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영풍 화물열차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21 09:32:09
  • 호수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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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안 쓰는 불량품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아연 생산기업 영풍(주)이 발주한 화물열차에 탑재된 중국산 핵심 부품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열차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규에 따른 절차를 어기고 사유화차로 도입해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사유화차는 기업 등이 소유한 화물차지만 코레일에 편입돼 코레일 기관차로 운행된다. 기업 소유의 열차가 철도 노선서 운행하기 위해 코레일의 시스템 등록을 마친 ‘차적 편입’ 차량이라는 의미다.

영풍(주)은 2018년 12월 말 철도차량 제작업체 고려차량(주)에 황산조차 20량 제작을 의뢰했다. 고려차량은 그해 1월 황산조차 도면설계에 착수했고 6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에 통보했다. 이 과정서 코레일은 사규에 따라 차량제작설명서 등 문서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위험천만
황산 운송

이후 2021년 2월 코레일은 “황산조차 20량에 대한 기술검토가 완료됐다”는 공문을 영풍과 고려차량에 발송했다. 유해 물질을 운반하는 화물열차의 기술검토를 절차와 규정을 어긴 채 완료한 것이다.

코레일 사규인 ‘사유화차 취급 및 유지보수 세칙’ 제5조(차량 편입조건)는 사유화차가 코레일 차적에 편입되려면 ‘차량의 구조 및 기능이 철도안전법령 및 공사의 차량제작설명서에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규는 사유화차에 관해 ‘전용 적재화물의 수송이 가능’ ‘신조 차량은 ‘철도안전법’에 따른 형식승인 등에 합격해야 한다’는 점도 들어가 있다.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의 고시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서도 철도차량 발주자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 ‘차량설계·제작·완성검사·시운전 시 운영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며, 철도운영자 등은 철도차량 제작감독 관련 사항을 협의·이행하기 위한 문서화된 절차를 수립·실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차량이 수입·제작한 문제의 열차는 영풍의 사유화차로 2021년 초 도입됐다. 영풍이 운영하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서 나온 황산을 싣고 석포역과 온산역을 왕복한다. 열차 불량으로 탈선·전복 등 사고가 발생하면 대량의 황산 유출로 막대한 환경 피해가 불가피하다.

코레일이 직접 발주하는 화차는 물론, 기업의 사유화차도 반드시 코레일 표준사양서에 맞춰 제작해야만 한다. 표준사양서에 따라 제작해온 철도업계는 고려차량이 시장 교란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현행법상 사양서에 맞지 않아도 기업·개인이 보유한 화차라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보인다. 수년간 코레일 사양서 기준에 따라 제작해온 제작사들은 “물 먹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영풍이 발주한 사유화차에 탑재된 주요 부품이 중국서조차 외면받은 저가품이라는 입장이다. 화차 제조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제보자는 “화차의 안전을 결정짓는 주요 장치는 주행장치(대차), 제동장치, 연결장치”라며 “고려차량이 2년 전 제작한 황산조차의 주요 장치는 모두 중국서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 황산열차 핵심 부품 안전성 논란
코레일 ‘차적 편입’ 왜?···특혜 의혹도 불거져

황산조차 20량에 적용한 대차·제동·연결장치는 기존 코레일 표준사양서와 다를뿐더러, 타 화차 부품과 호환성도 떨어진다.


제보자는 “영풍 황산조차에 적용한 대차가 원 제조사인 미국 와브텍(Wabtec)사 제품의 특허권을 회피하고자 중국서 모양을 변형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대차는 지금까지 국내서 사용한 적이 없었고, 미국 AAR(Asscociation of American Railroads)의 승인도 받지 못한 제품”이라며 “원산지인 중국서조차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불안전한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고려차량이 수입한 중국산 제동·연결기도 문제다. 국내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 보니, 기존 화차와의 호환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연결기 간 호환성이 떨어지면 운행 도중 분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열차 간 연결기에는 출발할 때나 제동할 때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도 있는데, 중국산 화차가 기존 화차와 연결할 때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는 “중국서 들여온 제품은 기존 연결기와 외관부터 달라 단순 체결만 가능한 정도로 호환성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코레일의 검증절차를 거쳐 선정된 사양과 고려차량이 중국서 수입한 사양은 제원상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사양의 A 대차는 북미권서 60년간 사용돼 신뢰성을 확보했다. 반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B 대차는 중국서 1990년도에 개발됐으면서도 현지서 운행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바퀴 단면이 거칠고, 금이 발생하는 등 편마모 현상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B대차의 바퀴가 선로에 알맞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주행 시 미세한 충돌로 손상이 발생한다고 봤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결과에 따르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제동장치는 기존 화물열차에 제동장치보다 제동시간이 2배 이상 늦게 기록됐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외면받은 
저가품?

