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당한 교육청 시스템 허점

“검찰·법원이 차라리 공정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교권회복을 위해 현직 교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러면서 숨겨져 있던 사건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야 국회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그사이 교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중심에는 교육청이 있다.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아서다. 

5년 전, 광주의 한 고등학교 A 교사는 직위해제를 당했다. 성비위 의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그를 내몬 것은 2명의 학생이 한 짧은 진술이었다. 오랜 기간 싸운 끝에 무죄를 선고받고, 간신히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었지만, 억울함을 풀기 위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긴 시간 학교와 교육청은 교사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죄를 물었다.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한 시스템상의 문제였다. 

전수조사
그 이후…

기말고사가 막 끝난 2018년 7월 말, 광주의 한 고등학교서 임시 교무회의가 열렸다. 부장 교사들과 교장이 회의하고 난 뒤 오후에 교직원 전체회의가 이뤄졌다. 성비위 정보가 들어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교사들이 도대체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는 말이 나왔다. 학교 측은 즉시 경찰에 정식 수사 의뢰했고, 교육청서 2차 전수조사도 나온다고 했다. 

제보 과정도 수상했다. 사건 초기 학교 측이 교육청에 보고한 서류에는 학생회 학생들이 찾아와 신고했다고 돼 있지만, 시의회에 보고한 내용에는 최초 신고자가 여교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교감 역시 경찰의 조사 과정서 여교사가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신고 후 교육청은 특별조사단을 꾸렸다. 이후 정책기획관서 감사관실에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관실은 16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이사회는 관련 교사 16명을 직위해제하는 건을 의결해버렸다. 


“전수조사를 학교 자체서 먼저 한 게 문제라고 본다. 매뉴얼상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교사를 즉각 신고하는 게 맞다. 교육청의 전수조사도 매뉴얼과 규정에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담당 장학사가 교장에게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수상한 부분은 전수조사 이후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광주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광주광역시교육청 학생 성폭력 사안 처리 방법 문건을 살펴보면 어디에도 전수조사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성폭력 발생 시 신고 방법은 상담 후 피해 학생 또는 보호자가 사건 수사를 원하는 경우와 원하지 않는 경우를 나눠 신고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또 학교 측에서 학교폭력 사안 접수 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바라기 센터에 공문을 제출하도록 명시돼있다. 

전수조사 이후 전체 남자 교사 중 절반이 넘는 교사가 성비위 교사로 분류됐다. 이 중 19명은 직위해제가 이뤄졌고,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 A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과정도, 결과 처리 방식도 불투명했던 전수조사가 낳은 결과였다.

B 학생과 C 학생의 진술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교육청도 해당 사안에 대해 당장 분리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광주시교육청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 운영회의의 발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성비위 의혹…바로 직위해제
5년 긴 소송 끝 무죄에도 징계

원칙대로 분리해야 하지만, 의혹이 발생한 33명에 달하는 인원을 분리 조치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과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고 학교 운영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위해제 역시 수사 개시 이후에 통보돼야 한다는 것. 


결국 A 교사를 포함에 16명만 분리 조치가 됐고, 여교사 4명을 포함한 17명은 분리 조치되지 않았다. 그러나 2번의 전수조사 이후 A 교사를 비롯한 다른 교사들은 곧바로 사실 확인, 소명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분리 조치, 직위해제,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A 교사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 펼쳐졌다. 

분리 조치는 교육청의 감사관실서 진행된 사안인데도 교육청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해당 사안을 담당한 체육복지건강과 장학사가 작성하고 교육청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광주의 거의 모든 학교에 공문으로 보냈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절차를 무시하고 자기들 임의대로 신속하게 처리한 것 자체가 시스템의 문제다. 이것까지 양보한다고 해도 당시 분위기 때문에 무혐의가 나온 교사들을 몽땅 징계한 경우는 아마 우리나라 어느 기관을 찾아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자체가 교육청 스스로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는 반증인 셈이다.”

이른바 스쿨 미투가 터지면 교육청서 사안을 확인한 뒤,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주고, 사안을 따져 직위해제를 하는 게 절차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했다. A 교사는 장학사의 입김이 센 구조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가 전수조사를 교육청서 실시한 이유도 장학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범인
지옥 같은 시간

통상 장학사는 교육 전문직이지만, 학교의 행정 지휘, 직접적인 명령권은 없다. 다만 학교를 시찰하고 평가하는 권한을 가진다. 단순히 시찰·평가의 권한을 가진 것을 생각했을 때만 놓고 보면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게 온당치 않다고 보인다. 장학사는 행정적인 면에서 최상위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장학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파워가 결정된다. 직급이 높은데도 행정 출신 팀장이 장학사에게 꼼짝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민원이 들어왔을 때도 제대로 처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돼있지 않다.”

