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생활서 사이버 공간은 중요성이 남다르다. 다만 편리함을 주는 사이버 공간은 의존성이 지나칠 경우 흉기로 돌변한다.
사이버 공간은 사회적 고립 문제를 비롯해 현실과 가상세계에 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을 길들여지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야생마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사이버 공간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얼마나 자유롭고 개방적이어야 하며, 자료와 정보가 얼마나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고, 누가 그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인류를 human flourishing으로 이끌어 줄 next frontier of humanity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이는 무시무시한 은유다.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개척자(frontier)의 부상은 언제나 제국주의(imperialism)와 착취(exploitation)를 초래했다.
이는 비단 AI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동영상이나 개인 방송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 몇 가지 사례를 주목해보자.
N번방 같은 디지털 성 착취, 디지털 교도소라는 이름으로 거행된 신상정보 사적 공개, 유튜버 간 공갈·협박 등 사이버 공간서 심심치 않게 범법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 다른 한쪽에서는 사생활과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현실서 사이버 공간 활동은 거의 통제되지 않거나 법이 적용되지 않는 ‘치외법권’ 공간처럼 비춰진다. 이런 이유로 사이버 공간은 여전히 통제받지 않는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사이버 공간과 가상세계가 현실 세계보다 세상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중독을 외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사이버 공간 중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수집·편집·각색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 사이버 공간에 모든 사용자가 종속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동영상 등 각종 사이버 공간서 정보를 소통하고 거래한다. 저마다 필요한 심의와 감시 감독과 규제를 받는 영화·신문·방송 등과 달리, 사이버 공간서의 정보활동을 규제할만한 뚜렷한 방도는 없다.
사이버 공간서 활동하는 사람을 인플루언서(Influencer), 즉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기대와 달리 나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책임지지 않는 행동은 부도덕하고, 때로는 일탈이자 탈법이 될 수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한 개인활동은 책임이 따라야 한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탈의 사회적 책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또 그런 공간서 활동하는 개인에 대한 규제 및 감시·감독은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