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번갯불 콩 굽듯’ 유유제약 정리해고 흑막

성과 없는 황태자 혁신 내세운 꼼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유제약이 영업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부 대행업체를 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중이 표면화된 모양새다. 다만 절차를 건너뛴 채 성급히 추진된 조직개편 작업은 작지 않은 문제를 양산했다. 홀대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잡음이 새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4일, 유유제약 측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경영 체제 전환 안내(이하 안내문)’라는 글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해당 문서 작성자인 유원상·박노용 대표이사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유유제약 구성원이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집토끼 
내치다

더불어 최고 경영진은 해당 글에서 과감한 혁신과 적응력 극대화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사항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실질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모든 부서는 경영상 약점과 개선점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두 사람이 혁신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핵심 추진 안건은 ‘수탁개발생산(CDMO) 비즈니스’ 강화였다. 기존의 단순한 수탁생산이 아닌 연구·개발·임상·생산 등을 총망라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힘을 쏟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ODM(제조사 개발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이 안내문의 핵심처럼 비춰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의 이목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에 집중된 건 아니었다. 

몇몇 영업사원에게는 한 줄 남짓 분량으로 적힌 “영업과 마케팅에는 혁신적 구조변화를 통해 제약업계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문구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 ‘판매대행업체(CSO)’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이 개편됨을 암시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던 까닭이다. 

CSO는 제약 영업을 위탁받아 판매행위를 하는 도매상을 뜻한다. 제약사와 CSO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면 제약사는 자사에서 취급하는 특정 품목에 대한 영업권을 CSO에 위탁하고 수수료를 제공한다. CSO를 활용하면 인건비를 줄이고, 판매 및 관리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중소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CSO를 통한 영업 비중을 키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앞서 유유제약 영업조직에서 목격된 변화의 조짐은, 안내문에 적힌 영업과 마케팅의 구조변화라는 문구를 CSO와 연결 짓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유유제약은 안내문이 공개되기 일주일 전, 약국사업부 운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였다. 이는 사내 3대 영업조직(종합병원사업부·의원사업부·약국사업부) 가운데 한 곳이 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뜻했다.

예상대로 CSO가 의원사업부를 대체하는 구도가 표면화된다면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CSO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기존 사내 영업조직은 입지 축소가 불가피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측이 현실로 되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반나절 남짓에 불과했다.

하루아침 
파리 목숨

지난 4일 오후경 유유제약 영업기획팀 팀장은 의원사업부 지점장을 대상으로 영업사원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해 본사 측 입장을 발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사업부를 12월31일까지 유지한다는 게 기본 골자였다.

사측은 메시지를 통해 오는 12월31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의원사업부 소속 영업사원에 국한해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내달 30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에 한해 2개월 치 위로금(일비 등 영업활동비 제외)을 지급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내달 30일을 넘겨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은 권고사직만 인정하고, 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눈여겨볼 부분은 CSO 활용 여부에 관한 언급이 일체 없었던 안내문과 달리, 영업기획팀 팀장이 지점장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CSO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의원사업부 소속 직원이 퇴사 후 CSO로 활동하면 기존 담당지역 내 병·의원에 대한 영업권과 신제품 출시 시 우선 판매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진 것이다.

본사의 방침대로 퇴직 처리가 진행될 시 유유제약 영업부서는 올해 말까지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여명으로 운영됐던 약국사업부가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80명 규모로 구성된 의원사업부마저 해산될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정규직 직원(336명) 가운데 30%가량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120여명으로 꾸려졌던 영업 부문은 종합병원사업부에 속한 20여명을 휘하에 둔 소규모 조직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시작된 인력 구조조정   
영업직 80% 순식간에… 

유유제약 관계자는 “영업조직을 개편하는 절차는 CSO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며 “종합병원사업부는 변동이 없고, 기존 의원사업부 직원의 경우 퇴사 후 CSO 사업자를 내면 회사와 거래에 있어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사내 영업 부문 축소 계획이 사실상 본사의 일방적인 인력 정리해고 수순쯤으로 비춰진다는 데 있다. 몇몇 의원사업부 직원은 지난 4일 이전까지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 상태다.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을 CSO로 전환할 시 동종업계에서는 회사의 방침을 충실히 설명하고 퇴사를 결정한 영업사원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유유제약은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직을 종용하고, 불복 시 뒤따르게 될 불이익만 부각시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부진한 경영 성과를 덮는 차원에서 사내 영업조직 축소를 결정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신약 개발 성과와 나날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실에서 비용 절감 카드로 정리해고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의 중심에는 회사의 실질적인 후계자인 유원상 대표가 서 있다.

유유제약은 수년 전부터 유원상 대표를 축으로 하는 오너 3세 체제를 가동 중이다. 유원상 대표의 부친인 유승필 회장이 2021년 5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고, 현재는 유원상 대표와 전문경영인인 박노용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진이 꾸려져 있다.

경영진
일방 결정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유원상 대표는 뉴욕 메릴린치 증권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를 거쳐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했다.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9년 대표이사 부사장, 2020년 4월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며 착실히 보폭을 넓혀왔다.

유원상 대표는 지배력 측면에서도 가장 높은 곳을 점유한 상태다. 그는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지분 13.75%(보통주 237만2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의 총합은 33.59%(보통주 580만6385주)다.

유유제약은 유원상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 물질 ‘YP-P10’,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후보 물질 ‘UCLA-MS’,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 ‘YY-DUT’ 등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면서 R&D 투자를 대폭 늘렸다. 

실제로 유원상 대표가 취임했던 2019년에 약 22억원이었던 R&D 비용은 지난해 98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2.4%에서 9.2%로 4배 가까이 커졌다.

다만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YP-P10’은 임상 1/2상 투약 종료 시점인 12주차에서 1차 평가지표인 TCSS(총각막염색지수)와 ODS(안구 불편감)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음에도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성을 확보하지 못해 임상에 실패했다.

나머지 신약 개발 프로젝트 역시 갈 길이 멀다. 개발 중인 탈모치료제의 경우 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라는 점에서 임상 실패로 인한 파이프라인의 축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고,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의 경우 아직 임상단계조차 진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유유제약의 주요 실적지표가 하향세를 나타내면서 유원상 대표의 경영 능력을 향한 의구심은 한층 커지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1389억원의 매출과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이 20.1% 증가했을 뿐,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

덮고자
칼 뽑았나

매출 상승에도 적자로 돌아선 건 R&D 비용 부담과 함께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된 여파다. 유유제약의 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24억원에서 47억원으로 95.8%나 급증했다. 그나마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20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5억7200만원) 대비 3.4배 증가했다는 게 위안거리다. 다만 지난해 1분기 기준 82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이 1년 새 375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상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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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