의중앙선 신촌역이 있다. 또 새절역과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경전철 서부선이 신촌역을 지날 예정으로, 서울 영등포와 여의도 일대 접근이 용이하다. 인근에 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주요 대학이 들어서 있다. 대형백화점과 영화관 등 생활편의시설도 있다.

▲마포 에피트 어바닉=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에 들어서는 ‘마포 에피트 어바닉’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아파트와 주거형 오피스텔이 함께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5층~지상 24층 2개 동 총 407세대다. 전용면적 34~46㎡ 아파트 198세대와 전용면적 42/59㎡ 오피스텔 209실 규모로 설계됐다. 1순위서 최고 34대 1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는 등 계약까지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트니스와 GX룸, 골프클럽, 탁구장, 댄싱룸, 라커룸&샤워실 등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지하 2층에 조성된다. 지상 2층은 카페 그린하우스와 코쿤카페, 힐링가든, 리프레시 라운지, 릴랙스 라운지 등이 예정됐다. 최상층에 있는 루프톱에는 BBQ가 가능한 다이닝과 펫플레이그라운드, 키즈플레이존, 라운지 등이 들어서 가족·지인과 색다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이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해당 노선을 이용하면 여의도와 광화문 업무지구까지 1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도 도보권이고 지하철 5·6호선, 경의중앙·공항철도 환승역인 공덕역도 한 정거장 거리에 있다. 단지 인근에 마포대로와 신촌로 등 간선도로망이 있어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진입이 편해 서울 전역으로의 이동도 용이하다.

서울·수도권 일부 일시적 효과?
지방선 여전히 미분양 문제 발생

자녀들의 교육환경도 뛰어나다. 인근에 아현초, 서울소의초, 공덕초, 한서초, 아현중, 숭문중, 서울여중, 환일중, 배문중, 환일고, 배문고 등이 있어 탁월한 교육여건을 갖췄다. 초록숲작은도서관, 꿈을이루는작은도서관, 손기정문화도서관, 손기정어린이도서관, 마포평생학습관, 청파도서관, 경의선숲길, 효창공원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현대 백화점 등 유통·쇼핑시설과 CGV, 메가박스 등이 인접해 문화 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마포경찰서, 서울서부지방법원 등 관공서도 인근에 위치한다.

▲마포 빌리브 디 에이블= 신세계건설은 서울시 마포구 일원에 ‘마포 빌리브 디 에이블’을 분양 중이다.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일원에 지하 6층~지상 23층, 1개 동, 도시형 생활주택 299가구(임대포함), 오피스텔 34실, 총 333세대 규모로 지어진다.


전용면적 38~49㎡의 중소형 면적으로 구성된 내부는 일반 아파트 대비 30㎝ 높은 2.6m 천장고를 확보해 더욱 쾌적하고 널찍한 느낌을 제공한다. 여기에 독일 유명 가구 브랜드 ‘놀테(Nolte)’, 이태리 수전 브랜드 ‘제시(Gessi)’ 등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를 곳곳에 적용해 고품격 주거 공간을 완성했다.

여기에 주거서비스 전문 업체를 통해 입주민 주거를 더욱 편리하게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비스 예약을 도울 컨시어지 데스크도 운영할 예정이다.

우량자산 
중심으로 

현재 일부 잔여 세대 분양 중인 ‘빌리브 디 에이블’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해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도 크게 낮췄다.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주방오븐, 아일랜드 식탁 등 풀옵션 무상 제공과 발코니 확장 무상 혜택까지 제공한다.

신촌역과 서강대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2호선, 경의중앙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2호선을 이용하면 서울 대표 업무지구인 CBD(종로, 중구업무지구)까지 10분대, GBD(강남권업무지구)까지 3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경의중앙선을 통해 콘텐츠 생산 및 유통 업무단지인 DMC(디지털미디어시티)까지 한번에 갈 수 있어 직장인 수요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 이마트, CGV 등 쇼핑문화시설과 신촌세브란스병원, 경의선숲길 등 여러 인프라를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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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