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몰빵’ 민주당 필승 카드 셋

영감님 잡을 저격수 띄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또 한 번의 설인 구정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2024년을 마주한다. 여야 할 것 없이 4·10 총선 후보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채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빠르게 경선 후보자를 추리면서 한발 앞섰다. <일요시사>가 총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필승 카드 세 가지를 짚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5일, 22대 총선 공천을 위한 후보자 면접을 마무리했다. 공천심사에서 면접은 10%의 비중을 차지한다. 정량 평가인 ▲공천 적합도 조사(40%) ▲정체성(15%) ▲도덕성(15%)과 비교하면 비중이 작지만 공천장을 따내기 위한 후보들의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검찰독재
대항마는?

면접이 끝난 다음 날인 지난 6일, 민주당은 예정대로 1차 경선 및 단수 지역 총 36곳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후보자들을 경선에 부치고, 또는 단수로 발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지역부터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표된 지역은 ▲서울 3곳 ▲부산 5곳 ▲대구 2곳 ▲인천 2곳 ▲광주 3곳 ▲대전 2곳 ▲울산 2곳 ▲경기 3곳 ▲충북 1곳 ▲충남 3곳 ▲전북 1곳 ▲경북 4곳 ▲경남 4곳 ▲제주 1곳 등이다.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이번 공천은 혁신과 통합의 ‘명예혁명 공천’이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 선배 정치인들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관위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속하는 현역에게 설 연휴 이후 통보하겠다고 전했다.


경선 투표는 오는 19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된다. 민주당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다. 투표 결과는 마지막 날인 21일 공개될 예정이다.

설을 앞두고 1차 결과가 발표된 만큼 후보들은 연휴 동안 각자 지역구를 돌며 유세에 나섰다. 특히 설 민심 밥상에 화두가 될만한 이슈를 올리면서 정부·여당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을 총선 프레임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맞서는 민주당의 전략은 ‘윤석열정부 심판’이다. 윤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이번 총선을 통해 중간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지난달 31일 신년 기자회견서 윤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부각했다. 이 대표가 30분간 낭독한 회견문서 윤 대통령을 언급한 횟수는 12번에 달했다.

정권 심판론을 위한 민주당의 첫 번째 카드는 인물 위주의 전략이다. ‘검찰 독재정권’의 대항마로 중량급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동작을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맞수로 경쟁력 있는 민주당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민주당 측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가 아닌 것으로 전해지지만 어느 지역구에 누구를 내보내야 이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헤비급 인사들 한발 앞으로”
윤정부에 맞설 검투사 누구?


특히 동작을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구인 만큼 당 안팎에서는 필승 카드를 내세울 명분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형성됐다. 민주당이 추 전 장관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던 시기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가장 주목받는 전직 인사는 역시나 추 전 장관이다. 5선 국회의원과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 전 장관이 나 전 의원과 맞붙는다면 양당 여성의 ‘중진급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서울 송파갑 출마론에도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이곳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검사장이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추 전 장관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민주당의 의도가 읽힌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의 선두였던 만큼 대립구도를 만들어 검찰 독재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다른 인물 카드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부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국회사무총장을 역임한 만큼 소양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친노(친 노무현)의 적장자, 노무현의 오른팔이란 별명답게 민주당서도 어느 지역에 내보낼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는 경기 분당갑과 세종시, 서울 서대문갑 등이 거론된다. 상징성을 지닌 인물인 만큼 어느 패로 사용할지 당내서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종로로 전진 중이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만큼 다양한 후보군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최근에는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열기를 더하는 분위기다.

전 전 위원장은 권익위원장을 역임하던 경험을 살려 종로에 깃발을 꽂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종로에는 감사원이 위치해 있다”며 “현 정권의 행동대장으로 전락한 감사원이 국민의 감사원으로 그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꽉 막힌
용산길

민주당의 두 번째 필승 카드는 ‘대통령 부부’다. ‘김건희 리스크’가 커질수록 국정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투트랙으로 끌고 가겠다는 셈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다. 민주당은 ‘쌍특검’ 중 하나였던 ‘김건희 특검’의 후폭풍으로 봤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직무 수행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관해 물은 결과 긍정 평가는 29%, 부정 평가는 63%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2%p 떨어진 수치다(해당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7%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락세를 보이는 지지율에 탄력을 받은 민주당은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여론전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지적하고 나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대신 KBS서 진행하는 녹화 방송을 택했는데, 2년 연속으로 소통이 부진한 점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언론사 ‘단독 대담’을 통해 새해 정국 구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KBS와 대담을 진행했고, KBS는 사흘 뒤인 7일 녹화 방송을 방영했다.

