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결국 민생은 또 뒷전이다. 휴식기간을 갖는 동안 고민했던 지점은 어떻게 하면 상대당의 약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다. 정쟁은 국회 협의 과정서 필요하지만 소모적인 논쟁으로 양당의 관계는 더욱 멀어지고만 있다.
‘차라리 똥을 먹겠다’ ‘윤석열 대통령 쿠데타’ ‘마약 도취’ 등 연일 막말을 이어간 국회가 잠시 휴식기를 보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양당 대표를 제소하는 등 막말과 정쟁만 일삼았다. 민생은 실종됐고, 누가 더 못하는지 대결하는 싸움만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약 11개월간 쉴 틈 없이 달려왔지만, 좀처럼 잘한 일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휴식도 민주당이 소집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이뤄졌다. 민주당은 일단 이낙연 전 대표의 복귀 등 당내 사안으로 잠시 멈춤을 택했다.
소모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의 다른 정치적 셈법이 존재한다. 한쪽은 공세 수위를 한층 더 높이는 반면, 다른 한쪽은 방어를 위한 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비록 휴식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양당은 서로에게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휴전이 끝난 뒤에는 더욱 심한 정쟁이 펼쳐질 양상이다.
양당이 격돌 예정인 사안들은 크게 3가지로 ▲노란봉투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결과 ▲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민주당 및 야당이 모두 손을 잡고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으로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게 주요 골자다.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부의란 국회 본회의서 안건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음을 뜻한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표결에 불참했다. 결국 재석 184명 중 찬성 178명, 반대 4명, 무효 2명으로 통과됐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직회부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자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서 오래 머물렀다는 이유로 당위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두고 “불법파업을 조장해 나라 경제를 저해한다”고 우려하며 반대 이유를 들었다.
노란봉투법, IAEA 보고서, 인사 청문회
하반기 여야 맞붙을 주요 사안들 보니…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이 상정되기 위해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정의당 등과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국민의힘이 달리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유일한 방어막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거부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대치를 이어갈 법안은 노란봉투법만 있는 게 아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두고서도 첨예한 대치가 예상된다.
패스트트랙의 지정 요건은 재적 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인데, 현재 167석인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총 183명이 공동발의해 조건을 충족시켰다.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 투표에서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재석 185표 중 찬성 184표, 반대 1표로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특별법의 취지와 피해자의 범위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퇴장해 표결에 임하지 않았다.
곧 다가올 임시회서도 여야는 해당 사안으로 강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두고 “이미 수사가 완료된 사안”이라며 특별법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한다. 반면 민주당은 “진상규명, 피해자 권리보장, 공동체 회복 지원을 위한 법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총선 직전까지도 해당 법안을 두고서 날 선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최장 180일, 본회의 심사 최장 60일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법안 통과 시 국민의힘에게 불리해진다. 특조위 직권으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가 수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물건 제출 명령, 동행 명령, 고발 및 수사 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등의 사안이 가능해진다. 또 특검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국회에 요청할 수도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상대방 약점만
민생은 뒷전, 끊임없이 정쟁만
온도 차가 극명한 또 다른 사안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다. 지난 5일 IAEA(국제원자력기구) 결과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격렬한 대치를 벌였다. 민주당은 ‘깡통 보고서’, 국민의힘은 ‘논란 종식’이라며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양당은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보고서가 공개 이후 여야는 각각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고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민주당은 밤샘 철야농성까지 돌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밤샘 농성 시간은 17시간이었다. 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로의 냉각 기능이 마비돼 노심용융(멜트다운)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오염수와 관련된 사안은 앞으로도 여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총선은 물론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야당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이 이르면 다음 달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서도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와 함께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도 예고된 상태다. 인사청문회는 윤석열정부의 리스크 중 하나인 탓에 이번 개각 역시 장관보다는 차관 임명에 방점을 뒀다. 최대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신임 통일부 장관 내정자로 지목된 인물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로 민주당은 내정 직후부터 각종 문제를 제기해왔다.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김 교수가 오히려 북한과의 관계를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정부는 통일부를 확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 대화와 교류를 뒤로 밀고, 정세 분석 등을 앞세울 예정이다. 민주당은 김 교수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 보고서 채택 역시 난항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헛심 공방
사실상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두고도 민주당서 여러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이 전 수석 역시 끝까지 버틴 뒤, 청문회에 등판할 경우 여야의 대립은 한층 더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 정치의 실종으로 국회는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쌓여있는 민생 현안은 한 가득인데, 도무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당 지키기에만 여전히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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