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위기의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말하다

“늘 그랬던 정의당답게 반드시 일어설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권에서 노란색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통하는 색이다. 현재는 국회 제3당인 정의당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런 정의당이 위기에 내몰렸다. 현 정치권에서 정의당이 대표적인 진보정당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내년 총선에 정의당의 자리가 있겠냐는 가혹한 비판이 나온다.

몰락 위기에 몰린 정의당이 최근 반전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무슨 당 2중대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 속에서 옛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찾기 위해 정의당만의 노선을 다시 걷는 중이다. 

“분명 우리 당은 부침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당으로서 정체성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에 쭉 몸담아온 이정미 대표의 발언으로 그도 현재 정의당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4기 정의당 대표에 이어 7기 정의당 대표직을 수행 중인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일요시사>가 이 대표에게 정의당의 새 노선, 총선 대비, 비전과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의당의 10년을 되돌아본다면?

▲대한민국의 소위 다수 소선거구제라고 하는 정치제도 안에서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용기가 있어 지금까지 정의당이 존재했다. 수많은 제3정당이 탄생했고, 멸망해갔는데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정당이다. 정의당의 위치와 위상을 확보해왔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있다.

선거 시기에 일정한 인물들이 등장해 제3정당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없어지는 과정이 많았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성공의 과정도 있었고, 실패의 과정도 분명 있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 제3정당의 필요성에 부합되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 굳건히 살아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쉬웠던 점은?

▲제3정당이 어떤 위상을 차지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집권 가능성까지 열어주기 위한 정의당의 세력이 더 확장됐어야 한다. 전체적인 풀도 더 커졌어야 했는데, 당 안팎으로 여러 가지 부침이 있으면서 정의당에 투자해서 투자한 만큼의 승수가 나온다고 하는 확신을 아직까지 국민에게 안겨드리지 못했던 점이다. 

-국민에게 확신이나 믿음을 좀 받지 못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다음에 저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더 많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그 인물을 계속 키워내지 못했던 게 아쉽다. 특히 지금 정의당이 직면해있는 한계 중 하나가 재선 국회의원을 더 이상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 문제다.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변되는 정의당이 다음에는 어떤 인물이 재선 국회의원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의당의 다음을 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으로 자리 잡게 만들어가는 연결성을 계속 가져가지 못했던 것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한 탓도 있어 보인다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진보정당이 그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안들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들이 약화됐다는 그런 비판을 많이 받는다. 특히 불평등 시대, 기후위기 시대 같은 시대적 위기감들은 우리가 많이 이야기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집권 가능성 세력 확장 아쉬워”
“입장 일관되게 포인트 쌓았어야”

제3의 정당이라면 거대 양당과는 다른 정의당만의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우리 포인트를 쌓아갔어야 한다. 지금껏 쌓아온 포인트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정의당도 기성 정당화됐다는 지적을 많이 하신다. 

-거대 양당에 비해 정의당은 당의 힘만으로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

▲부자들은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 거대 당들은 이런저런 실수도 있고, 부침도 있다. 실망감을 많이 안겨드려도 당의 힘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정의당은 당적 기반이 아직도 취약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의당이 안정감을 가진 정치세력을 가졌다고 인정받기 전이다. 이런 탓에 부침이 자주 있다. 당 내부의 체질이 많이 허약해진 점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이 다시 태어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만큼은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당명도 바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 재창당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방식 중에 하나다.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다른 정당으로 거듭나거나, 기존의 정의당이 가지고 있던 부분을 완전히 다 탈바꿈 하는 부분이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다 열어놓고 재창당 추진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정의당이 정당다운 위상과 국민이 요구하는 당다운 효능감을 안겨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인정받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우리가 어떤 세력과 더 크게 손을 잡을지, 이런 것들 속에서 당명과 당의 색이라는 부분도 어떤 세력과 함께 공유하는 가치 속에서 결정이 돼야 한다.

-노선이 바뀐 것도 지지를 잃게 된 이유 중 하나 아닌가?

▲정의당이 지난 2, 3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의당이 가장 주력했고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결국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입법 투쟁 과정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도 정의당이 한 달 넘는 단식을 통해 얻어냈다.

