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 시각장애인연합회 차량 이용료 대납 의혹

센터장 보호 차원서 내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내의 유품에는 생전의 괴로움이 가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흔적, 동료의 고통을 보며 분노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고통을 새카맣게 몰랐다며 자책했다. 남편이 찾아낸 아내의 메모와 글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 오랜 시간 고여 있던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동료를 도와주면 다음 타깃이 됐다. 문제를 제기하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2015년부터 최소 3명의 직원이 송사에 휘말렸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사이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사선을 넘었다가 돌아왔다. 직원이 6명 남짓한 양평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양평군센터)서 일어난 일이다. 

망인의 메모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한 지역사회 재활사업의 일환이다. 시도 단위의 지부가 관리‧감독하는 시군구 단위의 지회가 운영한다. 양평군센터의 경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관리하는 양평군지회가 운영 주체다. 양평군과 경기도는 각각 90%, 10%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양평군센터의 배차 상담원이었던 윤모씨는 2020년 6월 암으로 사망했다. 윤씨의 남편은 망인이 된 아내가 생전에 당시 양평군지회 부회장이자 양평군센터 운영위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인물은 2022년 양평군 지회장으로 취임한 장모씨다.

윤씨는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장 지회장이 자신을 비롯한 동료를 괴롭히고 있다는 내용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윤씨는 사망(2020년 6월28일) 직전 총 3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2020년 6월24일 ‘직장 내 괴롭힘, 성추행의 고충 처리 요청에도 아무런 조치 없는 사측’ ‘양평군청 주민복지과 담당자와 군수님께’ 등 2건, 같은 달 28일에 ‘양평군 시각장애인연합회 부회장,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등이다.

이 중 양평군청 담당자와 군수를 상대로 한 민원은 취하했다. 

민원은 윤씨가 장 지회장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윤씨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도를 넘어 죽고 싶은 지경이 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남아 있는 다른 동료들을 괴롭히는 것을 여기서 멈추게 하고 싶습니다” “죽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남은 내 사랑하는 동료들 그들만이라도 지켜주세요” 등 강하게 호소했다.

하지만 윤씨는 생전에 변화를 보지 못했다. 대신 윤씨의 남편이 나섰다. 윤씨의 남편은 아내가 사망한 뒤에야 상황을 알게 됐고 장 지회장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했다. 형사 건은 경찰 선에서 ‘무혐의’ 처리됐지만 민사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윤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는 장 지회장이 윤씨에게 한 일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하고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윤씨의 남편은 “위자료는 소송비용과 상계 처리돼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했다”면서도 “재판부가 아내가 당한 일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평군센터 상황에 밝은 박모씨는 “그 한 줄의 판결을 얻기 위해 2년을 매달렸다”고 전했다. 윤씨의 남편이 받은 판결은 동료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양평군센터 정모씨 역시 장 지회장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했다. 

윤씨가 남긴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윤씨의 남편은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발견한 메모를 근거로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양평군 센터장이었던 김모씨를 비롯한 일부 직원들이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비용 처리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양평군 센터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인물 가운데는 장 지회장도 포함돼있었다. 

윤씨의 남편이 제기한 민원을 토대로 양평군은 지도점검에 나섰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에 이르는 운행일지를 파악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양평군이 2021년 1월22일 양평군센터에 내린 행정처분명령서에 따르면, 총 10명이 이용료 156만2500원 만큼의 차량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부적정 차량 이용 적발
3년4개월 만에 수입으로 처리돼

양평군은 “부적정 차량 이용료에 대해 차량 이용료 수입금으로 반환하라”는 내용의 개선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2021년에 1차 행정처분 이후 최종적으로 차량 이용료 수익금이 양평군센터에 반환되기까지 무려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양평군이 추가로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양평군센터가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기각된 끝에 지난 5월24일에야 마무리됐다.

양평군은 2022년 12월26일 양평군센터를 상대로 “‘부적정 차량 이용료에 대해 차량 이용료 수입금으로 반환’ 명령을 미이행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행을 촉구했다. 2차 행정처분명령서에 따르면 8명의 차량 이용료 121만3440원이 여전히 수입금으로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양평군은 사회복지사업법 제54조(벌칙)를 들어 고발 조치할 수 있다는 입장도 전했다. 

하지만 양평군센터는 양평군의 2차 행정처분에 반발해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양평군의 2차 행정처분이 무효라는 취지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3월15일 양평군센터의 청구를 기각했다. 양평군의 행정처분이 유효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양평군센터는 차량 이용료를 수입금으로 반환하라는 개선명령을 이행해야 했다. 

특히 양평군의 행정처분이 이미 2차까지 이뤄진 터라 양평군센터의 상황은 더욱 복잡했다. 행정처분이 3차까지 진행되면 ‘시설장 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 이미 양평군의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동안 양평군센터의 센터장은 수차례 바뀌었고 마지막 행정처분이 이뤄진다면 현 센터장인 최모씨가 그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 판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 과정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차량을 부적정하게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8명 가운데 이미 차량 이용료를 납부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이용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지회장을 비롯한 4명의 차량 이용료는 총 109만6000원이다. 장 지회장 33만6900원, 신모씨 1만7800원, 한모씨 78만900원, 허모씨 1만400원 등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5월23일 ‘사단법인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이름으로 109만6000원을 양평군센터 계좌에 입금했다. 양평군센터는 하루 뒤인 5월24일 109만6000원을 ‘군청 행정소송 관련 차량 이용료 수익금 반환’이라는 내용으로 수입 처리했다.

이후 양평군에 행정처분 개선명령을 이행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첫 행정처분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의문점은 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양평군센터서 발생한 차량 이용료 문제를 해결해줬느냐는 점이다.

정태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일요시사>의 질문에 “센터장 보호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 차례 더 행정처분을 받으면 센터장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서 부득이하게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는 회의를 거쳐 해당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평군서도 (연합회에)찾아왔었다. 장 지회장 등에게 차량 이용료를 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지회장 등이 내지 않겠다고 버텨서 궁여지책 끝에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서 대신 내준 차량 이용료를 장 회장 등에게 받았느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요청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한 결론

양평군센터 관계자는 “센터장 보호 차원서 차량 이용료를 대납해줬다는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해명은 믿기 어렵다”며 “그럼 그동안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몇 개월 만에 날아간 센터장들은 왜 보호하지 않았나. 원래 지회장과 센터장은 임기를 같이 하는데 장 지회장 취임 이후 벌써 센터장이 4번이나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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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