제보자는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은 연결장치가 화차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일반 열차와 달리 화차의 경우, 서로 다른 화차끼리 혼합해 연결·분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황산조차는 물론, 컨테이너화차, 유조차, 시멘트화차 등 다양한 종류의 화차끼리 연결하더라도 제 성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호환성을 보장하는 국내산 화차 핵심장치들이 있음에도 불구, 중국산을 들여온 것은 잇속 챙기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제보자는 “화차에 사용하는 대차, 제동, 연결장치 등은 모두 국내 중소기업서 생산해온 제품”이라며 “(고려차량이)국산제품을 외면한 채 중국산을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영풍이 단가를 낮춰 사유화차를 발주하는 상황서, 고려차량이 입찰을 위해 헐값에 중국산 화차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산 화차가 선로를 활보할 수 있는 이유는 국토부의 생색내기식 승인 절차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려차량은 국토부 형식승인제도를 거쳤기에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철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유화차 도입 절차와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제보자는 “차량제작설명서 없이 제작된 사유화차를 차적에 편입해 운행하는 것은 코레일이 고려차량에 특혜를 준 것”이라며 “새로 도입된 사유화차의 주행, 제동, 연결장치 등이 기존 코레일 차량과 달라 철도 시스템에 필요한 안전성과 표준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알았나 
몰랐나

이에 대해 고려차량 관계자는 “국토부 철도차량 형식 승인을 받은 사유화차의 안전성과 차적 편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숱하게 나왔다”며 “신경 안 쓴다”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영풍이 어떤 그룹인데 화차 수입하는 게 얼마나 한다고 아까워하겠냐”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코레일이 차적에 이미 편입한 황산조차 20량을 계속 운행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코레일이 차량기술단과 종합검토를 무시하고, 해당 열차를 차적 편입하면서 연쇄적 현상도 야기된다. 상급기관인 국토부는 ‘철도 운영 전문인 코레일이 차적 편입을 했기에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형식승인제도에 따라 허가한 상태다. 서류로만 확인하고 승인해 중국산 화차의 안전상 문제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국토부서 제대로 확인했다면 승인하지 않았을 중국산 화차가 현장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화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영풍이 고려차량에 발주해 제작한 황산조차 30량도 차적 편입을 위해 대기 중이다. 앞서 20량도 허락해준 코레일이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1년 10~11월 영풍은 고려차랑에 두 차례에 걸쳐 도합 30량의 황산조차를 추가 발주했다.

영풍은 이듬해 2월 코레일 측에 제작 협의를 요청한 데 이어 올해 5월 차적 편입을 요청했다. 

황산조차 30량의 적정성을 두고 코레일과 영풍·고려차량 측 입장이 엇갈린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되던 기술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서 영풍과 고려차량이 올해 5월 차적 편입을 요청하는 등 코레일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차적 편입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열차와 호환성 입증 어려워
사문화된 국토부 내규···권고일 뿐?

이에 영풍 측은 “앞서 차적에 편입된 20량과 동일한 모델임에도 코레일 측이 자사의 ‘권고사항 미이행’이라는 이유로 계속 차적 편입을 미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사규를 위반하면서 스스로 재갈을 물게 됐다. 코레일은 앞서 영풍 황산조차 20량을 차적 편입하는 과정서 차량제작설명서를 제시하지 않는 등 자사 사규를 위반한 것을 시인했다. 

코레일이 영풍의 추가 발주한 30량의 차적 편입을 미룰 경우 “기존 황산조차 20량 운행은 되고, 추가 편입은 안 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코레일 측은 “사고 우려 등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30량의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 이미 도입한 20량과 편입을 검토하는 30량 중 각 2량 정도를 기존에 운행해온 황산조차 화차와 혼합 조성해 제동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표준사양서에도 맞지 않는 중국산 화차에 관해 코레일이 차적 편입해준 것은 “영풍에 특혜를 줬거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내규인 ‘사유화차 취급 및 유지보수 지침’에 따라 부적합한 중국산 화차는 차적을 주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사규를 어긴 것은 맞다”면서도 “국토부령으로 상위법에 해당하는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이 시행되면서 해당 내규가 사문화됐다”고 해명했다.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에 따르면 철도차량 발주자(소유자)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 발주자는 차량 설계, 제작, 완성검사, 시운전 시 운영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최대한 반영’이라는 점이다. 시행령을 법리적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권고일 뿐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소유주가 표준사양서에 맞지 않게 화차를 제작했더라도, 절차에 따라 검사를 통과해 차적을 편입해달라고 요구하면 제재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산조차 20량 제작 당시 철도연서 형식, 제작자 승인, 성능시험 등을 모두 통과했다”며 “근거 없이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전관 개입?
카르텔 의혹

그러면서 “신규 제작한 황산조차가 실제 운행을 하면서 ‘휠 플랜지 편마모 현상’ 등 위험징후가 나타났다고 했는데, 확인 결과 기준치 이내였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코레일 표준사양서를 지켜가며, 화차 부품과 완성차를 만든 국내 업체가 중국산 화차에 밀려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토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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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