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남도립미술관이 ‘시의 정원: Poetic Paradise’전을 준비했다. 이매리와 안유리, 정지아, 임흥순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6월4일까지 이어진다.
예로부터 전남은 한국 미술사와 문학에서 대가를 배출해왔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이런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동시대 미술과 문학이 조우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문학과
이매리와 안유리는 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미술작품을 선보인다. 여기에 소설가 정지아와 리밍웨이가 공동 창작한 작업, 그리고 여순사건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임흥순의 신작이 공개된다.
전시는 사라진 말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안유리의 영상으로 문을 연다. 고정희 시인의 <프라하의 봄 7:85년의 C형을 묵상함>과 일본의 구리하라 사다코, 폴란드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미국의 마야 안젤루의 시를 통해 역사적 사건에서 개인이 체험하고 목격한 바를 어떻게 기록으로 남겼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개별적인 지역을 넘어 세계 역사의 아픔을 다루고 인류애적인 공감을 구한다.
사라진 말과 이야기, 안유리
삶-죽음-생성-죽음, 이매리
이매리는 인류의 탄생, 인간의 삶·죽음, 민족과 국가의 생성·소멸에 관해 작업한다. 성경과 에즈라 파운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금분으로 써내려감으로써 문명과 인류에 의해 계속되는 장구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은 물론 뉴욕·베이징·광저우·시에나·크레타 등을 종횡무진하면서 전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정지아와 리밍웨이의 공동 작업도 공개된다. 대만 작가 리밍웨이는 영국 테이트모던,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연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작가다. 정지아와 함께 ‘소통’과 ‘관계 맺기’를 키워드로 한 작업을 준비했다.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알려져 있는 정지아는 리밍웨이와 함께 전남 구례를 여행하며 ‘The Tourist’에 참여했다. 리밍웨이는 자신의 대표작 ‘편지쓰기 프로젝트’에 관객을 초대해 저마다 갖고 있는 그리움과 노스탤지어를 예술로 어루만지는 계기를 제공한다.
리밍웨이와 함께, 정지아
역사적 사건 담다, 임흥순
임흥순은 소설가 임철우의 <백년여관>에서 영감을 받은 동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면서 미술작가다.
이번 신작은 전남도립미술관의 커미션워크로 제작됐다.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비국적인 사건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은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지치고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취지다.
현대미술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문학과 현대미술이 만난 시도로, 각각의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뇌, 사회, 그리고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며 “한편의 시와 소설을 써내려가듯 펼쳐낸 이 전시를 통해 관객 모두가 공감과 희망을 노래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시적 파라다이스로 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