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헌정회장 출사표 던진 정대철 전 대표

“나라꼴이 어쩌다…정계 원로들이 나설 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형·동생하던 사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운한 게 있다면 대화로 풀어가던 소위 말하는 ‘인싸’ 정치인.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를 대변하는 수식어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헌정회(이하 헌정회) 회장에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는 Agree to disagree다.”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게 진정한 정치라는 뜻이다.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고 조정, 타협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대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헌정회장 후보)가 세워온 ‘정치 모토’다. 지금으로부터 약 46년 전,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 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정치원로로 불린다.

‘그만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목표가 남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념을 이어나가기 위해 대한민국헌정회장에 도전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정 후보와 만난 자리서 정치의 정의, 헌정회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유, 여야의 대립 해결법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강연이나 강의를 자주 나간다. 과거보다 더 바쁜 나날을 소화 중이다. (강연·강의는)20년 전부터 해온 일이다. 최근에는 교황의 남북 방문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거의 성사됐다. 교황이 우리나라에 먼저 방문했다가 육로로 평양 방문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를 위해 남북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는 10년이 넘게 통일시민포럼도 매달 연다. 또 꾸준히 해오던 교정 선교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50개가 넘는 교도소가 있는데 이 중 서울구치소를 정기적으로 찾고 있다. 


-정대철이라는 정치인에게는 선친과 선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영향을 받았나?

▲선친인 정일형 박사의 인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평가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항일투사로, 해방 후에는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인물로 평생을 올곧게 살아오셨다. 선친은 개인의 평안함이나 가정의 부유함을 추구하신 분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정의로운 게 무엇인지 헤아리던 분이다. 이 부분은 자식으로서 상당히 존경한다. 

선비께도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선친께서 21번 체포됐었는데, 옥바라지는 물론 자식 양육까지 혼자 다 감당했다. 누비이불을 가위로 잘라서 생계를 이어가셨다. 많은 고생 탓에 손가락이 비틀어진 나뭇가지처럼 밖으로 크게 휘었다.

그러나 선비께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까지 하셨다. 선비께서는 내게 늘 인간적인 정, 겸손을 가르치셨다. 이 부분이 내 정치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다. 

-이 같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오랜 기간 몸담아왔다. 가장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과거 선대위원장을 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해 정권을 재창출을 견인했던 기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지만, 16대 대선이 좀 더 다이내믹하고,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대선 직전 정몽준 전 의원이 지지를 철회했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정 전 의원을 찾으러 다녔었다. 그러다가 내가 노 전 대통령을 태워 정 전 의원 집을 방문했는데,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아 발길을 돌렸던 기억도 난다. 간곡한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했다. 순간적인 판단력이 발휘됐던 거다. 

정치는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전직 대통령 감옥 보내는 일 멈춰야 

-김 전 대통령과도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다. 정치철학은 용서와 화해였다. 그러나 최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국가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남아프리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아파르테헤이트(Apartheid)라는 흑백 분리 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은 학교 교실부터 교통시설, 심지어 화장실까지 따로 사용하게 했다.

상당히 모욕적인 정책이었던 셈이다. 넬슨 대통령은 당선 후 오히려 진실과화해위원회(TRC)를 설립해, 백인이 흑인을 탄압한 사항을 신고만으로 용서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도 비슷하다. 자신을 희생시키려고 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맏딸인 박근혜 당시 의원을 만났다. 또 전두환을 직접 만나 용서와 화해의 집권 경험을 들었다. 내게 사법적 판단할 권리는 없지만, 최근에는 전 정부와 현재 정부의 대립이 심하다.

잘한 일은 승계하고, 잘못된 일은 반면교사 삼고 국가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전직 대통령이 감옥 가는 상황이 더는 벌어지지 않고,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말씀과 신념을 새긴 뒤,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았다. 이제 정치원로가 됐는데, 정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정치는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활동이다. 즉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서로 간에 대립이 일어난다. 결국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Agree to disagree’ 서로 다르다는 인정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다름을 인정하면 갈등과 모순이 줄어든다. 

그러나 서로 다르다 보니 모순과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이 부분을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극복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정치는 권력을 정당한 방법(투표)으로 획득한다는 것을 모두 안다. 권력이라는 희소가치를 남용하지 않고, 정당하고 공정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여야도 마찬가지다. 대화 자체가 단절된 모양새다. 일각에선 정치가 발전은커녕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과거엔 여야 간 대화가 더욱 활발했다. 여야 의원들이 만나 정말 대화를 많이 했었다. 결국 정치는 협치와 상생이 필요하다. 한 발도 아니고 반 발자국만 물러나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지게 돼있는 만큼 제일 노력해야 할 모습을 보일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없다. 이런 점에서 정치 선배, 자문기관을 통해서 정치에 대한 충고를 받아들이도록 하길 바란다. 최근 국민의힘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 나경원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을 발로 걷어차는 인상을 국민에게 줬다.

이 전 대표는 대선서 일정한 역할을 했고, 나 전 대표도 정치적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도움을 줬던 인물이다. 충분히 포용할 수 있었다고 본다. 

