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벌할 때면 죄에 상응한 처벌이라는 비례의 법칙을 주문한다. 그것이 아마도 민주국가의 법치주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어쩌면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또한 현실이다. 가장 기본적인 기준으로 우리는 소위 ‘양형 기준’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데, 이는 법원이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할 때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죄의 무게를 정하는 측도이자 저울이다.
정해진 저울로 죄와 벌의 무게를 결정해 법원이 형벌을 선고함에도 논란이 빈번한 건 왜일까? 법원이 선고한 형량이 대중의 법 감정을 제대로 어루만지고,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울질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저울 자체가 잘못된 걸까?
법원은 사법 정의의 마지막 보루다. 사법 정의 실현은 법치가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어쩌면 법치라는 건 기계적·기술적인 것이다. 법에도 눈물과 감정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법치를 위해서라도 시민의 법 감정을 고려한 양형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형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법 감정과 양형 기준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무조건 형량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면 양형 기준에 어떻게 시민의 법 감정을 담아내야 할까? 필자가 유학 시절 관심을 가졌던 주제였던 ‘범죄의 심각성(Severity of crime 또는 Seriousness of crime)’이라는 조사를 통해 죄의 엄중성에 대한 시민의 감정을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의 법에 대한 인식과 생각을 단순히 사적인 ‘감정’의 영역으로만 치부한다. 그러나 법이란 당연히 사회와 시민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행하게도 국민의 인식보다는 지금까지는 기존 판례 중에서 가장 낮은 형과 가장 높은 형의 두 극단을 제외한 나머지 판례의 약 70%, 즉 기존 판례의 평균을 양형 기준으로 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양형 기준이 되는 판례가 법관의 인식에 좌우됐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법관의 죄와 벌에 대한 인식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죄와 벌을 모두 전적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다. 법의 잣대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이를 위해 양형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중요한 양형 결정 인자를 파악해 가중치를 주는 등 객관적으로 체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법관의 지나친 재량권 문제와 양형 편차의 문제도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양형 기준이 지나치게 범죄자와 범죄 행위로만 재단돼서도 안 된다. 물론 죄에 대한 재단은 범죄자의 범죄 행위가 주된 측도가 돼야겠지만, 죄에 상응한 처벌을 위해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관점서 피해와 피해의 영향 정도를 측정하고, 그에 상응한 형벌 수준을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법과 국민의 법 감정 사이에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피해자 중심의 양형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법 절차와 과정에 피해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양형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피해자 참여는 흔히 말하는 ‘피해자 영향 진술(Victim Impact Statement)’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