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위기의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말하다

“늘 그랬던 정의당답게 반드시 일어설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권에서 노란색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통하는 색이다. 현재는 국회 제3당인 정의당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런 정의당이 위기에 내몰렸다. 현 정치권에서 정의당이 대표적인 진보정당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내년 총선에 정의당의 자리가 있겠냐는 가혹한 비판이 나온다.

몰락 위기에 몰린 정의당이 최근 반전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무슨 당 2중대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 속에서 옛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찾기 위해 정의당만의 노선을 다시 걷는 중이다. 

“분명 우리 당은 부침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당으로서 정체성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에 쭉 몸담아온 이정미 대표의 발언으로 그도 현재 정의당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4기 정의당 대표에 이어 7기 정의당 대표직을 수행 중인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일요시사>가 이 대표에게 정의당의 새 노선, 총선 대비, 비전과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의당의 10년을 되돌아본다면?

▲대한민국의 소위 다수 소선거구제라고 하는 정치제도 안에서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용기가 있어 지금까지 정의당이 존재했다. 수많은 제3정당이 탄생했고, 멸망해갔는데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정당이다. 정의당의 위치와 위상을 확보해왔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있다.

선거 시기에 일정한 인물들이 등장해 제3정당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없어지는 과정이 많았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성공의 과정도 있었고, 실패의 과정도 분명 있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 제3정당의 필요성에 부합되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 굳건히 살아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쉬웠던 점은?

▲제3정당이 어떤 위상을 차지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집권 가능성까지 열어주기 위한 정의당의 세력이 더 확장됐어야 한다. 전체적인 풀도 더 커졌어야 했는데, 당 안팎으로 여러 가지 부침이 있으면서 정의당에 투자해서 투자한 만큼의 승수가 나온다고 하는 확신을 아직까지 국민에게 안겨드리지 못했던 점이다. 

-국민에게 확신이나 믿음을 좀 받지 못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다음에 저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더 많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그 인물을 계속 키워내지 못했던 게 아쉽다. 특히 지금 정의당이 직면해있는 한계 중 하나가 재선 국회의원을 더 이상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 문제다.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변되는 정의당이 다음에는 어떤 인물이 재선 국회의원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의당의 다음을 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으로 자리 잡게 만들어가는 연결성을 계속 가져가지 못했던 것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한 탓도 있어 보인다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진보정당이 그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안들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들이 약화됐다는 그런 비판을 많이 받는다. 특히 불평등 시대, 기후위기 시대 같은 시대적 위기감들은 우리가 많이 이야기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집권 가능성 세력 확장 아쉬워”
“입장 일관되게 포인트 쌓았어야”

제3의 정당이라면 거대 양당과는 다른 정의당만의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우리 포인트를 쌓아갔어야 한다. 지금껏 쌓아온 포인트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정의당도 기성 정당화됐다는 지적을 많이 하신다. 

-거대 양당에 비해 정의당은 당의 힘만으로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

▲부자들은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 거대 당들은 이런저런 실수도 있고, 부침도 있다. 실망감을 많이 안겨드려도 당의 힘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정의당은 당적 기반이 아직도 취약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의당이 안정감을 가진 정치세력을 가졌다고 인정받기 전이다. 이런 탓에 부침이 자주 있다. 당 내부의 체질이 많이 허약해진 점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이 다시 태어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만큼은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당명도 바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 재창당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방식 중에 하나다.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다른 정당으로 거듭나거나, 기존의 정의당이 가지고 있던 부분을 완전히 다 탈바꿈 하는 부분이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다 열어놓고 재창당 추진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정의당이 정당다운 위상과 국민이 요구하는 당다운 효능감을 안겨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인정받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우리가 어떤 세력과 더 크게 손을 잡을지, 이런 것들 속에서 당명과 당의 색이라는 부분도 어떤 세력과 함께 공유하는 가치 속에서 결정이 돼야 한다.

-노선이 바뀐 것도 지지를 잃게 된 이유 중 하나 아닌가?

▲정의당이 지난 2, 3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의당이 가장 주력했고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결국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입법 투쟁 과정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도 정의당이 한 달 넘는 단식을 통해 얻어냈다.

