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소래포구 이용자의 ‘꽃게 다리 후기’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던 가운데 소래포구 상인들이 엎드려 사죄하면서 “바가지를 다시 씌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4일, 인천 남동구 소재의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상인회, 인천수협소래어촌계, 소래영남어시장 등에 가입돼있는 상인 100여명은 소래포구서 ‘고객 신뢰 회복’ ‘안전관리 철벽’ ‘위생 청결 준수’ 등의 문구가 달린 피켓을 들고 “정말 반성한다. 나부터 변화하는 지금 이 순간이 소래포구 변화의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소래포구 인근서 엎드려 사죄의 절을 올리기도 했다. 또 지속적인 자정교육과 자정대회를 통해 이전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전문 강사를 초청해 상인들을 대상으로 ▲소래포구 역사와 현실, 미래 전략과 상인정신 ▲원산지, 호객행위, 불법판매 행위, 최근 민원 사례 전파 및 대처방법 ▲이미지 개선 전략 등을 교육했다.
이날 소래포구 상인회 관계자는 “그동안 소래포구 어시장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자정대회를 마련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상인들이 더욱 노력해 고객들이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영철 소래어촌계장도 “이번 꽃게다리 사건으로 야기된 자정대회가 반성의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고, 신뢰를 쌓아 고객이 다시 찾는 소래포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장복 소래영남시장 회장은 “이번 자정대회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정말 반성하고, 지금부터 나부터 변화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정말 나부터 변화하는 지금 이 순간이 소래포구 변화의 첫 걸음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소래포구 상인들의 사죄와 자정대회 언론 보도를 접한 누리꾼들은 “결국 그동안 자기네들도 바가지였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거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두 번 하는 거 아니다. 자주 했던 퍼포먼스다” “가지 마라, 사지 마라고 해도 ‘아몰랑’들 때문에 저런 곳은 절대 안 변한다” 등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바가지 안 씌우겠다는 사죄 쇼를 할 게 아니라 국유지를 50년 동안 무단으로 점유하고 장사질 하고 있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다른 누리꾼은 “저분들은 죄가 없다. 다만 가는 사람이 죄인”이라며 오히려 소래포구를 찾는 방문객들을 비꼬기도 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소래포구서 꽃게를 구입했지만, 집에 오니 다리가 다 떨어져 있는 꽃게가 포장돼있었다는 후기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1일, 한 누리꾼은 ‘땡땡포구 꽃게 구입 후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간 인천 살면서 몇 년간 거들떠도 안 봤던 OO포구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왠지 가보고 싶길래 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건전한 마음으로 갔다가 입구 쪽 1만3000원짜리 생선구이를 먹었는데 속초의 1만5000원짜리보다 구성도 좋고 맛도 좋았다”며 “‘드디어 땡땡포구도 바뀌었구나’ 생각에 대야 안에 펄펄 뛰고 있는 꽃게를 사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집으로 왔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스박스를 확인한 A씨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다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 싱싱한 꽃게들을 골랐는데 제대로 다리가 달려 있는 꽃게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가님들, 꽃게는 얼음 채우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다리가 사라지느냐”고 반문하며 다리가 잘려나가 있는 6마리의 꽃게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A씨는 “참고로 아이스박스 안에 떨어진 다리는 없다”며 “나머지 한 박스도 사진은 없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회원님들 시간 되시면 사진 속의 꽃게 다리 좀 봐 달라. 웃음만 나온다. 내 생애엔 더 이상…(OO포구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해당 글이 베스트에 오르자 A씨는 지난 23일엔 ‘OO포구 꽃게 구입 후기를 쓴 호구;;;입니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그는 “속상한 마음에 보배 형님들께 푸념이나 늘어놓고자 글을 썼는데 일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며 “다시 한번 보배의 화력을 몸소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고 전했다.
이어 “지극히 평범한 저 같은 사람에게도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하루였다”면서도 “마음만 감사히 받고 더 이상 일을 키우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고 이쯤 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 같아선 더욱 더 공론화시켜 해당 업체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싶지만 제가 방문했던 생선구이점 같은 기분 좋은 가게까지 피해가 갈까 하는 염려도 있다”며 “OO포구 관계자께서도 도와주시겠다는 것으로 봐서 그쪽 분들도 인지하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내심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욕심일지 모르겠으나 부디 제 작은 경험담이 불씨가 되어 인천 남동구청, OO포구 수협분들이 더 노력해서 ‘OO포구 다녀왔다고 호구 소리는 듣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글 작성자의 의도와는 달리 보배 회원들은 업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것저OOOO’ 회원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 결국 이렇게 이슈가 된 이상 모든 업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업체 공개를 하지 않는 게 과연 모두의 피해를 막는 것인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지 심사숙고해봐야 할 것 같다”는 댓글은 404명의 추천을 받아 1등 베스트 댓글로 올라왔다. 2등 베스트 댓글도 “결론은 일이 커지니 겁이 난다‘는 내용이군요”(추천 수 358), 3등은 “자성의 목소리요? 풋! 퍽이나…”(추천 수 251) 댓글이 자리했다.
이 외에도 “해당 업체를 공개해야 그 집에 사람들이 안 갈 거 아닙니까?” “OO포구 양아치 짓이 1~2년이냐? 20년도 넘었다. 자기네들도 알 것이다. 절대 안 바뀌는 동네다” “장담컨대 절대 안 바뀐다. 그냥 재수 없었다 치거나 신경도 안 쓰고 돈 버는 데 혈안이라 더 악질적으로 행할 것이다. 어차피 한 달이면 잠잠해질 것” 등의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사실, 소래포구의 바가지 상술이나 ‘끼워 팔기’ 논란은 거의 해마다 불거졌다. 주로 시세보다 적은 양의 횟감을 포장해주거나 다른 생물을 추가해 그램 수를 맞추는 식으로 영업을 해왔던 탓이다. 상인들이 발 벗고 나서 자정대회를 개최한 만큼 이후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응대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인천 남동구는 지난 2013년 1월17일, 소래역사관서 소래포구 상인 70여명과 함께 소래포구의 호객행위 근절 등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소래포구는 앞서 지난 2020년에도 한 상점의 킹크랩 구매로 몸살을 앓았던 바 있다.
2월7일, 해당 상점 아들이라고 밝힌 한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회원은 “소비 요구에 비해 킹크랩 물량이 딸려 도저히 저렴하게 판매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게를 도매가에 회원들에게 팔았다”며 “근데 다리 10개가 다 달린 대게가 아닌 1~2개가 없는 절지 대게였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날 가게에 잠깐 있었지만 사람들이 직접 보고 잘 사길래 다리 개수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회원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글과 리플의 폭주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머님 장사가 잘 안 돼 저렴하게 판매하셨고 이를 회원님들에게 알렸는데 욕심이 화를 불렀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해 8월5일에도 남동구청과 소래포구 상인들은 불친절과 바가지 판매를 근절하겠다며을 위해 적극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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