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 ①곡소리 나는 현장을 가다

“두 괴한에 린치당했다”

[일요시사] 차철우·김민주 기자 = 임차인 하나쯤이야 다른 임차인으로 돌려막으면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데다, 임대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끝이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혹시 문제가 생겨도 다 방법이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임차인을 묶어두면 그만이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한편이다. 이들은 돈으로 묶인 하나의 조직이다.

“나쁜 집주인 절대 아닙니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이하 중개사무소)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중개사무소서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임대사업자 정모씨의 집을 다수 관리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정씨는 240채가 넘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으로부터 신고를 당한 상태다.  

돌려막기
이중계약

<일요시사>는 정씨가 매물을 내놨다고 의심되는 중개사무소를 함께 방문해 매물을 직접 찾아다녔다. 취재 결과, 중개사무소들의 수법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중개사무소는 임대인과 손을 잡고, 위법도 서슴지 않는다. 철저히 법의 사각지대만을 노리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성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단독 입수한 정씨의 소유 주택 리스트 중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인천 위주로 주소를 고른 후, 여러 중개사무소서 올린 매물과 리스트의 주소가 일치하는 지 여부를 확인했다. 전셋집으로 올라와 있고, 호수까지는 알 수가 없어 대략 고층, 중층, 저층만 확인한 뒤 공인중개사와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전세 사기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의 한 아파트였다. 해당 매물은 화려한 신축 아파트 앞에 위치한 허름한 아파트였다.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의 호수를 알려줬던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정말 싸게 나왔다. 괜찮은 집”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매물은 정씨의 집이 아니었다.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정말 좋은 분”이라며 “빚이 없어 괜찮게 입주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의 벽지 곳곳은 들떠 있었고, 벽지는 새로 바르지 않고 덧댄 형식으로 마감돼있었다. 벽에는 못이 다수 박혀 있었는지 구멍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입주 전, 수리가 필요한 집으로 보였다. 

빚이 없다는 말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가압류와 근저당은 풀려 있었으나 직전에 살던 임차인이 주택임차권을 설정해 놓은 집이었다. 즉, 바로 이전 입주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집이었던 셈이다.

새로 입주하는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주려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추정된다. 임차권이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 효력이 생기는 권리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아예 대놓고 이중계약을 하자고 꼬셨다. 확인했던 매물 중 유일하게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었고, 집의 상태도 깔끔한 편에 속했다. 다만, 집주인이 공시지가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싶다는 게 문제였다.

함께 동행했던 공인중개사는 “집 컨디션에 비해 공시지가가 낮게 잡혀 집주인이 공시지가에 맞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대출을 유리하게 받으려면 계약서를 두 장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지가에 맞춘 계약서와 대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사기 친 인천 부동산 직접 가보니…
믿었는데…둘이 손잡고 임차인 농락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공시지가가 맞춰져야 안심 전세액만큼 설정되고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접 확인한 매물이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아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개사무소가 집을 내놓은 임대인과 같은 편임은 확실해 보인다.

인천서 전세 사기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식과 수법은 다양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전세 사기로 공실이 된 집이 이제는 월세 매물로 다수 올라오기도 한다. 이 중 A 중개사무소서 인터넷에 올린 매물들은 대부분 단기 월셋집이다.

당시에 올라온 전셋집은 고작 1~2개가 전부였다. 특이한 점은 보증금이 100만원대로 굉장히 낮고, 월세가 60~70만원 수준인 단기로 임차가 가능한 집들이 대부분인데, 월세 6개월치를 선납하는 게 조건이었다. 이들 매물 중 전 세사기가 의심되는 정씨의 집을 다수 포착할 수 있었다.

정씨의 집은 인천시에 계양구 부평구 ▲미추홀구 ▲중구 ▲남동구 ▲서구에 있었다. 경기도엔 ▲포천시 ▲의정부시 ▲부천시, 서울시에는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등 수도권 빌라촌에 집중돼있었다. <일요시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곳이기도 하고, 정씨가 소유한 집을 중개하는 A 중개사무소와의 접촉을 위해 신혼부부가 처음 입주할 만한 규모의 매물을 찾는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일부 전셋집은 정씨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월셋집은 그가 소유한 집으로 보이는 집이 포함돼있었다. 부평시장을 지나 비교적 긴 언덕을 넘어 도착한 집 앞에서 잠시 기다리니, 중개보조원인 ‘실장’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비교적 젊어 보였는데, 운전이 서툴러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티가 났다. 

집이 아닌
사건 현장

“우선 집부터 보자”며 실장이 안내했던 매물에선 문을 열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실 상태가 오래 지속된 듯 보이는 집이였다.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벽지도 새로 도배해야 할 만큼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등기부등본을 직접 살펴보니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고, 이미 경매로 넘어간 집이었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실장은 “괜찮다. 경매로 넘어갔다고 해도 이미 집값과 보증금 문제로 집이 팔릴 가능성은 낮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문의해 살펴본 다른 집들 상태도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정씨 집들이 단기 월세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오피스텔과 구축 다세대(빌라)주택으로 수리가 전혀 돼있지 않아 실거주하기에 적합한 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다른 날 매물을 보기 위해 전화했을 때는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이 함께 방문해주지도 않았다. 이는 공인중개사법 25조1항 중개 대상물의 확인·설명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가 완성되기 전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인중개소서 근무 중이라는 업계 관계자도 “법적으로 집을 볼 때 동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 소유의 또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는 마치 처참한 사건 현장처럼 보이는 심각한 상황의 집도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건물 입구로 들어설 때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난간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듯 위태로웠다. 상당히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중개사무사는 출입문 현관의 비밀번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안내된 호수로 들어서자 곰팡이와 누렇게 뜬 벽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을 살피러 들어갔을 때는 바닥에 피로 보이는 듯한 새빨간 액체가 고여 있었고, 반대편 벽까지 튀어 흘러내린 채로 말라 있었다. 천장 역시 액체가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말라 있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집도 상태가 심각한 편이었지만, 그나마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정씨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고, 오랫 동안 공실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 월세로 올라와 직접 현장을 찾았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다. 이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집에 계약금을 송금하겠다고 하자, A 중개사무소는 대표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중개보조원
대신 계약

