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를 범했음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형사 처벌할 수 없다? 바로 ‘반의사 불벌죄’ 이야기다.
최근 일부 가정폭력이나 연인 폭력은 물론이고 일반 폭행범을 대상으로 하는 반의사 불벌죄의 적용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죄질이 상대적으로 경미하거나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게 바람직한 범죄가 적지 않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됐을 것이다.
물론 무려 70년 이상 지난 법 조항 하나로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해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바란다는 처음의 의사표시를 철회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다시 의사표시를 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공소가 제기됐을 때는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아마도 이 조항의 원래 입법 취지는 ‘지나친 범죄화(overcriminalization)’로 인한 전과자의 양산을 방지하고, 합의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화해시키려는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 법 조항의 원래 취지에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 ‘과실치상’과 같은 범행 의사가 없었지만 과실·실수로 범죄를 범했을 경우, 그 실수에 대한 책임의 하나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로 ‘합의되지 않는 것’을 죄로 묻는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부분적이나마 선용하면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없지 않지만 문제가 이익보다 더 크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반의사 불벌죄’는 현행 형사사법제도와 체계가 범죄를 사인에 재한 해악보다는 국가에 대한 해악으로 보고 있으면서 사적 해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도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공적 사법이 아니라 ‘사적 사법(informal justice)’이요 사적 정의가 되고, 형법을 어긴 범죄에 대해서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법 정의가 아니라 사법 부정의가 되고 만다.
반의사 불벌죄의 주요 대상 범죄라고 할 수 있는 가정폭력이나 연인 또는 교제 폭력처럼 재범율이 높음에도 재범 위험성조차 전혀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뜩이나 높은 재범률을 더 높일 뿐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교제 폭력이나 가정폭력처럼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 죄질이 나쁨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고, 요즘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으로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고 종속되고, 합의를 종용받거나 위협을 당하고, 때로는 보복이 두려워 본의와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처벌 불원’이라는 의사를 표시한 결과라면 재범의 위험은 더 높일 뿐이므로 이는 원래 법 취지에 맞지도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의사 불벌죄는 완전히 폐기돼야 할까? 우리 형법이 영향을 받은 일본에서는 60여년 전 이미 반의사 불벌죄 조항이 사라졌고, 국내서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되는 범죄 다수가 일본에선 친고죄에 속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친고죄도 부분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친고죄 일부가 폐지됐다는 점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먼저 이미 스토킹 범죄서 반의사 불벌 조항이 삭제돼 합의가 양형 사유로만 되고 처벌을 면하지는 못하게 됐다. 이처럼 반의사 불벌죄를 보다 엄격하게,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적용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어 일단 과실에 의한 범죄를 우선으로 하고, ‘범행 의사(intention)’가 분명한 범죄는 제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반의사 불벌죄의 경우 지금처럼 처벌할 수 없다거나 기각해야 한다는 강제규정보다는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다’거나 ‘기각할 수도 있다’처럼 보다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선별적으로 적용하더라도 처벌하거나 하지 않거나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라 또 다른 대안적 처벌이나 처분이 마련된다면 이 제도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소년사법에서 시행했던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같이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일정 기간 유예해 조건의 위반 시 다시 처벌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궁극적으로는 반의사 불벌이 아니라 사법 정의라는 차원에서도 처벌은 하되, 피해자의 의사를 양형에 고려하는 소위 ‘피해자 (영향)진술(Victim (impact) Statement)’로 활용함은 어떨까?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