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번갯불 콩 굽듯’ 유유제약 정리해고 흑막

성과 없는 황태자 혁신 내세운 꼼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유제약이 영업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부 대행업체를 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중이 표면화된 모양새다. 다만 절차를 건너뛴 채 성급히 추진된 조직개편 작업은 작지 않은 문제를 양산했다. 홀대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잡음이 새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4일, 유유제약 측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경영 체제 전환 안내(이하 안내문)’라는 글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해당 문서 작성자인 유원상·박노용 대표이사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유유제약 구성원이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집토끼 
내치다

더불어 최고 경영진은 해당 글에서 과감한 혁신과 적응력 극대화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사항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실질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모든 부서는 경영상 약점과 개선점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두 사람이 혁신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핵심 추진 안건은 ‘수탁개발생산(CDMO) 비즈니스’ 강화였다. 기존의 단순한 수탁생산이 아닌 연구·개발·임상·생산 등을 총망라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힘을 쏟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ODM(제조사 개발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이 안내문의 핵심처럼 비춰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의 이목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에 집중된 건 아니었다. 


몇몇 영업사원에게는 한 줄 남짓 분량으로 적힌 “영업과 마케팅에는 혁신적 구조변화를 통해 제약업계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문구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 ‘판매대행업체(CSO)’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이 개편됨을 암시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던 까닭이다. 

CSO는 제약 영업을 위탁받아 판매행위를 하는 도매상을 뜻한다. 제약사와 CSO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면 제약사는 자사에서 취급하는 특정 품목에 대한 영업권을 CSO에 위탁하고 수수료를 제공한다. CSO를 활용하면 인건비를 줄이고, 판매 및 관리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중소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CSO를 통한 영업 비중을 키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앞서 유유제약 영업조직에서 목격된 변화의 조짐은, 안내문에 적힌 영업과 마케팅의 구조변화라는 문구를 CSO와 연결 짓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유유제약은 안내문이 공개되기 일주일 전, 약국사업부 운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였다. 이는 사내 3대 영업조직(종합병원사업부·의원사업부·약국사업부) 가운데 한 곳이 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뜻했다.

예상대로 CSO가 의원사업부를 대체하는 구도가 표면화된다면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CSO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기존 사내 영업조직은 입지 축소가 불가피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측이 현실로 되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반나절 남짓에 불과했다.

하루아침 
파리 목숨


지난 4일 오후경 유유제약 영업기획팀 팀장은 의원사업부 지점장을 대상으로 영업사원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해 본사 측 입장을 발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사업부를 12월31일까지 유지한다는 게 기본 골자였다.

사측은 메시지를 통해 오는 12월31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의원사업부 소속 영업사원에 국한해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내달 30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에 한해 2개월 치 위로금(일비 등 영업활동비 제외)을 지급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내달 30일을 넘겨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은 권고사직만 인정하고, 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눈여겨볼 부분은 CSO 활용 여부에 관한 언급이 일체 없었던 안내문과 달리, 영업기획팀 팀장이 지점장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CSO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의원사업부 소속 직원이 퇴사 후 CSO로 활동하면 기존 담당지역 내 병·의원에 대한 영업권과 신제품 출시 시 우선 판매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진 것이다.

본사의 방침대로 퇴직 처리가 진행될 시 유유제약 영업부서는 올해 말까지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여명으로 운영됐던 약국사업부가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80명 규모로 구성된 의원사업부마저 해산될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정규직 직원(336명) 가운데 30%가량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120여명으로 꾸려졌던 영업 부문은 종합병원사업부에 속한 20여명을 휘하에 둔 소규모 조직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시작된 인력 구조조정   
영업직 80% 순식간에… 

유유제약 관계자는 “영업조직을 개편하는 절차는 CSO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며 “종합병원사업부는 변동이 없고, 기존 의원사업부 직원의 경우 퇴사 후 CSO 사업자를 내면 회사와 거래에 있어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사내 영업 부문 축소 계획이 사실상 본사의 일방적인 인력 정리해고 수순쯤으로 비춰진다는 데 있다. 몇몇 의원사업부 직원은 지난 4일 이전까지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 상태다.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을 CSO로 전환할 시 동종업계에서는 회사의 방침을 충실히 설명하고 퇴사를 결정한 영업사원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유유제약은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직을 종용하고, 불복 시 뒤따르게 될 불이익만 부각시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부진한 경영 성과를 덮는 차원에서 사내 영업조직 축소를 결정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신약 개발 성과와 나날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실에서 비용 절감 카드로 정리해고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의 중심에는 회사의 실질적인 후계자인 유원상 대표가 서 있다.

유유제약은 수년 전부터 유원상 대표를 축으로 하는 오너 3세 체제를 가동 중이다. 유원상 대표의 부친인 유승필 회장이 2021년 5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고, 현재는 유원상 대표와 전문경영인인 박노용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진이 꾸려져 있다.


경영진
일방 결정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유원상 대표는 뉴욕 메릴린치 증권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를 거쳐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했다.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9년 대표이사 부사장, 2020년 4월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며 착실히 보폭을 넓혀왔다.

유원상 대표는 지배력 측면에서도 가장 높은 곳을 점유한 상태다. 그는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지분 13.75%(보통주 237만2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의 총합은 33.59%(보통주 580만6385주)다.

유유제약은 유원상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 물질 ‘YP-P10’,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후보 물질 ‘UCLA-MS’,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 ‘YY-DUT’ 등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면서 R&D 투자를 대폭 늘렸다. 

실제로 유원상 대표가 취임했던 2019년에 약 22억원이었던 R&D 비용은 지난해 98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2.4%에서 9.2%로 4배 가까이 커졌다.

다만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YP-P10’은 임상 1/2상 투약 종료 시점인 12주차에서 1차 평가지표인 TCSS(총각막염색지수)와 ODS(안구 불편감)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음에도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성을 확보하지 못해 임상에 실패했다.


나머지 신약 개발 프로젝트 역시 갈 길이 멀다. 개발 중인 탈모치료제의 경우 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라는 점에서 임상 실패로 인한 파이프라인의 축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고,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의 경우 아직 임상단계조차 진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유유제약의 주요 실적지표가 하향세를 나타내면서 유원상 대표의 경영 능력을 향한 의구심은 한층 커지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1389억원의 매출과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이 20.1% 증가했을 뿐,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

덮고자
칼 뽑았나

매출 상승에도 적자로 돌아선 건 R&D 비용 부담과 함께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된 여파다. 유유제약의 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24억원에서 47억원으로 95.8%나 급증했다. 그나마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20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5억7200만원) 대비 3.4배 증가했다는 게 위안거리다. 다만 지난해 1분기 기준 82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이 1년 새 375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상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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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