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위기의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말하다

“늘 그랬던 정의당답게 반드시 일어설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권에서 노란색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통하는 색이다. 현재는 국회 제3당인 정의당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런 정의당이 위기에 내몰렸다. 현 정치권에서 정의당이 대표적인 진보정당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내년 총선에 정의당의 자리가 있겠냐는 가혹한 비판이 나온다.

몰락 위기에 몰린 정의당이 최근 반전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무슨 당 2중대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 속에서 옛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찾기 위해 정의당만의 노선을 다시 걷는 중이다. 

“분명 우리 당은 부침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당으로서 정체성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에 쭉 몸담아온 이정미 대표의 발언으로 그도 현재 정의당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4기 정의당 대표에 이어 7기 정의당 대표직을 수행 중인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일요시사>가 이 대표에게 정의당의 새 노선, 총선 대비, 비전과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의당의 10년을 되돌아본다면?

▲대한민국의 소위 다수 소선거구제라고 하는 정치제도 안에서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용기가 있어 지금까지 정의당이 존재했다. 수많은 제3정당이 탄생했고, 멸망해갔는데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정당이다. 정의당의 위치와 위상을 확보해왔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있다.

선거 시기에 일정한 인물들이 등장해 제3정당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없어지는 과정이 많았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성공의 과정도 있었고, 실패의 과정도 분명 있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 제3정당의 필요성에 부합되는 길을 찾아가기 위해 굳건히 살아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쉬웠던 점은?

▲제3정당이 어떤 위상을 차지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집권 가능성까지 열어주기 위한 정의당의 세력이 더 확장됐어야 한다. 전체적인 풀도 더 커졌어야 했는데, 당 안팎으로 여러 가지 부침이 있으면서 정의당에 투자해서 투자한 만큼의 승수가 나온다고 하는 확신을 아직까지 국민에게 안겨드리지 못했던 점이다. 

-국민에게 확신이나 믿음을 좀 받지 못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다음에 저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더 많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그 인물을 계속 키워내지 못했던 게 아쉽다. 특히 지금 정의당이 직면해있는 한계 중 하나가 재선 국회의원을 더 이상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 문제다.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변되는 정의당이 다음에는 어떤 인물이 재선 국회의원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의당의 다음을 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으로 자리 잡게 만들어가는 연결성을 계속 가져가지 못했던 것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한 탓도 있어 보인다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진보정당이 그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안들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들이 약화됐다는 그런 비판을 많이 받는다. 특히 불평등 시대, 기후위기 시대 같은 시대적 위기감들은 우리가 많이 이야기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집권 가능성 세력 확장 아쉬워”
“입장 일관되게 포인트 쌓았어야”

제3의 정당이라면 거대 양당과는 다른 정의당만의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우리 포인트를 쌓아갔어야 한다. 지금껏 쌓아온 포인트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정의당도 기성 정당화됐다는 지적을 많이 하신다. 

-거대 양당에 비해 정의당은 당의 힘만으로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

▲부자들은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 거대 당들은 이런저런 실수도 있고, 부침도 있다. 실망감을 많이 안겨드려도 당의 힘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정의당은 당적 기반이 아직도 취약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정의당이 안정감을 가진 정치세력을 가졌다고 인정받기 전이다. 이런 탓에 부침이 자주 있다. 당 내부의 체질이 많이 허약해진 점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이 다시 태어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만큼은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당명도 바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 재창당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방식 중에 하나다.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다른 정당으로 거듭나거나, 기존의 정의당이 가지고 있던 부분을 완전히 다 탈바꿈 하는 부분이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다 열어놓고 재창당 추진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정의당이 정당다운 위상과 국민이 요구하는 당다운 효능감을 안겨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인정받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우리가 어떤 세력과 더 크게 손을 잡을지, 이런 것들 속에서 당명과 당의 색이라는 부분도 어떤 세력과 함께 공유하는 가치 속에서 결정이 돼야 한다.

-노선이 바뀐 것도 지지를 잃게 된 이유 중 하나 아닌가?

▲정의당이 지난 2, 3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의당이 가장 주력했고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결국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입법 투쟁 과정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도 정의당이 한 달 넘는 단식을 통해 얻어냈다.