이는 김 여사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명품백 수수 논란’을 방어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대담의 최대 관심사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었는데, 편집이 가능한 녹화 방송을 선택함으로써 최대한 정제된 발언만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해당 논란을 ‘몰래카메라 공작’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여사가 몰래카메라의 피해자라는 포석을 깔아놨던 만큼 윤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었다.

윤 대통령이 녹화 방송을 통해 단순한 유감 표명으로 일축할 것이란 여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민주당은 ‘대국민 불통 사기쇼’라며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땡윤 방송사’와 짜고 치는 녹화 방송이 ‘대국민 직접 소통’인가”라며 “김건희 여사 의혹에 귀 닫고 입만 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 역시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재갈 물린 방송’을 앞세워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는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며 ‘용산 전체주의’라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병립인 듯
연동인 듯

마지막 카드는 사용 방법에 따라 유불리를 달리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뒤늦게서야 선거제 개편에 관한 당론을 정한 만큼 논란을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는지가 세 번째 필승 카드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을 두고 장기간 진통을 겪었다. ‘위성정당 금지’는 이 대표의 대선공약이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으면서 의석수가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했다. 지도부 역시 병립형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당론이 정해지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돌연 이 대표가 준연동형 유지를 선언하면서 파동이 일었다. 다당제 약속 파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대표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선거제 개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될 위성정당 논란을 없애고, 준연동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위성정당을 금지해야 하지만 여당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득표율 3%에 1석 우선 배정 방안 등 ‘제3의 길’을 추진했지만, 여당은 끝내 반대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도 국민의힘의 선제공격으로 인해 위성정당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결국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언급하며 허리를 굽혀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사이다 없는 윤의 명품백 해명
군소정당 배려로 여당과 차별화

이 대표의 선택에 국민의힘은 비판에 나섰다. 총선 앞까지 선거제 개편 문제로 시간을 끌더니 이제 와서 ‘운동권 개딸 선거 연합’으로 당 대표 방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2대 총선서도 야권 정당들이 준위성정당, 통합형 비례정당이란 말장난으로 비례의석 나눠 갖고 이를 매개로 ‘짬짜미 공천’으로 지역구 거래까지 한다면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더 심하게 퇴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당 새로운미래를 이끄는 이낙연 전 총리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제3의 정치적 견해마저 양당 카르텔에 편입시켜, 정치적 다양성을 억누르고 정치적 양극화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난립하는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도 통합형비례정당을 내세우는 점이 모순이라는 평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들어도 보고 읽어도 봤는데 도무지 포인트를 잡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비례 순번을 군소 정당에 양보하겠다는 뜻을 지닌 듯하다”며 “이 부분에서는 국민의힘과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무턱대고 비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위성정당에 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논쟁과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설연휴가 끝나면 숨돌릴 틈도 없이 총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촉박한 시간 속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위성정당을 두고 벌어진 당 안팎의 갈등을 얼마나 빠르게 봉합하는지가 관건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일찌감치 만들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만큼 민주당 또한 잰걸음으로 위성정당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민주당의 필승 카드를 자처하는 인물도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부평갑 총선 출마 선언과 함께 복당 신청을 마쳤다. 그는 “확실한 필승 카드를 당이 외면할 일이 있겠나”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근거로는 지역 여론, 언론 보도 등에서 자신의 득표력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제시했다.

아군인가
적군인가

같은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정치검찰해체당이라는 이름의 ‘옥중 창당’을 하면서 민주당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1심서 실형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행동’을 추진 중이다.

곳곳서 지원사격을 보내고 있지만 각자 리스크를 지닌 만큼 민주당서도 한발 후퇴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디까지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펼쳐진 빅텐트

지난 9일 설 연휴를 앞두고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4개 정치세력이 합당하면서 빅텐트가 극적으로 구축됐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들은 지난 11일 첫 회의를 통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준석 대표는 출마 지역구와 관련해 “수도권에 우선 많고, 대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 역시 확실한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출마를 한다면 광주에서 출마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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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