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시간이 10일이나 있었지만 거짓말로 일관하다가 국민의 분노를 샀다. 입장을 선회한 것도 경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뤄져 결국 사법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해 입장을 선회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범행을 부인했던 거짓말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것이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계속된 거짓말을 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고 직후 자수하는 ‘쉬운 길’이 있었지만 잇단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다 더욱 큰 논란에 휘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가중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선회 배경은?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서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이 과정서 김호중이 사고 이전 강남구 청담동 일대의 고급 유흥주점을 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김호중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한 유흥주점을 찾았다. 이후 대리기사를 불러 본인 명의의 승용차를 타고 김호중은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직접 핸들을 잡았다.
이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 조치는 없었고 김호중은 그대로 도주했다.
접촉 사고 2시간 후 경찰서에 나타난 것은 김호중이 아니라 매니저 A씨였다. A씨는 김호중의 옷을 입고 운전자인 척 경찰에 자수했다. 그사이에 또 다른 매니저 B씨는 김호중을 경기 구리의 한 호텔로 옮겼다. 이 과정서 B씨는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했다.
사건이 논란이 되자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김호중은 지난 9일 친척이자 소속사 대표인 저 이광득과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에게 인사 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마 후 김호중은 먼저 귀가했고 귀가 후 개인적인 일로 자차를 운전해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듯하다”며 “사고 이후 매니저에게 전화가 와서 사고 사실을 알았고, 그때는 이미 사고 후 심각한 공황이 와 잘못된 판단으로 김호중이 사고처리를 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이런 사고의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고 밝혔다.
음주 뺑소니 논란에도 콘서트 강행
“수사 협조” 이후 계속된 거짓말
그러면서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소속사가 나서 전방위적으로 김호중을 보호한 것이다.
김호중은 사고 이후 서울 주거지 대신 경기도의 한 호텔 근처로 향했고 인근 편의점서 일행과 함께 캔맥주를 구입하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이를 두고 경찰의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같은 추가 음주를 비롯해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과 진상 은폐,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이날 일선 검찰청에 지시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고의로 추가 음주를 한 의혹을 받는 김호중을 처벌할 수 있는 신설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지난 20일 법무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소속사의 보호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할수록 무너져 내렸다. 김호중과 소속사의 입장이 바뀐 건 경찰이 여러 정황 증거를 확보하면서부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호중이 사고 당일에 만났던 유명 가수 B씨와 개그맨 C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또 이들이 방문했던 청담동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CCTV와 주점 매출 내역 등을 분석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호중과 소속사 차원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이후 음주 운전 사고 후 도주·은폐·거짓 주장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김호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호중은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신청했으나 법원서 기각당했으며 결국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서 구속됐다.
경찰의 수사 확대에 콘서트서도 범행을 부인하던 김호중은 다급하게 음주 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논란에도 두 차례 콘서트를 강행하며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안 돼서 선회한 것이다.
궁지 몰리자 “맞다” 뒤늦은 고백
“구속 피해도 정황상 엄벌 불가피”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9일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최초 공식 입장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 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끝으로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거듭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호중도 같은 날 사과문을 올렸다. 김호중은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저는 음주 운전을 했으며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문 이후에도 거짓말은 멈추지 않았다. 김호중은 사과문을 발표한 다음 날 변호인을 통해 자진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었으나 경찰 측 사정으로 조사가 연기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호중 측과 출석 일정을 조율해 확정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호중 측은 19일 오후 4시께 다음날(20일) 오후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주요 피의자가 출석을 희망한다고 해서 바로 조사를 받는 건 아니고 출석 일정은 수사 일정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경찰과 출석 일자를 조율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보했지만 경찰서 거부당한 셈이다.
결국 김호중은 지난 21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출석 과정서 비공개로 출석하며 다시 잡음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21일 오후 2시쯤 서울강남경찰서 지하주차장을 통해 경찰서로 들어갔다. 앞서 김호중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자진 출석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적 있다. 하지만 김호중은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으며 실제로 비공개로 경찰서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국민들을 기만했다는 잡음이 일었다.
조사를 마친 후에도 취재진 앞에 서길 거부하며 5시간 넘게 귀가를 거부하고 버티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호중은 오후 5시께 조사를 마쳤지만 ‘기자들이 빠지기 전까지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버텼다.
너무 늦었다
법조계에선 김호중과 소속사 측이 범행을 뒤늦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더라도, 범행 당일 매니저의 대리 자수와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파손 등 조직적 범행 은폐 정황까지 확인됐기에 가중처벌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고 예상한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 운전을 시인했지만 증거인멸 교사, 기획사 조직적 차원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범죄를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며 “김호중이 해당 범행에 공모했다면 형량이 훨씬 가중될 수 있다”고 실형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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