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 ①곡소리 나는 현장을 가다

“두 괴한에 린치당했다”

[일요시사] 차철우·김민주 기자 = 임차인 하나쯤이야 다른 임차인으로 돌려막으면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데다, 임대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끝이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혹시 문제가 생겨도 다 방법이 있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임차인을 묶어두면 그만이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한편이다. 이들은 돈으로 묶인 하나의 조직이다.

“나쁜 집주인 절대 아닙니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이하 중개사무소)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일요시사>는 해당 중개사무소서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임대사업자 정모씨의 집을 다수 관리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정씨는 240채가 넘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으로부터 신고를 당한 상태다.  

돌려막기
이중계약

<일요시사>는 정씨가 매물을 내놨다고 의심되는 중개사무소를 함께 방문해 매물을 직접 찾아다녔다. 취재 결과, 중개사무소들의 수법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중개사무소는 임대인과 손을 잡고, 위법도 서슴지 않는다. 철저히 법의 사각지대만을 노리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성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단독 입수한 정씨의 소유 주택 리스트 중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인천 위주로 주소를 고른 후, 여러 중개사무소서 올린 매물과 리스트의 주소가 일치하는 지 여부를 확인했다. 전셋집으로 올라와 있고, 호수까지는 알 수가 없어 대략 고층, 중층, 저층만 확인한 뒤 공인중개사와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전세 사기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의 한 아파트였다. 해당 매물은 화려한 신축 아파트 앞에 위치한 허름한 아파트였다.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의 호수를 알려줬던 공인중개사는 “전세가 정말 싸게 나왔다. 괜찮은 집”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매물은 정씨의 집이 아니었다.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정말 좋은 분”이라며 “빚이 없어 괜찮게 입주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의 벽지 곳곳은 들떠 있었고, 벽지는 새로 바르지 않고 덧댄 형식으로 마감돼있었다. 벽에는 못이 다수 박혀 있었는지 구멍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입주 전, 수리가 필요한 집으로 보였다. 

빚이 없다는 말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가압류와 근저당은 풀려 있었으나 직전에 살던 임차인이 주택임차권을 설정해 놓은 집이었다. 즉, 바로 이전 입주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집이었던 셈이다.

새로 입주하는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주려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추정된다. 임차권이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 효력이 생기는 권리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아예 대놓고 이중계약을 하자고 꼬셨다. 확인했던 매물 중 유일하게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었고, 집의 상태도 깔끔한 편에 속했다. 다만, 집주인이 공시지가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고 싶다는 게 문제였다.

함께 동행했던 공인중개사는 “집 컨디션에 비해 공시지가가 낮게 잡혀 집주인이 공시지가에 맞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대출을 유리하게 받으려면 계약서를 두 장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지가에 맞춘 계약서와 대출용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사기 친 인천 부동산 직접 가보니…
믿었는데…둘이 손잡고 임차인 농락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공시지가가 맞춰져야 안심 전세액만큼 설정되고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직접 확인한 매물이 실제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아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개사무소가 집을 내놓은 임대인과 같은 편임은 확실해 보인다.

인천서 전세 사기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식과 수법은 다양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전세 사기로 공실이 된 집이 이제는 월세 매물로 다수 올라오기도 한다. 이 중 A 중개사무소서 인터넷에 올린 매물들은 대부분 단기 월셋집이다.

당시에 올라온 전셋집은 고작 1~2개가 전부였다. 특이한 점은 보증금이 100만원대로 굉장히 낮고, 월세가 60~70만원 수준인 단기로 임차가 가능한 집들이 대부분인데, 월세 6개월치를 선납하는 게 조건이었다. 이들 매물 중 전 세사기가 의심되는 정씨의 집을 다수 포착할 수 있었다.