이번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과정에서도 정의당이 85일간 천막 농성을 하면서 전 당원이 집중해서 싸웠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이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페미니즘 노선 등이 패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불합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금 시대를 우리는 복합 위기 시대라고들 이야기한다. 하나의 문제만을 해결해 이 사회의 불합리성, 불평등함이 해결되기는 어려운 시대다. 중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답을 내놔야 하는 역할은 정의당에 있다.

“당다운 효능감 안겨 다시 재건”
“앞으로 캐스팅보트 역할할 것”

또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존 양당들로만은 노동권, 여성, 장애인, 중·소상공인들이 목소리를 대변해오지 못했다. 정의당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부당한 대접을 받은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당이다. 이런 목소리들을 정의당이 집약해서 제대로 실행해나가려 한다. 

-과거 민주당 2중대라는 별명이 있었다. 최근에는 정의당만의 노선을 확립하겠다고 하면서 깐깐해졌다를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번이 두 번째 당 대표다. 정의당 4기 당 대표 때도 잘하는 건 잘한다. 못하는 건 못한다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입법 활동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함께 손을 잡고 연합할 수 있는 게 정치다. 정치라는 게 극단적인 이해관계자들이 단순히 싸움만 하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단순히 정당 간의 어떤 연대와 연합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 안에서 상수로 존재한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벌이다 보니 정의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가 민주당과 가까우면 민주당 2중대로, 국민의힘에 가까우면 국민의힘의 2중대로 불린다. 이런 프레임으로 정의당을 규정해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다른가?

▲이번 7기에서 당 대표가 되면서 나는 그런 프레임을 거부하는 중이다. 어느 당에 가깝냐고 정의당을 평가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이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점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자체적인 판단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우리가 2중대가 되지 않기 위해 굳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남의 눈치나 보려고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더 이상 이런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 

-바뀔 정의당이 내세우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의 눈높이서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겠다. 이게 1차 목표다. 노동자를 말하면 예전에는 소위 ‘나인 투 식스’라는 말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을 주로 떠올린다. 또 그 사람들이 만드는 어떤 노동조합도 생각하기 쉽다. 지금은 노동의 영역이 너무 다변화돼버렸다. 일하는 장소, 시간, 자신의 업무를 지시하는 형태도 너무나 달라졌다.

“국힘 과반 의석 반드시 저지”
“윤, 노조 기능 모르고 혐오”

이런 점 때문에 기존 노통 형태 영역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정작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노동자의 삶의 현실에 우리가 다시 접근해가야 한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제일 많이 검색했던 키워드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지금부터 내야 한다.

출산율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가 집계됐다. 인구절벽에 대한 문제와 기술변화에 따른 인간의 미래에 대해 한 걸음 앞서 정의당이 사회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대비할 예정인가?

▲정의당이 그동안 굉장히 취약해져 있는 지역 기반을 다시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열심히 뛰고 있는 지역이라고 하는 근거지를 다시 잘 세워나갈 예정이다. 다음 총선에서는 적어도 제3당다운 위상을 세우고, 의석을 확보하겠다. 지금 국회가 19대서 21대로 가면서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잘못 나아가는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사명감을 정의당은 가지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결국 선거제도라고 하는 것은 각 당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 틀 안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안이라고 한다면 공통분모를 최대한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는?

▲의회에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현재 윤정부가 너무 견제받지 않고, 폭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뭘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서로 못하게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법 권한을 국회 다수 의석이 거부하면 그대로 끝이다. 또 국회 다수 의석이 결정한 일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으로 계속 되돌이표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국민의힘 과반 의석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기회가 사라진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이 선명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국회 내에 합리적인 조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시 캐스팅보트가 되는 게 중요한 과제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윤정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다

▲윤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심지어 혐오한다는 생각이 든다. 헌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대한민국 헌법 33조가 왜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밥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자다.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정신을 율사 출신답게 이해줬으면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하청 비정규직 노동 형태가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 기존 노동관계법은 변화된 노동 현실을 제대로 잘 반영하지 못한다. 노란봉투법은 시대 추세에 맞게 노동법도 변화시키자는 게 취지다.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법으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시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노동법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 권리를 잘 부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노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고 법률이 갖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당 대표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정의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양당만을 가지고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 입장을 다 대변할 수 없다. 반드시 우뚝 일어서겠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