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평군청 이중잣대 행정

같은 상황인데…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는 일관성에서 나온다.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조치를 내린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행정기관을 믿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잘못에 대한 시정조치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민을 위한다'는 행정기관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같은 상황인데 집집마다 조치가 달라요. 한 집만 빼놓고 지금 다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행정기관에서 나서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양평군청은 몇 년째 ‘협의하라’는 말만 하고 있어요. 답답합니다."

같이 산 땅

A씨는 지인 3명과 함께 2011년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에 땅을 매입했다. 이들은 매입한 땅을 4필지로 나눴다. A씨는 은퇴한 어머니가 머물 전원주택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옆집에 2층 단독주택이 들어선 것과는 달리 해당 부지는 10여년째 아무것도 들어서지 못한 채 비어있다. 

시작은 부지 진입을 위한 다리 건설이었다. 이들이 매입한 땅 옆으로 구거가 있다. 구거는 도로나 하천의 부속시설로 용배수 목적의 일정한 형태를 갖춘 인공적인 수로를 말한다. 하천보다는 규모가 작은 4~5m 폭의 개울이다. 구거로 인해 해당 부지는 진출입로가 없는 일종의 ‘맹지’였다.

주택공사를 위해서는 진출입로가 필요했다. 이들은 2012년 4월 두 집씩 각각 비용을 들여 폭 6m, 길이 2m의 다리 2개를 건설했다. 양평군청은 다리 준공(사용승인) 이후 군에 기부채납을 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 A씨도 옆집 주인 B씨와 함께 절반씩 비용을 부담해 다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B씨가 다리의 일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B씨가 쇠사슬을 둘러 다리 절반가량을 점유하면서 A씨 측의 진출입이 어려워진 것. 주택 건설을 위한 공사 차량도 진입이 불가능했다. 

A씨는 "B씨가 다리에 차를 주차해놓고 빼주지 않는 바람에 공사 차량이 왔다가 그냥 돌아간 일도 있었다"며 "B씨는 다리 건설 과정에서 비용을 절반 부담했다는 이유로, 다리 절반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6월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170만원을 배상하고 양측 모두 진입로의 사용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경우 상대에게 방해 행위 1회당 50만원의 위약벌을 지급하라는 조정판결을 내렸다. 

진출입로 없는 맹지 구입
비용 반씩 부담 다리 건설

이 같은 판결에도 B씨는 진입로 안쪽 자신의 토지와 A씨의 토지 경계에 담장을 세워 차를 주차하기 시작했다. A씨의 차는 물론 공사 차량의 진입은 여전히 어려웠다. A씨는 첫 번째 재판 판결을 근거로 2500만원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는 B씨가 이겼다. 

소송전까지 벌어졌던 다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주차 문제가 불거지기 전 B씨의 단독주택 준공허가가 나는 과정에서도 다리가 쟁점이었다. A씨는 “모든 일의 시초가 양평군청이 취한 딱 하나의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다리를 놓는 과정에서 공동명의로 건설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소유권과 사용권은 두 집 모두에 있다. 양평군청으로부터 다리의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두 집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리의 준공허가 여부는 부지에 들어설 주택의 준공허가와 연동돼있다. 다시 말해 주택에 대한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다리의 준공허가가 선행돼야 한다. 다리만 두고 보면 A씨와 B씨는 운명공동체였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만 보면 A씨와 B씨의 상황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B씨는 단독주택을 짓고 살고 있는 반면, A씨는 해당 부지를 10년 가까이 놀리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 없이 단독주택에 대한 준공허가도 받았다. 

2013년 12월 B씨는 양평군청에 단독주택에 대한 준공(사용승인)허가를 신청했다. 주택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부서의 허가 관련 의견이 취합돼야 한다. 건축과에서는 각 부서에서 취합된 의견을 근거로 준공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당시 문제가 됐던 지점이 다리의 준공허가 여부였다. A씨의 동의 없이는 해당 다리의 준공허가가 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A씨는 B씨와 다리 주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준공허가 동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이때 구거 관리를 담당하던 양평군청 건설과(현 친환경농업과) 주무관이 '목적 사용기간(2012. 04. 23~2016. 12. 31.) 내 목적 외 사용승인준공을 득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아 B씨에게 '조건부허가'를 내줬다. 4년 내에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를 받아오라는 뜻이다. 

조건 달아 허가 내줬는데
조건 못 맞춰도 그대로 고?

준공허가를 담당하는 양평군청 건축과에서는 건설과의 조건부허가 결과를 보고 B씨의 주택에 대한 준공을 승인했다. 문제는 B씨가 2016년 12월31일까지는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택에 대한 준공허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A씨에 따르면 B씨는 주택에 대한 조건부허가를 받은 이후 A씨 측과 다리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미 단독주택에 대한 준공허가가 나왔는데, 다리에 대한 준공허가가 뭐가 중요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흥미로운 점은 A씨와 B씨의 집 외에 두 집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B씨의 집이 준공허가를 받은 반면, 위쪽 두 집 중 주택을 지은 한 곳은 아직 준공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건축 신고와 착공, 사용승인 등 인허가 과정의 어느 지점에 있는 셈이다.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양평군청에 B씨 주택에 대한 준공허가를 취소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준공허가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니 허가가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양평군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몇 년째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당시 조건부 허가를 내줬던 담당 공무원은 현재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 상황이다.


양평군청 건축과 관계자는 "B씨의 주택이 건축법 위반 등 준공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할만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준공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면서 "당시 구거를 관리하는 부서(친환경 농업과)에서 조건부허가로 의견을 보내왔기 때문에 준공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청 친환경 농업과 관계자는 "그 당시 준공허가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던 게 아닐까 싶다. 준공허가 취소는 건축과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친환경 농업과 관계자는 "A씨와 B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좋은 방향으로 협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결과

A씨 측 관계자는 "2013년 당시 '조건부허가'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행정기관에서 잘못이 발견됐으면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하는데 인정을 하지 않는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양평군청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악용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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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