정씨의 집은 인천시에 계양구 부평구 ▲미추홀구 ▲중구 ▲남동구 ▲서구에 있었다. 경기도엔 ▲포천시 ▲의정부시 ▲부천시, 서울시에는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등 수도권 빌라촌에 집중돼있었다. <일요시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곳이기도 하고, 정씨가 소유한 집을 중개하는 A 중개사무소와의 접촉을 위해 신혼부부가 처음 입주할 만한 규모의 매물을 찾는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일부 전셋집은 정씨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월셋집은 그가 소유한 집으로 보이는 집이 포함돼있었다. 부평시장을 지나 비교적 긴 언덕을 넘어 도착한 집 앞에서 잠시 기다리니, 중개보조원인 ‘실장’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내밀었다. 비교적 젊어 보였는데, 운전이 서툴러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티가 났다. 

집이 아닌
사건 현장

“우선 집부터 보자”며 실장이 안내했던 매물에선 문을 열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공실 상태가 오래 지속된 듯 보이는 집이였다.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벽지도 새로 도배해야 할 만큼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등기부등본을 직접 살펴보니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고, 이미 경매로 넘어간 집이었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실장은 “괜찮다. 경매로 넘어갔다고 해도 이미 집값과 보증금 문제로 집이 팔릴 가능성은 낮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문의해 살펴본 다른 집들 상태도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정씨 집들이 단기 월세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오피스텔과 구축 다세대(빌라)주택으로 수리가 전혀 돼있지 않아 실거주하기에 적합한 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다른 날 매물을 보기 위해 전화했을 때는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이 함께 방문해주지도 않았다. 이는 공인중개사법 25조1항 중개 대상물의 확인·설명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가 완성되기 전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인중개소서 근무 중이라는 업계 관계자도 “법적으로 집을 볼 때 동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 소유의 또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는 마치 처참한 사건 현장처럼 보이는 심각한 상황의 집도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건물 입구로 들어설 때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난간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듯 위태로웠다. 상당히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중개사무사는 출입문 현관의 비밀번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안내된 호수로 들어서자 곰팡이와 누렇게 뜬 벽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장 구석에 있는 방을 살피러 들어갔을 때는 바닥에 피로 보이는 듯한 새빨간 액체가 고여 있었고, 반대편 벽까지 튀어 흘러내린 채로 말라 있었다. 천장 역시 액체가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말라 있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집도 상태가 심각한 편이었지만, 그나마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정씨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고, 오랫 동안 공실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 월세로 올라와 직접 현장을 찾았던 집들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있었다. 이 중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집에 계약금을 송금하겠다고 하자, A 중개사무소는 대표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중개보조원
대신 계약

A 중개사무소는 자신들이 이런 집을 위임장을 받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집주인을 마주칠 일도, 서로 연락할 일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의사를 밝히고 계약금을 보내지 않자, A 중개사무소 대표에게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혼자 집을 살펴본 뒤에야 해당 매물의 문제점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대리인으로 중개사무소와 계약을 한다. 집주인이 매매로 집을 내놨는데, 부동산시장이 안 좋다 보니 채무 이자가 나가고 있다”며 “전세 만기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렵다. 담보로 보증금을 반환해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이자를 청구하고 있다.(집 자체는)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는 어떡하느냐”고 우려하자 “특약을 넣어주겠다”며 설득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공제보험에 2억원이 가입돼있고, 만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하면 자신들이 지기 떄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계약 시 직접 대표가 자리하느냐”는 질문엔 “사무실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계약서 작성 시엔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A 중개사무소 대표는 “월세의 경우 금액이 작아 그냥 직원에게 맡긴다”고 했다. 또 계약 주선자가 공인중개사냐는 질문엔 “공인중개사가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답했다. 

한참 동안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자, 결국 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직원으로부터 늦은 밤에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만났을 때 현장서 안내를 도와주고 자신을 중개보조원이라고 밝혔던 실장이라는 인물이었다. “고민되는 게 뭐냐”는 실장의 물음에 기자는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이라서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실장은 “보증금을 최소한의 금액으로 받는 이유다. 전에 살던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고 나갔고, 집주인은 이자만 내고 있다. 경매개시가 된다고 해도 6~9개월이 소요된다. 또 경매로 낙찰받는 사람은 보증금을 함께 떠안아야 해 1년 안에는 낙찰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A 중개사무소에 계약을 대표(공인중개사)와 하냐느고 묻자, 실장(중개보조원)은 본인과 한다며 단기계약이고 약식으로 진행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는 식이었다. 직인은 공인중개사의 도장을 사용한다고도 했다. 

