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죽어 나가는’ 양평군 장애인센터, 무슨 일이?

대통령보다 만나기 힘든 군수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조리의 총집합’.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 직원이 6명 남짓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지난 10여년간 불거진 일이다. 그사이 한 사람은 사망했고, 한 사람은 목을 맸다가 간신히 살아났다. 오랜 시간 바짝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제가 죽었으면 조금 더 이슈가 됐을까요?” 지난 15일, 양평역 인근에서 만난 정모씨는 대뜸 그렇게 말했다. 목에는 깁스를 한 채였고 왼쪽 눈은 새빨갰다. ‘선택’의 후유증을 세게 앓고 있는 상태였다. 정씨는 주변 사람에게 적지 않은 상흔을 남기고도 또다시 ‘선택’을 시도하려 했다. 그의 지난 4년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유서 쓰고 
극단적 선택

지난달 20일 정씨는 일터에서 목을 맸다. 오전 배차를 마치고 점심시간 즈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날 끈을 산 정씨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눈물을 흘렸다. 끈을 목에 걸고 아이스박스를 발로 찬 순간이 정씨가 기억한 마지막이다.

이후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그를 발견해 끌어 내렸다. 의사는 “천운”이라고 했다. 

정씨는 양평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양평군센터)의 운전원이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 차량 운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사업이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시·도 단위의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관리하는 시·군·구 단위의 지회가 운영한다. 


양평군센터의 경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관리하는 양평군지회가 운영 주체다. 회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지회장은 센터장 임면권을 가지며 전반적인 센터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임기는 4년이다. 양평군지회는 2022년 1월 장모씨가 지회장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장 지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그의 사무실 책상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장 지회장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날짜의 유서에서 “장○○의 집요한 괴롭힘에 더는 버틸 수가 없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죽으면 장○○가 한 악마같은 짓을 모조리 밝혀주세요” 등의 문구가 발견됐다.

정씨는 고소‧고발, 이의신청 등으로 수차례에 걸친 경찰조사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서에도 “그동안의 고소‧고발은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장○○ XXX는 센터장님이 4명이 바뀌었음에도 이의제기를 주문하고 저를 자르려고 불굴의 의지로 제 목을 조여왔습니다”는 부분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주장하며 목매
그제야 부랴부랴 찾아간 군수

정씨는 장 지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상담원 윤모씨를 도와준 이후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지병으로 사망했다. 윤씨의 남편은 아내의 사망 이후 장 지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장 지회장이 지회장 지위를 이용해 윤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취지다. 

<일요시사>와 만난 윤씨의 남편은 “아내가 생전에 이런 일을 당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한탄했다. 윤씨는 사망 전날까지도 양평군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민원을 양평군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남편은 “소송비용이 더 들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한 회원이 상담원이었던 윤씨의 배차에 불만을 표하자 장 지회장이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전화해 호통치고 무례한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괴롭힘이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에 이르기까지 계속됐다는 설명이다. 윤씨는 2020년 6월2일에 암 진단을 받은 뒤 같은 달 28일 사망했다. 


윤씨의 동료였던 정씨는 이 소송에 사실확인서, 증언 등을 통해 장 지회장이 윤씨를 괴롭혔다는 유족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원고(윤씨 측) 패소 판결이 난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윤씨에 대한 장 지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부 인정했다. 장 지회장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의 원인이 된다”고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 지회장이 윤씨에게 한 일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고소·고발 난무
조용할 날 없어

이후 정씨는 장 지회장의 타깃이 자신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업무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경찰조사에서 무혐의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이의신청 등을 통해 끊임없이 괴롭혔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장 지회장은 센터장들을 시켜(자신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평군센터는 사문서 위·변조, 소송사기 등의 혐의로 정씨를 고소했다. 정씨가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위조하고, 윤씨의 소송에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허위라며 소송사기를 저질렀다는 취지다. 이후 경찰조사가 진행됐고 정씨는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양평군센터의 센터장들은 연이어 경찰조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지난 2월 양평군센터에 센터장으로 취임한 최모씨는 정씨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라는 장 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센터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씨 등에 대한 자료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장 지회장은 여러 차례 경찰에(정씨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라고 했지만 민·형사상으로 다 끝난 상황이고 센터장에 부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평군센터에서 사건이 벌어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2015년 양평군센터 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자행한 전 행복콜(양평군 교통약자지원센터) 센터장이 징역형을 받는 일이 있었다. 또 불과 3~4년 사이 센터장이 수차례 바뀌는 등 양평군센터 내부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처음 두드러진 사건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송사가 계속됐다.

