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밖에서 볼 일을 보고 귀가길에 ‘점심을 먹고 들어가자’는 아내의 의견을 따랐던 남편이 혼자서 갈비만 먹었다는 호소글이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누리꾼 A씨는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식당에서 혼자 고기 쌈 싸먹는 남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곧 100일 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예전에 갔던 갈비 맛집이 생각나서 갔는데 아기가 자고 있길래 옆의 긴 소파 의자에 눕히고 밥을 먹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밑반찬과 함께 갈비와 찌개가 나온 후 갈비를 2~3점 먹을 무렵, 잘 자던 아이가 깨서 울기 시작했다. A씨가 아이를 품에 안자 바로 울음이 멎었는데 ‘아이도 배가 고픈가?’ 하는 생각에 남편은 “차에서 이유식 먹이고 올래?”라고 물었다.
A씨는 “아기가 모유 먹은 지 2시간밖에 되지 않았고 배고픈 거라면 안아도 달래지지 않으니 배고픈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고 대꾸했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식당 손님 중 한 명이 자신이 아이를 안고 있을 테니 얼른 식사를 하라고 했고, 남편도 ‘알아서 판단하라’며 갈비를 먹었다.
A씨는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 같아 ‘괜찮다, 고맙다’고 말씀드린 뒤 5분 10분가량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남편은 혼자 고기에 찌개에, 쌈까지 먹고 있었다”며 “나도 배고픈데!”라고 토로했다.
이어 “얄밉다가도 ‘그럴 수 있지’ 했는데 갑자기 짜증이 확 났다. 왜 아기가 울면 나만 달래야 하는 걸까? 심지어 모유 먹여서 더 잘 챙겨먹어야 하는데, 먼저 먹으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한 명이라도 먼저 먹어야 아기를 보니 본인이 먼저 먹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 난 식어빠진 고기 먹어야 하고, 남편은 아기 달라는 얘기 한 마디 없이 혼자 고기 쌈 싸먹으면서 내 입엔 고기쌈 하나 안 넣어주는 거 보고 ‘왜 이런 남자와 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이래서 산후우울증이 오는 건가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 사이 아기는 달래져서 자고 있는데 남편이 눕히고 밥 먹으라는데 식은 고기와 찌개를 보자니 그냥 다 팽개치고 집에 가고 싶었다”며 “화가 나서 집으로 가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남편은 “왜 이상한 소리 하느냐? 당신이 오고 싶다고 해서 온 거 아니냐? 왜 또 삐져서 그러느냐”고 물었고 결국 거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갈비집을 나왔다.
A씨는 “아니, 말이라도 먼저 밥 먹으라고 하면 덧나나? 어디 말하기도 부끄럽고 엄마한테 말하자니 속상하실 것 같고 익명의 이름을 빌려 여기에 남긴다”며 “객관적인 판단 부탁드린다”고 자문을 구했다.
해당 글은 “입이 있으면 말을 해요, 쫌”이라는 A씨를 향한 비판 댓글이 베플 1위로 올랐으며 추천 수(49)보다 반대 수(224)가 4배 이상 많은 상태다(16일 오후 5시 기준). A씨가 혼자 고기를 먹던 남편에게 “함께 따뜻한 밥과 갈비를 먹자”고 한마디만 건넸더라도 A씨가 혼자 기분나빠할 이유도 없었고 다 식은 고기와 찌개를 먹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하지만 A씨가 남편에게 “함께 먹자”고 했더라도 어떤 반응이 나올 지 쉽게 예상할 수 없도 없거니와 식사 자리서까지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회원은 “이걸 왜 말 안한 아내 탓을 하느냐? 상식적으로 앞에 앉은 사람이 밥도 못 먹고 있는데 자기만 먹는 게(정상인가?)…엎드려 절 받는 것도 한두번”이라며 “말하기도 입 아프더라. 남자들은 챙겨주는 사람 없어져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회원들의 “‘이제 당신이 애 좀 봐’ 하고 옆 테이블로 옮겨서 음식들 새로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나왔어야 했다” “왜 말을 안 하고 섭섭한 것만 생각하지?” 등 훈수 댓글도 베플에 올라 있다.
추천수보다 비추천수를 더 많이 받은 해당 글은 결국 삭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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