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초대석> 국민의힘을 말하다 유준상 상임고문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 상황은 시간 단위로 변화 중이다. 수장이 바뀐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3지대까지 정계 시계는 ‘제로(0)’ 상태다. 길잡이가 필요한 시기다. <일요시사>가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을 만나 한국 정치가 가야할 길을 물었다.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의 말을 증명하듯 불과 열흘 새 정치권 상황이 급변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을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제보와 관련해 내전이 일어났다. 

양당 실망
정치 불신

집권여당과 거대 야당을 떠난 일부 의원이 제3지대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잘나가는 듯 보이는 국가 경제에 반해 국민의 체감 경기는 얼어붙은 상태다. 출산율은 사상 최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청년층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다.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일 앞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유 상임고문은 “정당의 리더뿐만 아니라 국가에 원로가 없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GDP(국내총생산) 10~12위를 오가는 선진국이다. K-컬처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 상황서 오로지 여의도 정치판만 엉망”이라고 한탄했다. 

당초 유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의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 그는 “정치권에 있을 무렵 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며 “그래서 현재 정치 상황과 관련한 인터뷰에 응할 자격이 있는지 깊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입을 열어야 할 상황이라면 부족하지만 꼭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선 22대 왕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에 나오는 ‘미가이언이언자 기죄소(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 가이언이불언자 기죄대(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 즉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12월15일, 같은 달 26일 한국정보기술연구원서 유 상임고문을 만났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정국이 혼란스럽습니다.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입니다. 야당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당 전체가 나섰고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은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또 어떻습니까? 당원의 뜻에 따라 뽑은 대표를 몰아내지 않았습니까? 서로 단합해도 모자랄 상황에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습니다.

-정국 혼란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명감, 애국심 같은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덕목이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고 당을 사당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복합적으로 위기를 불러 왔습니다. 내부 갈등도 문제지만 여당과 야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 대통령선거 당시 각 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주춤거리면서 발을 빼고 있는 형국입니다.

총선 앞두고
내부 총질


-4·10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윤석열정부의 향후 3년이 달려 있습니다. 승리하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을 것이고 패배하면 조기 레임덕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와 동시에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심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 보여집니다. 

혼란의 국민의힘·리스크 민주당
이준석 안고 제3지대 헤쳐 모여?

-국민심판이라고 하시면?

▲정치는 버려야 얻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들은 어떻습니까? 누구도 손 안에 쥔 권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자리를 내려놓고 불출마 선언을 하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에게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결단의 시기 또한 때를 놓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기를 놓쳤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나가기 전에 나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치는 타이밍입니다.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난 직후에 사퇴, 불출마 선언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요구했을 때 받아들였다면 국민에게 집권당으로서 진정성 있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이 상승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이나마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국민의힘 지도부에 말씀하셨다고.

▲제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서 정진석, 주호영 두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전 대표 등 당 대표에게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영남권의 다선 중진이 경험과 경륜, 지명도를 바탕으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또 좋은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두 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마이동풍입니다. 듣질 않습니다. 

-이번 선거의 화두가 될 이슈로 뭘 꼽을 수 있을까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공천과 정책이 중요합니다. 먼저 사람입니다. 인사가 만사인데 ‘망사’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당이 공천 과정서 잡음 없이 공정하게 참신한 인물을 데려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저출산이 가장 큰 화두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저출산이라는 화두에 청년층의 취업·주거·양육 문제가 모두 포함돼있습니다. 15년 동안 출산 장려를 위해 사용한 돈이 283조원에 이릅니다. 17년으로 넓히면 300조원이 넘습니다. 2022년만 따져도 50조원을 썼는데 신생아 수는 25만명에 그쳤습니다.

한 사람 당 2억원에 달하는 돈을 쓰고도 출산율을 잡지 못한 것입니다. 정치인이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못 쓰니 벌어진 일입니다. 결국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2월15일 인터뷰 이후 열흘 동안 정치권의 상황이 요동쳤다. 추가 인터뷰를 위해 12월26일 유 상임고문을 한 차례 더 만났다. 유 상임고문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과 ‘비대위원회 설치 안건’을 의결하는 전국위원회 ARS 투표를 진행 중이었다.

결과는 재적 824명 가운데 65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627표로 안건이 가결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공식 취임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공선을 추구하고 어떤 개인에게도 맹종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언론을 통해 지켜봤을 때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기 등판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웠지만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이상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등판
성공할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인재를 영입하고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만큼 이제부터는 사람을 잘 둬야 합니다. 부족한 정치 경험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경륜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문제 있는 인물은  선수에 관계없이  공천과정에서 과감하게 배제해야 합니다.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공천을 진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신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국민과 시민들의 바람을 실천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국형 인사가 필요합니다. 이번달 말까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의 힘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서 비대위원장 변신
“부족한 정치 경험 사람 중요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멀리 바라보는 통찰력과 더 큰 그림을 그려 새로운 길로 가려는 참신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은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집권당이 되는 데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행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 민주당이 혁신할 수밖에 없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이 한동훈 비대위 출범 전에 이뤄졌으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타격이 상당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그 파급력을 상쇄했다고 보입니다. 강이 흘러서 바다서 만나듯 이준석 전 대표와는 총선 이후에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제3지대론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금태섭·양향자·류호정 의원, 그리고 이준석 전 대표 등이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합을 구성한다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3지대의 크기는 양당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당이 개혁에 성공하면 제3지대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실패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4월10일 새로운 인물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될 텐데요.

▲과거 초선 의원은 ‘정풍 운동’을 주도하면서 당내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정인을 몰아내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줄을 서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헌법기관입니다. 그 격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합니다.

-정치인의 덕목은 뭐라고 보십니까?

▲정직하고 겸손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입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읽고 이를 위해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치에는 완승이라는 게 없습니다. 타협하고 조율하면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지금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정치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 지도자를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과거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의 모습서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제가 생기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 인권·민주·평화·번영을 위해 힘쓰고 IT 정보화에 눈을 돌리는 등 탁월한 안목을 지닌 지도자였습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문민정부를 탄생시키고 민주정부를 완성 시키는 데 낭만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치인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젊은 지도자
3김 배워야

-대한민국 정치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1987년 정치 체제는 이제 낡았습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비상할 수 없습니다.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선진국에 걸맞은 정치제도로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와 함께 윤석열정부서 가장 화두가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처럼 40~50대가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70~80대의 노회한 정치인이 또 총선에 나서려 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다시 정치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노회한 정치인은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 리더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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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