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번갯불 콩 굽듯’ 유유제약 정리해고 흑막

성과 없는 황태자 혁신 내세운 꼼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유제약이 영업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부 대행업체를 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중이 표면화된 모양새다. 다만 절차를 건너뛴 채 성급히 추진된 조직개편 작업은 작지 않은 문제를 양산했다. 홀대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잡음이 새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4일, 유유제약 측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경영 체제 전환 안내(이하 안내문)’라는 글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해당 문서 작성자인 유원상·박노용 대표이사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유유제약 구성원이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집토끼 
내치다

더불어 최고 경영진은 해당 글에서 과감한 혁신과 적응력 극대화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사항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실질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모든 부서는 경영상 약점과 개선점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두 사람이 혁신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핵심 추진 안건은 ‘수탁개발생산(CDMO) 비즈니스’ 강화였다. 기존의 단순한 수탁생산이 아닌 연구·개발·임상·생산 등을 총망라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힘을 쏟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ODM(제조사 개발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이 안내문의 핵심처럼 비춰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의 이목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에 집중된 건 아니었다. 


몇몇 영업사원에게는 한 줄 남짓 분량으로 적힌 “영업과 마케팅에는 혁신적 구조변화를 통해 제약업계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문구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 ‘판매대행업체(CSO)’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이 개편됨을 암시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던 까닭이다. 

CSO는 제약 영업을 위탁받아 판매행위를 하는 도매상을 뜻한다. 제약사와 CSO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면 제약사는 자사에서 취급하는 특정 품목에 대한 영업권을 CSO에 위탁하고 수수료를 제공한다. CSO를 활용하면 인건비를 줄이고, 판매 및 관리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중소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CSO를 통한 영업 비중을 키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앞서 유유제약 영업조직에서 목격된 변화의 조짐은, 안내문에 적힌 영업과 마케팅의 구조변화라는 문구를 CSO와 연결 짓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유유제약은 안내문이 공개되기 일주일 전, 약국사업부 운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였다. 이는 사내 3대 영업조직(종합병원사업부·의원사업부·약국사업부) 가운데 한 곳이 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뜻했다.

예상대로 CSO가 의원사업부를 대체하는 구도가 표면화된다면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CSO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기존 사내 영업조직은 입지 축소가 불가피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측이 현실로 되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반나절 남짓에 불과했다.

하루아침 
파리 목숨


지난 4일 오후경 유유제약 영업기획팀 팀장은 의원사업부 지점장을 대상으로 영업사원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해 본사 측 입장을 발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사업부를 12월31일까지 유지한다는 게 기본 골자였다.

사측은 메시지를 통해 오는 12월31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의원사업부 소속 영업사원에 국한해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내달 30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에 한해 2개월 치 위로금(일비 등 영업활동비 제외)을 지급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내달 30일을 넘겨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은 권고사직만 인정하고, 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눈여겨볼 부분은 CSO 활용 여부에 관한 언급이 일체 없었던 안내문과 달리, 영업기획팀 팀장이 지점장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CSO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의원사업부 소속 직원이 퇴사 후 CSO로 활동하면 기존 담당지역 내 병·의원에 대한 영업권과 신제품 출시 시 우선 판매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진 것이다.

본사의 방침대로 퇴직 처리가 진행될 시 유유제약 영업부서는 올해 말까지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여명으로 운영됐던 약국사업부가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80명 규모로 구성된 의원사업부마저 해산될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정규직 직원(336명) 가운데 30%가량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120여명으로 꾸려졌던 영업 부문은 종합병원사업부에 속한 20여명을 휘하에 둔 소규모 조직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시작된 인력 구조조정   
영업직 80% 순식간에… 

유유제약 관계자는 “영업조직을 개편하는 절차는 CSO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며 “종합병원사업부는 변동이 없고, 기존 의원사업부 직원의 경우 퇴사 후 CSO 사업자를 내면 회사와 거래에 있어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사내 영업 부문 축소 계획이 사실상 본사의 일방적인 인력 정리해고 수순쯤으로 비춰진다는 데 있다. 몇몇 의원사업부 직원은 지난 4일 이전까지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 상태다.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을 CSO로 전환할 시 동종업계에서는 회사의 방침을 충실히 설명하고 퇴사를 결정한 영업사원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유유제약은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직을 종용하고, 불복 시 뒤따르게 될 불이익만 부각시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부진한 경영 성과를 덮는 차원에서 사내 영업조직 축소를 결정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신약 개발 성과와 나날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실에서 비용 절감 카드로 정리해고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의 중심에는 회사의 실질적인 후계자인 유원상 대표가 서 있다.

유유제약은 수년 전부터 유원상 대표를 축으로 하는 오너 3세 체제를 가동 중이다. 유원상 대표의 부친인 유승필 회장이 2021년 5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고, 현재는 유원상 대표와 전문경영인인 박노용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진이 꾸려져 있다.


경영진
일방 결정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유원상 대표는 뉴욕 메릴린치 증권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를 거쳐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했다.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9년 대표이사 부사장, 2020년 4월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며 착실히 보폭을 넓혀왔다.

유원상 대표는 지배력 측면에서도 가장 높은 곳을 점유한 상태다. 그는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지분 13.75%(보통주 237만2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의 총합은 33.59%(보통주 580만6385주)다.

유유제약은 유원상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 물질 ‘YP-P10’,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후보 물질 ‘UCLA-MS’,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 ‘YY-DUT’ 등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면서 R&D 투자를 대폭 늘렸다. 

실제로 유원상 대표가 취임했던 2019년에 약 22억원이었던 R&D 비용은 지난해 98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2.4%에서 9.2%로 4배 가까이 커졌다.

다만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YP-P10’은 임상 1/2상 투약 종료 시점인 12주차에서 1차 평가지표인 TCSS(총각막염색지수)와 ODS(안구 불편감)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음에도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성을 확보하지 못해 임상에 실패했다.


나머지 신약 개발 프로젝트 역시 갈 길이 멀다. 개발 중인 탈모치료제의 경우 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라는 점에서 임상 실패로 인한 파이프라인의 축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고,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의 경우 아직 임상단계조차 진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유유제약의 주요 실적지표가 하향세를 나타내면서 유원상 대표의 경영 능력을 향한 의구심은 한층 커지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1389억원의 매출과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이 20.1% 증가했을 뿐,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

덮고자
칼 뽑았나

매출 상승에도 적자로 돌아선 건 R&D 비용 부담과 함께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된 여파다. 유유제약의 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24억원에서 47억원으로 95.8%나 급증했다. 그나마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20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5억7200만원) 대비 3.4배 증가했다는 게 위안거리다. 다만 지난해 1분기 기준 82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이 1년 새 375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상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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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