하나도 안 바뀌고 여전히 그대로
단기 월세로 피해자 재양산 우려 

해당 집을 매물로 올려놓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입주 후, 문제가 생길 시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우선변제권이 없어서다. 최우선변제권은 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전세 사기가 발생해 단기 월세로 입주했을 때 법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A 중개사무소의 이 같은 계약 행위는 불법의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 자리에 공인중개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공인중개사 본인이 자신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한 계약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소속 공인중개사만 가능하다. 실제로 중개보조원들은 단순히 매물을 안내해 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19조제1항의 규정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중개 업무를 하게 하거나 자기의 중개사무소등록증을 양도 또는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동법 제49조제1항제7호의 규정에 해당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중개사무소에 직접 집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자신들이 위임을 받아 대면계약을 해도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고 설득시켰다. 그러면서 중개사무소가 책임질 수 있으니, 굳이 집주인과의 전화 통화나 대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가 전세 사기에 연루된 인물이 아니냐는 물음엔 “그랬다면 진작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또 공시지가 가격이 낮아져 단순히 이자만 내고 있다고 했다.

A 중개사무소는 “정씨의 집을 위임받아 관리하지만, 전세 사기에 연루돼있던 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기관리센터에 악성 임대인 목록에 올라와 있는 인물로 확인된다. 현재 정씨 계좌는 가압류된 상태다.

통장 가압류
현금 거래만

집에 대한 이자를 내고 있다는 말을 미뤄볼 때 정씨가 돈을 A 중개사무소로부터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정씨가 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통화서 “직접 월세를 지급받는다. 중개사무소를 통해서 하거나, 직접 광고를 낼 때도 있다”며 “계좌가 압류돼 돈을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몇억원씩 되는 돈을 어떻게 주느냐”고 화낸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ckcjfdo@ilyosisa.co.kr>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주인 정씨와 통화해 보니… “열 받는다, 이 ○○야” 

정모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악성 임대인으로 올라 있다.

지금껏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집을 고쳐주겠다고 해놓고 잠적했으며, 보증금 역시 반환하지 않는 중이다.

정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다는 곳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가는 곳마다 비어 있었고, 정씨가 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사무실이었다.

추적 끝에 어렵게 정씨의 연락처를 입수할 수 있었고, <일요시사>는 정씨와 통화하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차권등기가 설정된 집을 월세를 놨다. 직접 월세를 받는 건가?

▲그렇다. 누가 봐도. 그런데 공실이 많고 월세가 많이 안 나간다. 경매에 들어가는 집도 많아서다. 

-공인중개사무소가 위임받아 관리하는데 어떻게 돈을 지급받나? 계좌가 다 압류돼있던데. 돈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

▲못 받으니까 현금으로 받는다. 부동산시장이 좀 나아진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매매해서 주려고 한다. 전세와 월세만 가지고는 돌려주기 힘들다. 집수리를 해야 해서 돈이 모자라다. 

-전세에 살고 계신 분들은 고쳐주지 않은 것 아닌가? 보유하고 있는 집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 집 수리가 전혀 안 돼있던데?

▲고쳐주긴 할 텐데 관리비도 내야 하고, 할 게 많다. 나가지도 않는 집에 투자할 일이 있겠나? 돈이 없다. 차비도 안 나오는 정도다. 

-피해자는 보상해주지 않을 건가? 돈이 아예 없나?

▲몇억원씩 되는 것을 어떻게 해주겠느냐? 열 받으니 끊겠다. 당신 말이 열 받는다. 이 ○○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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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