이번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과정에서도 정의당이 85일간 천막 농성을 하면서 전 당원이 집중해서 싸웠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이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페미니즘 노선 등이 패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불합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금 시대를 우리는 복합 위기 시대라고들 이야기한다. 하나의 문제만을 해결해 이 사회의 불합리성, 불평등함이 해결되기는 어려운 시대다. 중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답을 내놔야 하는 역할은 정의당에 있다.

“당다운 효능감 안겨 다시 재건”
“앞으로 캐스팅보트 역할할 것”

또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존 양당들로만은 노동권, 여성, 장애인, 중·소상공인들이 목소리를 대변해오지 못했다. 정의당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부당한 대접을 받은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당이다. 이런 목소리들을 정의당이 집약해서 제대로 실행해나가려 한다. 

-과거 민주당 2중대라는 별명이 있었다. 최근에는 정의당만의 노선을 확립하겠다고 하면서 깐깐해졌다를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번이 두 번째 당 대표다. 정의당 4기 당 대표 때도 잘하는 건 잘한다. 못하는 건 못한다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입법 활동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함께 손을 잡고 연합할 수 있는 게 정치다. 정치라는 게 극단적인 이해관계자들이 단순히 싸움만 하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단순히 정당 간의 어떤 연대와 연합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 안에서 상수로 존재한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벌이다 보니 정의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가 민주당과 가까우면 민주당 2중대로, 국민의힘에 가까우면 국민의힘의 2중대로 불린다. 이런 프레임으로 정의당을 규정해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다른가?

▲이번 7기에서 당 대표가 되면서 나는 그런 프레임을 거부하는 중이다. 어느 당에 가깝냐고 정의당을 평가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이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점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자체적인 판단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우리가 2중대가 되지 않기 위해 굳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남의 눈치나 보려고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더 이상 이런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 

-바뀔 정의당이 내세우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의 눈높이서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겠다. 이게 1차 목표다. 노동자를 말하면 예전에는 소위 ‘나인 투 식스’라는 말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을 주로 떠올린다. 또 그 사람들이 만드는 어떤 노동조합도 생각하기 쉽다. 지금은 노동의 영역이 너무 다변화돼버렸다. 일하는 장소, 시간, 자신의 업무를 지시하는 형태도 너무나 달라졌다.

“국힘 과반 의석 반드시 저지”
“윤, 노조 기능 모르고 혐오”

이런 점 때문에 기존 노통 형태 영역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정작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노동자의 삶의 현실에 우리가 다시 접근해가야 한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제일 많이 검색했던 키워드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지금부터 내야 한다.

출산율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가 집계됐다. 인구절벽에 대한 문제와 기술변화에 따른 인간의 미래에 대해 한 걸음 앞서 정의당이 사회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대비할 예정인가?

▲정의당이 그동안 굉장히 취약해져 있는 지역 기반을 다시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열심히 뛰고 있는 지역이라고 하는 근거지를 다시 잘 세워나갈 예정이다. 다음 총선에서는 적어도 제3당다운 위상을 세우고, 의석을 확보하겠다. 지금 국회가 19대서 21대로 가면서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잘못 나아가는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사명감을 정의당은 가지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결국 선거제도라고 하는 것은 각 당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 틀 안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안이라고 한다면 공통분모를 최대한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는?

▲의회에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현재 윤정부가 너무 견제받지 않고, 폭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뭘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서로 못하게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법 권한을 국회 다수 의석이 거부하면 그대로 끝이다. 또 국회 다수 의석이 결정한 일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으로 계속 되돌이표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국민의힘 과반 의석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기회가 사라진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이 선명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국회 내에 합리적인 조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시 캐스팅보트가 되는 게 중요한 과제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윤정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다

▲윤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심지어 혐오한다는 생각이 든다. 헌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대한민국 헌법 33조가 왜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밥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자다.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정신을 율사 출신답게 이해줬으면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하청 비정규직 노동 형태가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 기존 노동관계법은 변화된 노동 현실을 제대로 잘 반영하지 못한다. 노란봉투법은 시대 추세에 맞게 노동법도 변화시키자는 게 취지다.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법으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시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노동법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 권리를 잘 부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노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고 법률이 갖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당 대표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정의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양당만을 가지고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 입장을 다 대변할 수 없다. 반드시 우뚝 일어서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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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