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선출직 최고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경상도 연고인 가운데 이재명 대표 2기 체제가 친명(친 이재명) 색채로 더욱 뚜렷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이재명 2기 출범과 함께 발표된 핵심 당직 인선서 광주와 전남 등 호남 정치인들은 제외됐는데 향후 이재명 대권을 대비한 인적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민주정당이라면 갖춰야 할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이 대표 한 사람과 그를 향한 강성 지지층만 가득하다.
작금의 민주당 모습이라면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당의 결속은 유지하겠지만 중도 외연의 확장, 나아가 차기 대선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다양성이 실종된 민주당에서 호남은 전체 권리당원의 33.3%를 차지하고도 정작 호남 출신 당 대표와 변변한 최고위원 한 명 배출하지 못해 호남 정치를 자괴하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저변에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 과정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서 생겨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호남이 지난 6년간 치러진 세 번의 전당대회서 선출직 최고위원 배출에 실패한 것은 호남 정치인들의 정치력 약화가 낳은 결과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대로 가면 호남 정치권서 당분간 10년 이내에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물론 대선후보도 배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고, 이 때문에 최근 호남 정치 복원론에 서서히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민주당의 본산, 민주당의 뿌리, 민주당의 심장서 집토끼로 전락한 호남 정치는 이재명 2기 체제에 들어서도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이라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호남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수도권에 맞서 지역 균형 발전의 기치를 펼쳐야 할 최고위원마저 실패하면서 수도권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로는 지역의 뿌리 깊은 소외와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거센 비난이다.
이번 민주당의 전당대회서도 나타나듯이 제1야당 민주당이 다양성을 잃고 이재명 일극 체제로의 고착화가 뚜렷하다는 것은 당원 주권주의를 내세운 거대한 이면에 권력화된 팬덤 정치가 똬리를 틀고 있어 민주당의 정체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부라는 상징에도 불구,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늘 정치권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거 때마다 호남에선 현역 교체 비율이 높아져 경험 많은 대권주자급 다선 정치인이 대폭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 영·호남 지역색을 가리지 않고 정치적 개혁을 주도한 것은 호남이었다.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까지 호남은 정치 역사의 고비 때마다 주도적으로 이들을 지지했었다.
또한, 주요 선거 때마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의 민심이 민주당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호남은 지난 십수 년간 민주당의 정치 소모품으로 전락해, 중앙정치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자조 섞인 여론이 지역사회에 공론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렇게 호남 정치가 변방의 변방으로 밀려 정체성과 존재감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호남 정치권이 대통령 후보가 될 정도의 역량과 지지를 갖춘 정치지도자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어 호남 정치가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렇듯 지역 분열과 ‘친명(친 이재명)’ 주자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 탓에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호남 정치의 변방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호남 정치 변방의 틈새를 열심히 파고드는 조국혁신당 역시 지난 총선서 가장 많은 지지를 호남지역서 끌어내고 있지만 호남 정치가 그 당의 뿌리를 이루고 있지는 않다.
조국혁신당을 이끄는 조국 대표 역시 부산 즉, 영남 출신이다. 여기에 호남을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삼아왔던 민주당 대표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후보와 경쟁한 김두관 후보 모두 영남 출신들이다.
그렇다고 영남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 국민의힘에 호남 출신 의원이 대표로 나설 만한 인물은 더욱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언감생심 엄두도 내지 못할 형편이다.
어쩌다 이처럼 호남 정치가 변방으로 밀려났는지 지역 정치권에서는 말을 아끼지만 고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같은 호남 정치 상황을 두고 갈수록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한탄의 목소리와 함께 지역 핵심 현안을 위해 중앙 정치권에서 호남의 위상을 높일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지역민들에게 비판받는 이유다.
결국 ‘인물난’이 호남 정치를 변방에 서게 한 중요 원인이기도 하고 정치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냉소가 짙어지기 시작하면서 지역서 큰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과거와 같은 분위기도 사라지게 됐다.
이에 자연스럽게 중량감 있는 다선 의원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호남 정치권에 인물이 없어서 오늘날 호남 정치가 변방으로 밀린 것일까? 기실 그동안 대권 후보로 정동영 의원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대망을 품었지만 모두 실패했던 바 있다.
그래서 최근 민주당 지역 순회 경선 과정서 박지원 의원(해남·완도·진도)이 호남 정치 복원론에 불씨를 지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 의원과 함께 호남 정치의 부활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읽어내고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호남 정치가 변방의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동영·박지원 의원(해남·완도·진도)을 필두로 4선인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 행안위원장인 신정훈 의원(나주·화순)과 3선인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이 중량감 있는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사의 역사 “호남 정치”
호남 정치의 역사는 민주당의 이념인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역사적 사건이 민주당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해 왔고 한국 진보 정치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적 요소다.
그렇게 호남은 진보세력 민주당의 정책과 가치에 부합하고 이는 지역의 역사·경제·사회적 배경에 기인하며,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나아가 민주당에서 호남은 두 가지의 큰 의미를 지닌다. 호남이 민주당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대주주이자 민주화의 근거지기에 이 같은 위상에 맞는 대표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가장 많은 당원이 활동하고 있는 호남에 호남 목소리를 대변할 최고위원이 없다는 것은 ‘지방 전체’의 소외를 뜻한다.
이른바 지역소멸은 단순히 지역 인구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역의 정치적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 또한 지역소멸과 다름없는 것이다.
호남에 제2의 김대중이 있어야 할 이유다.
김명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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