이후 A 교사는 5년간 싸움에 휘말려왔다. 자비를 들여 힘들게 소송을 이어온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를 위해 120여장의 탄원서를 써준 제자와 학부모들도 힘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및 교육청과의 싸움이 남아 있었다.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학교에 복직했으나 이듬해 1월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이하 소청위)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죄를 받은 상태서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에 소청위에 가면 쉽게 끝날 줄 알았다. 소청위는 각급 학교 교원의 징계처분과 그 밖에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관한 소청심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교육부 소속기관이다.

하지만 소청위 역시 소명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다. A 교사를 포함한 4명의 교사들이 소청위를 찾아갔지만 한 사람당 주어진 소명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원래는 개인당 10분인데,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교육청 압박
소청위 외면

“순진했다. 억울한 교사의 말을 더 들어주고 위원들도 교사 출신이 많다고 해서 믿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대법원 주심처럼 담당이 그만하라고 했다. 전국의 여러 건을 모아서 하니까 얼마나 대충했겠느냐. 누구 한 명의 말을 들어주면 전체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소청위는 결국 교사들의 징계 건에 기각 처분을 내렸다. A 교사는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다시 재판에 돌입할 준비를 갖췄다. 징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조사 과정, 재판 과정서 진술이 번복된 학생 2명의 말로 시작한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학교나 교육청, 소청위서 들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법정까지, 행정소송까지 갈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경험은 반대다. 우리는 법원의 결과, 검찰의 수사를 비판한다. 내 경우에는 법원이 제일 공정했고, 다음은 검찰이 공정했다.”

A 교사는 학교와 임금과 관련해서도 민사소송을 벌였다. 학교서 징계받았던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급하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무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과 학교는 A 교사와 몇몇 교사를 여전히 죄인 취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는 전수조사를 지시했다는 당시 D 장학사에게 경위를 물었다. D 장학사는 전수조사를 지시한 게 본인임을 인정했다. 그는 “교육청 보고가 와 교장 선생님께 전수조사를 하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학교 자체적으로 일단 조사를 해보시라”고 말했다. 

혐의 확인 없이 학생 진술만
매뉴얼 따르지 않고 ‘맘대로’
“학교에 선생님 편은 없다”

이어 “신고가 들어옴과 동시에 학교서 사안이 발생하면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한다. 학교서 교육청으로 보고가 들어오면 어떤 사안인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서 학교에 먼저 나가 보는데, 학교 담당자와 관리자를 만나고 나서 사안이 전수조사가 필요한 경우 교육청서 사안 처리 컨설팅단이 학교로 가서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광주교육청에는 성인식팀이 없었고 사건 이후 생겼다. 따라서 해당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사학팀서 성비위 관련 사안을 주관했다. D 장학사는 2018년 3월 전수조사 매뉴얼이 이미 있던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명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대다수의 많은 교사가 연루돼있어 분리 조치가 당장 필요했다. 피해 학생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당시 분리해야 한다는 여성가족부 지침도 있었다. 또 다수 교사들이 관련돼있었기 때문에 성고충심의위원회를 학교서 개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심 신고만으로도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한 셈인데 신고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역시 교권을 보호할 제도 및 장치를 만들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 중이다. 교육부도 물리적 제제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고치는 등 대책을 내놨다. 또 최근 교권회복 및 보호 입법화 지원을 위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가 처음으로 열렸다.

지난 14일에는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서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서도 교사의 처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전제상 공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실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헌법상 엄격한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했을 때 법적 심판을 받는다는 시그널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직위해제 시 신중성 제고를 위한 절차적 규정이 마련돼야 하고, 아동학대처벌상의 조사 및 수사에 앞서 교육청 등 교육 전문가 의견 청취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내몰린
교사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일요시사>에 “교사들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지적하는 게 교원의 직위해제 요건을 개정하는 부분”이라며 “묻지마 민원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동복지법을 중심으로 장학사의 권한, 소청위의 시스템 등 심도 있게 근본적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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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