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그림 깨우기’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

차원과 경계를 넘나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현대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의 개인전이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제1전시관서 오는 3월3일까지 열린다. 크리스토프는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선두주자로 이번 전시서 신작 20여점을 비롯해 작품 160여점을 소개한다. 

독일의 현대미술 작가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의 개인전 ‘그림 깨우기’가 서울에 상륙했다. ‘그림 깨우기’라는 전시명은 크리스토프가 작업 과정서 해온 예술적 실행,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과 연관돼있다. 

미지의 규칙

크리스토프는 네오 라우흐, 로사 로이 등 독일 라이프치히 출신의 화가로 구성된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선두주자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의 실험적 배치와 병치, 중첩과 반복을 통해 차원과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모더니즘 회화, 전통 목판 인쇄, 실크 스크린 등 광범위한 예술 형식과 작업 방식에 영향을 받은 크리스토프는 캔버스를 넘어선 공간으로 확장해 기존의 형식적인 미술 표현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작품 속 직선적인 추상은 캔버스 밖 조형물이 되며 생생한 색감의 선은 공간을 채워 나가고, 반복되는 패턴과 움직임은 관람객을 시각적 판타지로 이끄는 통로가 된다. 


크리스토프의 작업은 그림 속 모든 요소를 깨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림 속 인물은 때로는 미완성된 퍼즐처럼, 때로는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캔버스를 가득 메운 채 춤추고 있다. 이들은 월페이퍼의 형태로 캔버스와 종이의 네모난 틀을 벗어나 경계의 밖으로, 벽으로, 바닥으로 점점 영역을 넓히고 하나의 문을 지날 때마다 바뀌고 중첩되는 패턴의 반복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환희를 선사한다.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받아
신 라이프치히 화파 선두주자

크리스토프의 작품은 매체와 스타일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작가의 의도에 맞춰 정교하게 짜여 응축되고 단순화된 이미지는 차원과 경계를 오가며 시각적 에너지의 폭발을 일으키고 미지의 규칙으로 그림의 세계를 넓혀간다. 

고전 회화, 소설과 영화의 형식서 마주할 법한 연출과 구도는 조심스럽게, 스며들 듯이 축약된 이야기의 서사 속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하지만 관람객은 그 이야기와 목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묘한 긴장감을 맞닥뜨리게 된다.

크리스토프는 관람객 각자가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했다.

또 관람객은 크리스토프가 해체하고 재조합한 대상을 만나볼 수 있다. 사물을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입체파를 연상시키는 추상 시리즈를 소개한다. 네모난 틀을 가로지르는 직선과 그림으로부터 추출한 듯한 조각 시리즈로 단순하고도 복잡한 시각적 사건의 재구성을 보여준다. 


흑백 작품도 선보인다. 크리스토프는 실크스크린과 목판화 등 인쇄의 여러 방식에 큰 흥미를 느끼고 이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활용한 예술적 실험을 계속해왔다. 전시장 천장에 설치된 수많은 얼굴은 생기발랄한 표정부터 음흉해 보이는 미소까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다양한 가면을 써야 하는 우리의 얼굴과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크리스토프의 초기작인 곡예사와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일그러진 표정을 한 인물은 강렬한 색의 사용과 캔버스를 가득 채운 구도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크리스토프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조형적 구도와 시각적 긴장감은 작가의 의도대로 순수한 감상의 즐거움을 유도한다.

시각적 환희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을 구상하는 모든 요소인 점, 선, 면 그리고 다채로운 색을 깨운다. 반복되는 시각적 생동감과 즐거움을 통해 사각의 틀을 넘어 생생한 움직임으로 감각의 환희를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는?]

크리스토프 루크헤베를레는 독일의 라이프치히를 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다.

