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번갯불 콩 굽듯’ 유유제약 정리해고 흑막

성과 없는 황태자 혁신 내세운 꼼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유제약이 영업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부 대행업체를 활용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중이 표면화된 모양새다. 다만 절차를 건너뛴 채 성급히 추진된 조직개편 작업은 작지 않은 문제를 양산했다. 홀대 수준을 넘어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잡음이 새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4일, 유유제약 측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경영 체제 전환 안내(이하 안내문)’라는 글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해당 문서 작성자인 유원상·박노용 대표이사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유유제약 구성원이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집토끼 
내치다

더불어 최고 경영진은 해당 글에서 과감한 혁신과 적응력 극대화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사항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실질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모든 부서는 경영상 약점과 개선점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두 사람이 혁신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핵심 추진 안건은 ‘수탁개발생산(CDMO) 비즈니스’ 강화였다. 기존의 단순한 수탁생산이 아닌 연구·개발·임상·생산 등을 총망라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힘을 쏟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ODM(제조사 개발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이 안내문의 핵심처럼 비춰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의 이목이 CDMO 비즈니스 강화 계획에 집중된 건 아니었다. 


몇몇 영업사원에게는 한 줄 남짓 분량으로 적힌 “영업과 마케팅에는 혁신적 구조변화를 통해 제약업계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문구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 ‘판매대행업체(CSO)’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이 개편됨을 암시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던 까닭이다. 

CSO는 제약 영업을 위탁받아 판매행위를 하는 도매상을 뜻한다. 제약사와 CSO 사이에 계약이 체결되면 제약사는 자사에서 취급하는 특정 품목에 대한 영업권을 CSO에 위탁하고 수수료를 제공한다. CSO를 활용하면 인건비를 줄이고, 판매 및 관리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중소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CSO를 통한 영업 비중을 키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앞서 유유제약 영업조직에서 목격된 변화의 조짐은, 안내문에 적힌 영업과 마케팅의 구조변화라는 문구를 CSO와 연결 짓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유유제약은 안내문이 공개되기 일주일 전, 약국사업부 운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였다. 이는 사내 3대 영업조직(종합병원사업부·의원사업부·약국사업부) 가운데 한 곳이 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뜻했다.

예상대로 CSO가 의원사업부를 대체하는 구도가 표면화된다면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CSO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기존 사내 영업조직은 입지 축소가 불가피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측이 현실로 되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반나절 남짓에 불과했다.

하루아침 
파리 목숨


지난 4일 오후경 유유제약 영업기획팀 팀장은 의원사업부 지점장을 대상으로 영업사원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해 본사 측 입장을 발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사업부를 12월31일까지 유지한다는 게 기본 골자였다.

사측은 메시지를 통해 오는 12월31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의원사업부 소속 영업사원에 국한해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내달 30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에 한해 2개월 치 위로금(일비 등 영업활동비 제외)을 지급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내달 30일을 넘겨 사직서를 제출한 영업사원은 권고사직만 인정하고, 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눈여겨볼 부분은 CSO 활용 여부에 관한 언급이 일체 없었던 안내문과 달리, 영업기획팀 팀장이 지점장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CSO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의원사업부 소속 직원이 퇴사 후 CSO로 활동하면 기존 담당지역 내 병·의원에 대한 영업권과 신제품 출시 시 우선 판매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해진 것이다.

본사의 방침대로 퇴직 처리가 진행될 시 유유제약 영업부서는 올해 말까지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여명으로 운영됐던 약국사업부가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80명 규모로 구성된 의원사업부마저 해산될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정규직 직원(336명) 가운데 30%가량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120여명으로 꾸려졌던 영업 부문은 종합병원사업부에 속한 20여명을 휘하에 둔 소규모 조직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시작된 인력 구조조정   
영업직 80% 순식간에… 

유유제약 관계자는 “영업조직을 개편하는 절차는 CSO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며 “종합병원사업부는 변동이 없고, 기존 의원사업부 직원의 경우 퇴사 후 CSO 사업자를 내면 회사와 거래에 있어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사내 영업 부문 축소 계획이 사실상 본사의 일방적인 인력 정리해고 수순쯤으로 비춰진다는 데 있다. 몇몇 의원사업부 직원은 지난 4일 이전까지 권고사직 처리와 관련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 상태다.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을 CSO로 전환할 시 동종업계에서는 회사의 방침을 충실히 설명하고 퇴사를 결정한 영업사원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유유제약은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직을 종용하고, 불복 시 뒤따르게 될 불이익만 부각시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부진한 경영 성과를 덮는 차원에서 사내 영업조직 축소를 결정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신약 개발 성과와 나날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실에서 비용 절감 카드로 정리해고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의 중심에는 회사의 실질적인 후계자인 유원상 대표가 서 있다.

유유제약은 수년 전부터 유원상 대표를 축으로 하는 오너 3세 체제를 가동 중이다. 유원상 대표의 부친인 유승필 회장이 2021년 5월 대표이사에서 사임했고, 현재는 유원상 대표와 전문경영인인 박노용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진이 꾸려져 있다.


경영진
일방 결정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유원상 대표는 뉴욕 메릴린치 증권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를 거쳐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했다.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9년 대표이사 부사장, 2020년 4월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며 착실히 보폭을 넓혀왔다.

유원상 대표는 지배력 측면에서도 가장 높은 곳을 점유한 상태다. 그는 올해 1분기 기준 유유제약 지분 13.75%(보통주 237만2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의 총합은 33.59%(보통주 580만6385주)다.

유유제약은 유원상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 물질 ‘YP-P10’,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후보 물질 ‘UCLA-MS’,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 ‘YY-DUT’ 등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면서 R&D 투자를 대폭 늘렸다. 

실제로 유원상 대표가 취임했던 2019년에 약 22억원이었던 R&D 비용은 지난해 98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2.4%에서 9.2%로 4배 가까이 커졌다.

다만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YP-P10’은 임상 1/2상 투약 종료 시점인 12주차에서 1차 평가지표인 TCSS(총각막염색지수)와 ODS(안구 불편감)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음에도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성을 확보하지 못해 임상에 실패했다.


나머지 신약 개발 프로젝트 역시 갈 길이 멀다. 개발 중인 탈모치료제의 경우 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라는 점에서 임상 실패로 인한 파이프라인의 축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고,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의 경우 아직 임상단계조차 진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유유제약의 주요 실적지표가 하향세를 나타내면서 유원상 대표의 경영 능력을 향한 의구심은 한층 커지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1389억원의 매출과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이 20.1% 증가했을 뿐,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

덮고자
칼 뽑았나

매출 상승에도 적자로 돌아선 건 R&D 비용 부담과 함께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된 여파다. 유유제약의 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24억원에서 47억원으로 95.8%나 급증했다. 그나마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20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5억7200만원) 대비 3.4배 증가했다는 게 위안거리다. 다만 지난해 1분기 기준 82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이 1년 새 375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상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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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