“여야 반 발자국만 물러나자”
민주당 선당후사 정신 필요

-윤 대통령 옆에는 이른바 윤핵관 세력이 있다

▲윤핵관은 권력을 직접 쥐고 흔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눈에 덜 띄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비교적 적은 정치원로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다만 윤 대통령 경험이 쌓이면 잘 헤쳐나가리라 믿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만 일해야 한다. 


-민주당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에게 지지율을 추월당했는데…

▲헌정회장은 당적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민주당을 탈당한 상태다. 민주당에도 문제는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만한 행동을 못 하면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야 정상이다. 그러나 거꾸로 곤두박질쳤다.

심지어는 국민의힘과 지지율이12%p까지 차이가 난 적도 있었다. 민주당이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선당후사의 정신이 필요하다. 당은 이재명 대표 개인 문제를 떠나서 당의 발전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에 힘을 실어야 한다.

자꾸 이 대표 보호에만 빠져 있을 경우, 국민들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 문제는 개인 문제대로, 당은 당대로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국회 체포동의안에 당이 몰입돼있으면 정신 못 차린 정당으로밖에 볼 수 없다. 위기는 늘 기회다. 경제, 외교, 민생 등 산적해 있는 대국민적 문제가 많다. 혹여 당이 죽으면 당 대표도 죽는다. 

-국민의힘 측과는 어떤 소통을 하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적 있는데 당시 이 대표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도 이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고, 국민의힘도 그렇다. 상당히 잘못됐다. 1년째 정치가 멍하니 흘러갔다. 

-조금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내년 총선 결과를 전망한다면? 

▲비행기는 양 날개로 중심을 잡고 날아간다. 정치도 비행기의 양 날개처럼 균형이 잡혀야 제대로 비행하는 법이다. 한쪽으로 쏠리면 균형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총선을 전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어느 쪽이든 국민감정에 어긋나버리면 그 당은 패배하는 게 자명하다. 

“독불장군 있어선 안 된다”
현실 정치에 가감 없이 조언

-헌정회장 출마를 결심한 이유와 포부를 밝혀달라

▲헌정회장은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원로 기관으로서 현직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극단의 대결구도를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치 선배로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유도하는 일은 당연하다. 주변서 출마 권유를 상당히 많이 받아 결국 출마를 결심했다. 

전·현직 국회의원의 모임인 만큼 국가의 원로 집단으로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는 그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원로 모임단체로서 국가 발전에 대한 지혜를 나눠야 한다. 출마한 이유도 국가 원로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헌정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헌정회원으로서 평소 느낀 점을 이번에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헌정회의 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 헌정회는 회원 스스로를 위하는 단체다. 정치 원로로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더라도 현실 여야 정치인에게 가감없이 조언할 수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 

국가 원로라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등을 두루 만나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 국가 지도자나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며,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해선 안 된다. 

-내세우는 공약을 알려달라

▲국민은 퇴직한 국회의원이면 마냥 잘 산다고 생각하지만, 식권을 타러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헌정회원의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원 공제회를 만들 계획이다. 국민 세금만 자꾸 축내는 모습은 국가 원로 처지에선 민망할 만한 사안이다. 세금으로만 유지하는 단체가 아니라 국회의원 공제회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특히 정계 은퇴 후 현실정치서 물러난 이들의 후생 복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군인공제회와 비슷한 개념이다. 군인공제회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미 헌정회에는 국민 세금 70억원이 투입된다. 공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퇴직한 의원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고, 수입을 올려 장학사업까지 할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한다. 

-여야 원로에게 동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유에 대해 분석해본다면?

▲정치에는 독불장군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정치는 함께해나가는 것이다. 가두리 양식장 같은 정치는 결국 필패의 길이다. 내 정치 역정을 되돌아봤을 때 우리의 세력만으로, 우리 지지자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여야 원로들이 동시에 지지해준 게 아닌가 싶다. 정치인으로 살면서 항상 상대를 존중해왔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을 때도 안부 편지를 보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도통합의 정치를 해와서 특별히 척을 진 정치인이나 정치단체도 없다. 요즘 말로 인싸였다. 정치라는 환경에 늘 살아왔지만, 불철주야 수많은 곳을 찾아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습과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한 모습에 점수를 많이 얻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정치를 논할 때는 시대적 소명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시대의 정치적 소명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 전두환이 물러난 이후 민주화하는 데 좋은 과정을 겪고 있지만, 민주주의가 더욱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인 건가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경제적으로 더욱 성장시켜 양극화를 함께 극복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GDP는 세계 10위다. 아프리카 55개국 GDP 합산(2020년 기준)과 같다. 그러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극복해내겠다.

마지막으로는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나아가 평화적 통일을 이뤄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시대적 소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원로정치인로서 맡은 역할을 해나가겠다. 나의 정치 역정의 마지막 목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정사상 최초 3대가 국회의원

고 정일형 박사, 정대철 헌정회장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전 의원은 3대가 모두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일무이한 일이다. 

정 박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광복운동을 했고, 광복 후에는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힘을 쏟았다.

아들인 정 후보 역시 5선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까지 지냈다.

손자 정 전 의원은 19대 총선서 당선됐다. <차>

[정대철은?]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전 민주화추진협의회 통일문제특별위원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9·10·13·14·16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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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