네오 라우흐, 로사 로이 등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화가들을 배출한 라이프치히 예술학교 출신 작가로 이루어진 신라이프치히 화파의 일원이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는 독특하고 독자적인 자신들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회화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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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구도는 여전히 ‘1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쳐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그의 대형 ‘리스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당선’이 상수가 된 걸까? 12일,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대선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최고의 선택을 위한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남은 결정의 순간 여론조사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독주 중이다. 어떤 후보와 맞붙어도 지지율 격차가 10~15%p가량 나고 있다. 당락을 가른다는 중도층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과반인 상태다. 현재 분위기로는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모래주머니’처럼 발목에 매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도 일단 털어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대선 이후로 바꾸면서다. 지난 1일 대법원이 항소심서 무죄를 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후보는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판결 과정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의 취지를 받아들였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됐다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이 나올 가능성이 컸던 것. 파기환송심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을 받고 재상고심서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입장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었다. 실제 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탄핵 예고, 대법관 수를 늘리는 내용의 법안 발의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을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과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인 ‘허위 사실 공표죄’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은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다음 달 18일로 변경한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안팎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재판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기일 연기로 사법 리스크 해소 법원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으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던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 후보로선 안 그래도 독주 상황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 추가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수 결집 가능성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또다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배경엔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사태까지 있다. 헌재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의 결집력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역대 선거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이 대형 선거 때마다 보수 진영을 떠받쳤다. 지금보다 지역 갈등이 강했던 과거에는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과 비교해 표밭이 큰 편이었다. 진보 진영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일정 정도의 표를 얻어야 보수 진영과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이번 대선과 똑같은 이유로 치러진 19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통령은 진보 진영서 나왔지만 전체 표수는 보수 진영이 더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진행된 19대 대선은 투표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싱거운 싸움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간의 표차는 무려 557만표였다. 17대 대선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정동영 후보 간의 표차인 531만표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하지만 당시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뜯어보면 양 진영의 표 크기가 대략 보인다. 풀린 족쇄 훨훨 날까 19대 대선서 문 전 대통령에 이어 홍 전 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전 국민의힘 의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전 정의당 의원) 순으로 표를 얻었다. 총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서 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이다. 문 전 대통령과 심 후보는 진보 후보로, 홍 전 시장과 안 후보, 유 후보는 보수 후보로 크게 묶인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범진보 후보는 1544만1258표, 범보수 후보는 1705만9962표를 얻었다. 150만표가량 보수 진영이 많이 득표했다. 제3당 후보의 사퇴로 1 대 1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서도 박 전 대통령이 1577만3128표(51.2%), 문 전 대통령이 1469만2632표(48%)를 얻었다. 108만표 차이다. 당시 투표율은 75.8%였다. 17대 대선보다 12%p 오른 수치로 양 진영에서는 ‘총력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상태였다. 양 진영 모두 투표장에 나올 만큼 나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냐, 이재명이 아니냐’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명연대’의 선봉에 서서 이 후보 외에 모든 후보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선거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이 후보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후보가 출마했던 20대 대선 때는 역으로 진보 진영의 표가 더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639만4815표(48.6%)를, 이 후보는 1614만7738표(47.8%)를 득표하면서 24만표(0.7%p)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당시 제3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의당 심 후보가 얻은 표는 80만3358표였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대통령이 바뀔 수도 있었던 수치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결국 표심이 나뉘는 걸 얼마나 저지하느냐에 따라 대통령 당락이 바뀌기도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일화 이슈가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선은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서 1명의 후보만 나와 1대 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함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완주하면 지난 대선 때와 달리 보수표가 갈릴 가능성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가상 대결서 6~7%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이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는 6%, 국민의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꿨을 때는 7%였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2.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지만 이 후보는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투표 용지에 후보 이름이 찍히는 오는 25일까지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20~30대 청년층의 표심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20대와 30대는 지난 대선서 성별에 따라 투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 세대다. 남성은 윤 전 대통령을,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대에서는 그 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과반이 이 후보를, 남성의 과반은 윤 전 대통령에 표를 던졌다. 보수 결집하고 단일후보 누가 더 지지층 끌어오나 30대 역시 남녀 간 차이를 보였지만 그 격차는 20대보다 작았다. 반면 40~50대는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은 윤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서 20~30대 여성은 탄핵 찬성 쪽에, 남성은 반대 쪽에 선 사례가 많았다. 실제 지난 대선, 탄핵 반대 집회 등을 보고 20~30대 남성의 ‘보수화’를 조명하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시절 그 선봉에 대학생이 섰던 때와 비교하면 한 세대 만에 젊은 남성이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쪽으로 이른바 ‘전향’이 이뤄진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투표율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선 세 번의 대선은 투표율이 모두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4명 가운데 3명은 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진영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중년, 노년층은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반면 청년, 장년층은 상대적으로 투표 의지가 약하다는 과거 사례서 비롯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75% 이상 나온 세 번의 대선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한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다. 단순히 전체 투표율이 높은 걸로 당락을 가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대별, 성별로 투표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세부 투표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다 된 밥’이라는 인식을 깨야 하고, 보수 진영은 ‘어차피 진 싸움’이라는 생각을 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국 투표 포기층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지지 세력을 끌고 올 수 있느냐에 대선 결과가 달린 셈이다. 삐끗하면 골로 간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말실수’를 하나의 변수로 꼽았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후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선거서 후보의 말실수가 낙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대선 토론회 등 주목도가 높은 자리에서의 말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