이번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과정에서도 정의당이 85일간 천막 농성을 하면서 전 당원이 집중해서 싸웠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이 일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페미니즘 노선 등이 패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불합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금 시대를 우리는 복합 위기 시대라고들 이야기한다. 하나의 문제만을 해결해 이 사회의 불합리성, 불평등함이 해결되기는 어려운 시대다. 중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답을 내놔야 하는 역할은 정의당에 있다.

“당다운 효능감 안겨 다시 재건”
“앞으로 캐스팅보트 역할할 것”

또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존 양당들로만은 노동권, 여성, 장애인, 중·소상공인들이 목소리를 대변해오지 못했다. 정의당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부당한 대접을 받은 사람의 목소리를 내는 당이다. 이런 목소리들을 정의당이 집약해서 제대로 실행해나가려 한다. 

-과거 민주당 2중대라는 별명이 있었다. 최근에는 정의당만의 노선을 확립하겠다고 하면서 깐깐해졌다를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번이 두 번째 당 대표다. 정의당 4기 당 대표 때도 잘하는 건 잘한다. 못하는 건 못한다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입법 활동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함께 손을 잡고 연합할 수 있는 게 정치다. 정치라는 게 극단적인 이해관계자들이 단순히 싸움만 하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단순히 정당 간의 어떤 연대와 연합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 안에서 상수로 존재한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벌이다 보니 정의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가 민주당과 가까우면 민주당 2중대로, 국민의힘에 가까우면 국민의힘의 2중대로 불린다. 이런 프레임으로 정의당을 규정해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다른가?

▲이번 7기에서 당 대표가 되면서 나는 그런 프레임을 거부하는 중이다. 어느 당에 가깝냐고 정의당을 평가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이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있다는 지점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자체적인 판단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우리가 2중대가 되지 않기 위해 굳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남의 눈치나 보려고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다. 더 이상 이런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 

-바뀔 정의당이 내세우는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의 눈높이서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겠다. 이게 1차 목표다. 노동자를 말하면 예전에는 소위 ‘나인 투 식스’라는 말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을 주로 떠올린다. 또 그 사람들이 만드는 어떤 노동조합도 생각하기 쉽다. 지금은 노동의 영역이 너무 다변화돼버렸다. 일하는 장소, 시간, 자신의 업무를 지시하는 형태도 너무나 달라졌다.

“국힘 과반 의석 반드시 저지”
“윤, 노조 기능 모르고 혐오”

이런 점 때문에 기존 노통 형태 영역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정작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노동자의 삶의 현실에 우리가 다시 접근해가야 한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제일 많이 검색했던 키워드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지금부터 내야 한다.

출산율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가 집계됐다. 인구절벽에 대한 문제와 기술변화에 따른 인간의 미래에 대해 한 걸음 앞서 정의당이 사회 비전을 제시하려고 한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대비할 예정인가?

▲정의당이 그동안 굉장히 취약해져 있는 지역 기반을 다시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열심히 뛰고 있는 지역이라고 하는 근거지를 다시 잘 세워나갈 예정이다. 다음 총선에서는 적어도 제3당다운 위상을 세우고, 의석을 확보하겠다. 지금 국회가 19대서 21대로 가면서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잘못 나아가는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사명감을 정의당은 가지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결국 선거제도라고 하는 것은 각 당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 틀 안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안이라고 한다면 공통분모를 최대한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는?

▲의회에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현재 윤정부가 너무 견제받지 않고, 폭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뭘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서로 못하게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법 권한을 국회 다수 의석이 거부하면 그대로 끝이다. 또 국회 다수 의석이 결정한 일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으로 계속 되돌이표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국민의힘 과반 의석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기회가 사라진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이 선명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국회 내에 합리적인 조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시 캐스팅보트가 되는 게 중요한 과제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윤정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다

▲윤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심지어 혐오한다는 생각이 든다. 헌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대한민국 헌법 33조가 왜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밥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자다.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정신을 율사 출신답게 이해줬으면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하청 비정규직 노동 형태가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 기존 노동관계법은 변화된 노동 현실을 제대로 잘 반영하지 못한다. 노란봉투법은 시대 추세에 맞게 노동법도 변화시키자는 게 취지다.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법으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시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노동법은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 권리를 잘 부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노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고 법률이 갖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당 대표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정의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양당만을 가지고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 입장을 다 대변할 수 없다. 반드시 우뚝 일어서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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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