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 각국서 굵직한 선거가 치러진다. 대만에서는 얼마 전 총통 선거가 끝났고, 미국에서는 정당별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가 한창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4월 총선이 예정돼있다.
흔히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곤 한다. 아마도 보통·평등·직접·비밀·자유 4대 원칙에 따라 치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것이 민주국가의 사명이기에 국가는 선거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다.
선거의 원칙은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례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기 전부터 선거법을 위반하는 각종 행위가 적발되기 일쑤다.
선거법은 비교적 엄격한 편이어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사범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흔히들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한다. 흉악한 범죄자조차 사고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보기도 한다.
사실 합리적·이성적이라는 건 인간이 계산할 줄 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인간은 범죄 행위를 포함한 모든 행동을, 그 결과 얻어지는 이익과 그로 인한 비용을 합리적·이성적으로 계산해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를 합리적 선택이라고 한다.
선거사범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범행의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합리적·이성적으로 계산해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고 본다면, 당연히 자유의지로 선택한 범죄 행위는 마땅히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사고가 옳다면 선거범죄는 얻어지는 이익이 상당하기에 그 비용 또한 그 이상이거나 적어도 그에 상응해야만 억제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선거범죄는 범죄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 것인데, 대체로 범죄 비용은 처벌·형벌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범죄학에서는 이를 형벌을 통한 범죄의 억제라고 하는데, 형벌의 범죄 억제 효과는 형벌의 확실성·신속성·엄중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 결과다.
신속하고, 확실하고, 그리고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범죄 비용을 높이는 것이고, 그래야 범죄가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범죄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런 요건에 제대로 적용돼야 억제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선거사범에 대해 충분히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는 걸까? 불행하게도 쉽게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선거범죄에 대한 확실한 처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모든 선거범죄가 확실하게 단속되고, 신속하면서도 엄중하게 처벌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선거범죄의 사법처리는 고무줄처럼 늘어지기 일쑤여서 대법원까지 재판이 끝날 때면 이미 선출된 자리의 임기가 끝나곤 한다.
설사 그 전에 재판이 마무리되더라도 당선 무효가 되는 100만원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99만원의 벌금형에 그치고 만다. 결국 선거범죄에 대한 형벌은 전혀 신속하지도, 확실하지도, 그렇다고 충분히 엄중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지극히 이성적·합리적으로 계산하는 인간이라면 선거범죄라는 유혹에 끌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선거범죄는 민주주의와 시민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로 다른 범죄보다 더 확실하고, 신속하고, 엄중하게 처리되고 처벌돼야 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