거듭된 사건
다 손 놨다


정씨는 사건 직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를 찾았고 양평군수를 만났다. 지난 24일에는 양평군센터 앞에서 시위도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일요시사>와의 두 차례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안 바뀔 것 같아요” “결국 대충 이러다 말겠죠” 등의 말을 거듭했다. 4년여 동안 지속된 일에 잔뜩 체념한 상태였다. 

정씨의 한탄은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센터장은 지회장이 겸임하거나 지회장이 공개채용을 통해 임명하는 구조다. 시·도지부나 지회는 회원 투표를 통해 연합회장과 지회장을 선출하는데 센터장은 임명직의 형태다.

다시 말해 연합회장과 지회장은 면직이 쉽지 않지만 센터장은 언제든지 잘려 나갈 수 있다.

양평군센터는 성추행 등의 비위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경우 등을 포함해 지난 4년 새 센터장이 4번이나 바뀌었다. 그 가운데 2명은 5개월, 2개월 만에 물러났다. 여기에 장 지회장이 센터장 직무대행을 겸직한 시기까지 합치면 1년을 넘긴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지회장이 가진 센터장 임면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양평군센터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장 지회장은 센터장 임면 외에 센터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임면권 자체가 센터에 휘두르는 권력”이라고 주장했다. 장 지회장이 센터장을 통해 자신을 압박했다는 정씨의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양평군센터 관계자나 주변인들은 양평군지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양평군이 양평군센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평군센터는 양평군에서 90%, 경기도에서 10%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2015년부터 잡음 계속됐다
센터장도 4번이나 바뀌었다

양평군센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박모씨는 “양평군은 그동안 센터 직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이번에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니까 그제야 대책을 마련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정씨의 소식을 듣고 양평군수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움직이는 건가”라고 분노했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도 사건 직후 민원조사단을 파견해 진상파악에 나서고 장 지회장을 센터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면서도 그의 거취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선출직인 지자체장을 근거 없이 해임하지 못하듯이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도 양평군 지회장을 함부로 인사조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지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정 수준 이상의 형사처벌이 결정되면 그 이후에야 조치할 수 있다는 게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입장이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측은 “민원조사단의 조사가 끝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8월 중순 전에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양평군센터가 지회가 아닌 연합회로 업무를 보고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양평군에 센터와 지회를 분리하는 방안을 건의하려 한다”고 전했다. 

양평군 측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의 결론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양평군센터의 운영 주체는 양평군지회고 관리·감독은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맡고 있다. 센터장 임명 과정에서 군의 승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센터 일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양평군센터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조치를 할 수도 있는지 묻자 “보조금 횡령이나 부당 이용 등의 돈 관련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보조금 지급 중단은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진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는 보조금 지급이 일정 기간 중단된 바 있다.

결국 피해는
이용자에게?

임기 5개월째에 접어든 최 센터장은 “일단 지회가 센터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조치가 내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센터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센터와 지회가 빨리 정상화돼 더 이상 이용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평군 지회장의 해명 “나 때문 아냐…억울”

지난 2022년 2월부터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 양평군 지회장을 맡고 있는 장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씨의 극단적 선택은 자신이 아니라 현 센터장인 최모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씨에 대한 고소·고발·이의신청은 정당한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장 지회장은 “정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날 이용자의 민원 제기가 있었다. 그 민원에 대해 최 센터장이 정씨에게 블랙박스를 요구했는데 정씨는 ‘블랙박스를 매일 지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안다. 그에 대해 최 센터장이 정씨에게 시말서를 요구했고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씨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의 시말서 요구가 정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씨는 정신을 차린 이후 “최 센터장 때문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장 문제 주장

유서에 쓴 대로 장 지회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장 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장 회장은 “사망한 윤씨의 경우에도 법원이 기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이 내가 윤씨를 괴롭혀 죽게 했다는 말을 하고 다녀서 피해가 막심했다”며 “정씨가(소송에) 낸 사실확인서를 보니까 전부 허위였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센터 차원에서 소송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지회장은 정씨의 주장대로 센터장들에게 이의신청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장 지회장은 양평군센터에서 정씨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장 지회장은 “지금 센터 업무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 센터가 지회를 건너뛰고 연합회에 보고하고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경기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내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 이후의 상황은 결정을 보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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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