A 중개사무소는 자신들이 이런 집을 위임장을 받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집주인을 마주칠 일도, 서로 연락할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의사를 밝히고 계약금을 보내지 않자, A 중개사무소 대표에게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혼자 집을 살펴본 뒤에야 해당 매물의 문제점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대리인으로 중개사무소와 계약을 한다. 집주인이 매매로 집을 내놨는데, 부동산시장이 안 좋다 보니 채무 이자가 나가고 있다”며 “전세 만기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렵다. 담보로 보증금을 반환해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이자를 청구하고 있다.(집 자체는)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는 어떡하느냐”고 우려하자 “특약을 넣어주겠다”며 설득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공제보험에 2억원이 가입돼있고, 만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면 자신들이 지기 떄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시 직접 대표가 자리하느냐”는 질문엔 “사무실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계약서 작성 시엔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A 중개사무소 대표는 “월세의 경우 금액이 작아 그냥 직원에게 맡긴다”고 했다. 또 계약 주선자가 공인중개사냐는 질문엔 “공인중개사가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한참 동안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자, 결국 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직원으로부터 늦은 밤에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 현장서 안내를 도와주고 자신을 중개보조원이라고 밝혔던 실장이라는 인물이었다. “고민되는 게 뭐냐”는 실장의 물음에 기자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이라서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실장은 “보증금을 최소한의 금액으로 받는 이유다. 전에 살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고 나갔고, 집주인은 이자만 내고 있다. 경매개시가 된다고 해도 6~9개월이 소요된다. 또 경매로 낙찰받는 사람은 보증금을 함께 떠안아야 해 1년 안에는 낙찰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계약을 대표(공인중개사)와 하냐느고 묻자, 실장(중개보조원)은 본인과 한다며 단기계약이고 약식으로 진행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는 식이었다. 직인은 공인중개사의 도장을 사용한다고도 했다. 

하나도 안 바뀌고 여전히 그대로
단기 월세로 피해자 재양산 우려 

해당 집을 매물로 올려놓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입주 후, 문제가 생길 시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서다. 최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전세 사기가 발생해 단기 월세로 입주했을 때 법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A 중개사무소의 이 같은 계약 행위는 불법의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 자리에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공인중개사 본인이 자신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한 계약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소속 공인중개사만 가능하다. 실제로 중개보조원들은 단순히 매물을 안내해 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의 규정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중개 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기의 중개사무소등록증을 양도 또는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동법 제49조제1항제7호의 규정에 해당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중개사무소에 직접 집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자신들이 위임을 받아 대면계약을 해도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고 설득시켰다. 그러면서 중개사무소가 책임질 수 있으니, 굳이 집주인과의 전화 통화나 대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가 전세 사기에 연루된 인물이 아니냐는 물음엔 “그랬다면 진작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또 공시지가 가격이 낮아져 단순히 이자만 내고 있다고 했다.

A 중개사무소는 “정씨의 집을 위임받아 관리하지만, 전세 사기에 연루돼있던 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기관리센터에 악성 임대인 목록에 올라와 있는 인물로 확인된다. 현재 정씨 계좌는 가압류된 상태다.

통장 가압류
현금 거래만

집에 대한 이자를 내고 있다는 말을 미뤄볼 때 정씨가 돈을 A 중개사무소로부터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정씨가 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통화서 “직접 월세를 지급받는다. 중개사무소를 통해서 하거나, 직접 광고를 낼 때도 있다”며 “계좌가 압류돼 돈을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몇억원씩 되는 돈을 어떻게 주느냐”고 화낸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ckcjfdo@ilyosisa.co.kr>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주인 정씨와 통화해 보니… “열 받는다, 이 ○○야” 

정모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악성 임대인으로 올라 있다.

지금껏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집을 고쳐주겠다고 해놓고 잠적했으며, 보증금 역시 반환하지 않는 중이다.

정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다는 곳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비어 있었고, 정씨가 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사무실이었다.

추적 끝에 어렵게 정씨의 연락처를 입수할 수 있었고, <일요시사>는 정씨와 통화하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을 월세를 놨다. 직접 월세를 받는 건가?

▲그렇다. 누가 봐도. 그런데 공실이 많고 월세가 많이 안 나간다. 경매에 들어가는 집도 많아서다. 

-공인중개사무소가 위임받아 관리하는데 어떻게 돈을 지급받나? 계좌가 다 압류돼있던데. 돈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부동산시장이 좀 나아진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매매해서 주려고 한다. 전세와 월세만 가지고는 돌려주기 힘들다. 집수리를 해야 해서 돈이 모자라다. 

-전세에 살고 계신 분들은 고쳐주지 않은 것 아닌가? 보유하고 있는 집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 집 수리가 전혀 안 돼있던데?

▲고쳐주긴 할 텐데 관리비도 내야 하고, 할 게 많다. 나가지도 않는 집에 투자할 일이 있겠나? 돈이 없다. 차비도 안 나오는 정도다. 

-피해자는 보상해주지 않을 건가? 돈이 아예 없나?

▲몇억원씩 되는 것을 어떻게 해주겠느냐? 열 받으니 끊겠다. 당신 말이 열 받는다. 이 ○○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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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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