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스와 검찰 캐비닛 막전막후

명 다하면 문 열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지난해 3월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임기를 마치면 조용한 삶을 살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잊지 않은 듯하다.

이런 전직 대통령이 있었나. 과거 전직 대통령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퇴임 전 발언과도 대치된다. 기념일마다 SNS를 통해 글을 올리고 정치인을 만난다. 책방을 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자신의 퇴임 이후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잊히고 싶다”
전혀 다른 행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잠잠하다.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온통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쏠려 있는 탓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이탈표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 내부는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 중이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지지층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으로 지칭해 공격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내년 총선과 맞물리면서 폭발하는 기세다. 당장 선거법 위반 혐의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대 사법리스크 외에도 또 다른 의혹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 대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문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중심에서 멀어져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당 상황과 맞물려 이름이 언급되는 정도다. 최근 온라인에는 ‘수박 7적’ 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웹 이미지에는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간질에 유효한 명단이 나돌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웹 이미지까지 봤다”며 “문 대통령이 당 주축인데 적으로 규정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하면서 통합과 단결을 요구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에 패배한 책임을 지고 송영길 전 대표도 물러났고 문재인 전 대표도 탈당 등으로 당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하니까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퇴임 이후에도 SNS로 정치
여전히 영향력 상당한 수준

두 발언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서 파생돼 나왔다. 민주당 자체가 ‘이재명 이슈’에 매몰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이어 문 전 대통령 측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에 쏠려 있는 검찰의 관심이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 돌입하면 문 전 대통령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문재인정부 지우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굵직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문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가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이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은 문정부 관련 사건서도 ‘윗선’을 노리고 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2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어민 2명이 우리 정부에 나포된 뒤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5일 뒤인 7일 북송이 이뤄진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정부 고위직 인사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문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탈북어민을 북송했다. 

반면 검찰은 탈북어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국내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이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국정원과 통일부 등을 통해 북송한 과정이 위법했다고 봤다. 여기에 청와대 노 전 실장이 대책회의서 강제북송 방침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고위직
재판받는 중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한변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변은 “국가 안보의 책임을 맡고 있는 4인의 장관급 인사가 조직적으로 국기문란과 국정 농단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점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나 수사 결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건도 검찰의 칼끝이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청와대까지 겨냥할 동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현재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을 넘어 문정부 청와대 등 윗선까지 타고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월성원전을 2년 반 더 가동하는 방안을 장관에게 보고했다가 질책받고 즉시 폐쇄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방침 전환에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시스템에 단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 칼끝
윗선 가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은 문정부 때인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후보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당시 울산시장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하는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문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다수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대표는 지난해 12월 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글을 SNS에 올렸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 이후에 올린 글이다.  


김 대표는 당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유린한 심각한 불법”이라며 “국민을 위해 봉직하는 공직 자리를 특정 후보의 경쟁자를 사퇴시키는 뇌물 용도로 악용하는 것은 심각한 매관매직이며 악질적인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수석은 2018년 2월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와 공공기관장직 등을 제안하며 울산시장 포기를 권유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 전 위원은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의 경쟁자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무엇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직접 연루된 증언이 나온 만큼 임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이 그 배후로 지목되고도 남을 만큼 차고 넘치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으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는 일도 더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언제 시작될지 몰라

윤정부가 문정부 지우기에 몰두하면서 정치, 사회, 외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의혹들이 툭툭 튀어 나오는 중이다. 심지어 감사원은 문정부 시절 국가통계 왜곡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가족도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다. 

당장 크게 언급되고 있는 사건은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이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를 배임 혐의로 체포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태국계 저가 항공사다.


이스타항공이 자사 항공권 판매 대행사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원 상당의 외상 채권을 설정한 뒤 ‘회수 불능’으로 손실 처리했지만 이 돈이 타이이스타젯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일단 검찰은 해당 사건이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타이이스타젯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전무로 취업한 회사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시기를 전후해 이상직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맡았다. 

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씨의 특혜 채용 의혹은 2017년 처음 불거진 일로 오랜 시간 정치권을 달군 바 있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힘 심재철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문씨로부터 민·형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심 전 의원과 하 의원은 형사소송에서는 무혐의, 민사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타이밍은
내년 총선?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분 상태에 빠지면서 친문계(친 문재인)가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이 대표와 맞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그 타깃이 문 전 대통령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아직 이 대표에 가려져 있을 뿐 문 전 대통령 역시 사법 리스크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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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