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스와 검찰 캐비닛 막전막후

명 다하면 문 열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지난해 3월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임기를 마치면 조용한 삶을 살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잊지 않은 듯하다.

이런 전직 대통령이 있었나. 과거 전직 대통령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퇴임 전 발언과도 대치된다. 기념일마다 SNS를 통해 글을 올리고 정치인을 만난다. 책방을 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자신의 퇴임 이후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잊히고 싶다”
전혀 다른 행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잠잠하다.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온통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쏠려 있는 탓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이탈표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 내부는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 중이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지지층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으로 지칭해 공격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내년 총선과 맞물리면서 폭발하는 기세다. 당장 선거법 위반 혐의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대 사법리스크 외에도 또 다른 의혹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 대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문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중심에서 멀어져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당 상황과 맞물려 이름이 언급되는 정도다. 최근 온라인에는 ‘수박 7적’ 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웹 이미지에는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간질에 유효한 명단이 나돌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웹 이미지까지 봤다”며 “문 대통령이 당 주축인데 적으로 규정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하면서 통합과 단결을 요구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에 패배한 책임을 지고 송영길 전 대표도 물러났고 문재인 전 대표도 탈당 등으로 당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하니까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퇴임 이후에도 SNS로 정치
여전히 영향력 상당한 수준

두 발언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서 파생돼 나왔다. 민주당 자체가 ‘이재명 이슈’에 매몰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이어 문 전 대통령 측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에 쏠려 있는 검찰의 관심이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 돌입하면 문 전 대통령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문재인정부 지우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굵직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문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가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이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은 문정부 관련 사건서도 ‘윗선’을 노리고 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2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어민 2명이 우리 정부에 나포된 뒤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5일 뒤인 7일 북송이 이뤄진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정부 고위직 인사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문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탈북어민을 북송했다. 

반면 검찰은 탈북어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국내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이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국정원과 통일부 등을 통해 북송한 과정이 위법했다고 봤다. 여기에 청와대 노 전 실장이 대책회의서 강제북송 방침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고위직
재판받는 중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한변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변은 “국가 안보의 책임을 맡고 있는 4인의 장관급 인사가 조직적으로 국기문란과 국정 농단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점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나 수사 결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건도 검찰의 칼끝이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청와대까지 겨냥할 동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현재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을 넘어 문정부 청와대 등 윗선까지 타고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월성원전을 2년 반 더 가동하는 방안을 장관에게 보고했다가 질책받고 즉시 폐쇄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방침 전환에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시스템에 단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 칼끝
윗선 가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은 문정부 때인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후보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당시 울산시장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하는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문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다수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대표는 지난해 12월 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글을 SNS에 올렸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 이후에 올린 글이다.  


김 대표는 당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유린한 심각한 불법”이라며 “국민을 위해 봉직하는 공직 자리를 특정 후보의 경쟁자를 사퇴시키는 뇌물 용도로 악용하는 것은 심각한 매관매직이며 악질적인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수석은 2018년 2월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와 공공기관장직 등을 제안하며 울산시장 포기를 권유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 전 위원은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의 경쟁자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무엇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직접 연루된 증언이 나온 만큼 임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이 그 배후로 지목되고도 남을 만큼 차고 넘치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으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는 일도 더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언제 시작될지 몰라

윤정부가 문정부 지우기에 몰두하면서 정치, 사회, 외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의혹들이 툭툭 튀어 나오는 중이다. 심지어 감사원은 문정부 시절 국가통계 왜곡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가족도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다. 

당장 크게 언급되고 있는 사건은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이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를 배임 혐의로 체포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태국계 저가 항공사다.


이스타항공이 자사 항공권 판매 대행사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원 상당의 외상 채권을 설정한 뒤 ‘회수 불능’으로 손실 처리했지만 이 돈이 타이이스타젯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일단 검찰은 해당 사건이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타이이스타젯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전무로 취업한 회사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시기를 전후해 이상직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맡았다. 

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씨의 특혜 채용 의혹은 2017년 처음 불거진 일로 오랜 시간 정치권을 달군 바 있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힘 심재철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문씨로부터 민·형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심 전 의원과 하 의원은 형사소송에서는 무혐의, 민사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타이밍은
내년 총선?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분 상태에 빠지면서 친문계(친 문재인)가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이 대표와 맞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그 타깃이 문 전 대통령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아직 이 대표에 가려져 있을 뿐 문 전 대통령 역시 사법 리스크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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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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