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서 허용된 위장 수사는 2021년 2월 청소년보호법이 개정되고, 같은 해 9월부터 발효된 것이다. 경찰관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경찰관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거나 위장해서 범죄 환경에 직접 개입하는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하거나, 성 착취를 목적으로 대화를 하는 ‘온라인 그루밍’을 하거나, 불법 촬영물을 반포하는 것 등을 일컫는다.
즉, 현행 위장 수사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국한해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경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장 수사는 수사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더 적극적으로는 신분을 위장하는 방식이 있다.
신분 미공개 위장 수사는 범인 또는 정보통신망을 포함한 범죄 현장에 접근해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상급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을 필요로 하는 반면, 신분 위장 수사는 경찰관이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문서 등의 작성과 행사 및 위장 신분을 사용한 계약과 거래 등을 사용하는 경우로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승인을 요한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사술이나 계략 등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즉 범의를 유발하는 함정수사는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위장 수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자를 검거하는 효과적인 수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요한 점은 아동과 청소년이 ‘피해자화(Victimization)’에 가장 취약하고 그 피해의 정도도 가장 크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했으며, 그런 필요성에 위장 수사가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따라서 위장 수사는 적극적인 개입과 사전적 개입으로 수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가장 바람직한 범죄 대책은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범인을 검거하는 사후 대응적(Reactive)인 것보다 범죄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대응(Proactive, Preventative)’이 최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바람직한 것이다.
범죄는 일단 발생하면 피해자가 생기고, 야기된 피해는 그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회복되더라도 고통이 따르고,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특히 디지털 성범죄는 ‘영혼의 살인’이라고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고 지속적이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 차원서 위장 수사는 더욱 가치가 있다.
그러나 위장 수사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위장 수사가 필요했던 것은 디지털 성범죄가 가지는 익명성 등 범죄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그 적용 범위나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약 범죄나 불법 총기 밀반입 등 대부분의 조직범죄와 국제 범죄도 범죄의 수법이나 특성상 위장 수사 허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과 아동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모든 디지털 성범죄로 확대하고, 더 나아가 조직범죄나 국제 범죄에도 가능한 범위서 허용되도록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장 수사는 검거율을 높이고 보다 확실하게, 그리고 좀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동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적용 대상이나 범위를 확대하면 크고 작은 문제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범죄자들의 범행 수법이 앞서고, 수사 기법이 그 뒤를 따르는 것이 보편적인 바, 위장 수사라는 적극적 수사 기법이 확대 적용되면 범죄자의 범행 수법은 수사를 앞서기 위해 더 진화할 것이고, 이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도 강화되기 마련일 것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발처럼 그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