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이색정치' 풀스토리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02 0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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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통정치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안철수 후보의 대선행보가 연일 화제다. 기성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안 후보의 신선한 이색행보를 통해 해소되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경험 부족을 안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라는 지적이다. 안 후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지우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유권자의 갈증을 해소하는 안 후보의 이색정치 풀스토리를 엮어 보았다. 

지난달 9월19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 공식석상에는 모두 세 사람이 올라왔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 사회를 담당한 유민영 대변인, 당사자인 안 후보, 그리고 안 원장의 발언을 전하는 수화통역사가 그들이다. 그동안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장면으로, 이날 안 후보와 함께 수화통역사는 기자회견장의 눈길을 끌었다.

잔디밭 기자회견

한국농아인협회는 안 후보의 대선출마 기자회견 당시 수화통역사가 배치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울 충정로 구세군 아트홀에서 열린 안 후보의 대선출마 기자회견에는 서울농아인협회 소속의 이민언 수화통역사가 배석해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통역을 실시간으로 진행했다.

협회는 지난 9월20일 성명서를 통해 "평소 정보 접근권에 극심한 차별을 겪고 있는 우리 35만 농아인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묻어난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환영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 원장이 기자회견장에 수화통역사를 등장시킨 것을 두고 SNS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트위터에서는 이와 관련한 리트윗 건수가 4분 만에 150회를 넘어섰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리안은(@wi***) "안철수씨의 대선출마선언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화통역사를 뒀다는 점이다"라며 "정치 입문객인 안철수가 어쩌면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정치프로보다 낫다"고 밝혔다.

또한 "대선출마선언을 이렇게 감동적이고 가슴 뛰면서 본 적이 있었던가"라면서 안 후보의 대선출마에 지지를 보냈다.

이날 안 후보의 대선출마선언을 두고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의 SNS에서는 대부분 "환영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안철수의 대선출마 선언문은 가식적이지 않아서 마음에 확 와 닿는다" "출마를 지지한다" "정치계 혁신이 부는 건가" "이제 시작이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의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안 후보의 대선출마 기자회견 후 처음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안 후보가 캠프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잔디밭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지난 9월21일 안 후보 측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선숙 전 의원이 자청한 장소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의원동산.


안 후보 측에 현역의원이 없어 통상 기자회견을 할 때 사용하는 국회 정론관을 사용하지 못해 부득이 '잔디밭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것이다.

출마선언 기자회견 '수화통역사' 최초 배치 눈길
선대본부 이름 '공모전' 후끈…실험정치 성공할까

이날 수십 명의 취재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몰려 아수라장을 연출했다고 한다. 혹여라도 박 전 의원의 말을 놓칠세라 기자들은 맨땅에 앉아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치다 노트북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일부 기자들은 "앞으로 기자회견을 할 때는 돗자리라도 준비해 달라"며 항의성 농담을 던졌다고 전해진다. 박 전 의원도 "자리가 참…. 편한 데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안 후보 캠프는 종로에 사무실을 계약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채비를 차렸다. 여의도가 아닌 종로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한 것도 '여의도정치'와 차별화하겠다는 안 후보의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캠프를 벤치마킹해 이곳 5층에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이 가능한 카페 분위기로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안 후보의 캠프는 장소뿐만 아니라 캠프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통창구를 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캠프 이름을 국민 공모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9월21일 안 후보의 공보를 담당하는 '안스피커' 페이스북은 "여러분, 안철수 캠프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새로운 변화, 진심, 혁신, 미래, 국민, 동행 등 좋은 생각을 담아주세요"라며 캠프 이름을 공모했다.

또한 "선정되신 분께는 안철수 후보를 만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라며 당근도 제시했다.

이날 공고 40여분 만에 접속자 수가 70만 명이 넘었으며, 댓글은 960여개가 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낳았다.

여기서는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의미의 안심과 안철수씨가 진심으로 할 것이라는 안심!'이라며 '안심(安心)캠프'를 추천한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안철수캠프' '우리캠프' '철수야, 놀자' '바른캠프' '편안캠프' 등 수많은 이름이 올라와 9월25일까지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즉석모임 제안도


이에 안 후보는 선거캠프 명칭 공모에 참여한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번개(즉석모임)'를 제안해 또 한 번 인터넷이 들썩였다.

지난 9월24일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는 "안녕하세요, 안철수입니다'라고 인사한 뒤 "대변인들이 제 허락도 안 받고 저를 만나는 걸 상품으로 걸었더라고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으며 등장했다.

그는 이어 "많은 제안들에 감사드리고, 좋은 제안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 번개 한번 할까요"라며 '깜짝 즉석 모임'을 제안했다.

이러한 일련의 '안철수식' 정치 행보는 실험적인 정치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안 후보의) 탈권위주의, 소통 강화를 통한 정치가 유권자에게는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이러한 실험 정치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앞으로 있을 선거 풍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도 이러한 안 후보의 이색적인 정치 행보로 인해 전달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어떠한 이색 행보로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고 참여를 끌어낼지 안 후보의 실험정치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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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