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산업 스파이’가 위험한 이유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02.28 09:00:00
  • 호수 1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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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스파이’라고 불리는 첩보 행위는 경쟁적 우위 혹은 이점을 성취하기 위해 영업 비밀을 불법적·비윤리적 방식으로 절도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정보를 훔치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취업한 직원에 의해 실행된다.

정부에 의한 첩보활동이 국가안보 목적인 것과 달리 산업 스파이는 상업적 목적으로 기업에 의해서 이뤄진다. 최근 들어 인터넷의 확산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느슨한 사이버 보안 관행으로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산업 스파이의 표적은 전매품 사양이나 제조법, 또는 사업계획에 관한 정보와 같은 ‘영업비밀(trade secret)’이다. 산업 스파이는 두 가지 주요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아이디어·제조법·조리법 등과 같은 지적재산권의 습득, 고객·가격·시장전략 등과 같은 운영정보의 획득이 바로 그것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경쟁자의 비밀정보를 절도하거나, 때로는 그런 정보를 뇌물·협박·기술적 감시 등으로 습득하기도 한다. 

통상 거대 규모의 글로벌 기업은 산업 스파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로 기술집약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사이에서 산업 스파이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왜 이들은 기술력과 자금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나 중소기업의 영업비밀까지 훔치려는 걸까. 기술집약 산업은 엄청난 시간과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경쟁은 심화되고, 기술발전의 속도는 한층 빨라지는 추세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산업 스파이는 달콤한 유혹이 되곤 한다. 컴퓨터·반도체·전자·자동차·우주항공·생명기술 등 고등기술집약 제조업에서 산업 스파이 논란이 자주 부각되는 이유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산업 첩보나 스파이는 ‘경쟁정보(competitive intelligence)’와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정보는 ‘기업정보(corporate intelligence)’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어쩌면 산업 첩보에 대한 White Hat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정보는 기업활동을 결정하기 위해 기업의 특허서류 등을 조사함으로써 공공정보를 합법적으로 얻는 것이다. 사실 공공정보에 기초한 방첩활동(Counterintelligence)은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다수의 기업이 대중에 공개된 정보를 관리하는 운영 보안팀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는 마치 국가안보활동에 있어서 정보취득 방법으로서 공개정보를 활용한 정보취득 활동, ‘OSINT(Open-Source Intelligence)’와 유사하다. 산업 첩보와는 달리, 경쟁정보는 정보가 한 가지 또는 복수의 출처로부터 수집되는 윤리적 관행으로서, 기업이 직면한 도전은 물론이고 경쟁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선을 넘어서 불법적 산업 스파이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보가 합법적 수단에 의해서 획득되는 한 기업에 대한 첩보활동은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

산업 스파이나 산업 첩보와 유사하지만 구분돼야 할 또 다른 용어가 있다. 바로 ‘경제 첩보(Economic Espionage)’다. 경제 첩보는 국가가 지원할 개연성이 높고,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처럼 단순히 기업 이윤이나 이득을 얻는 것 이상의 동기가 있으며, 그 규모와 범위가 훨씬 더 크고 넓다.

미국 FBI는 경제 첩보를 불법적으로 민감한 경제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불법적으로 민감한 재정, 교역, 경제정책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 세력이 지원하거나 조정하는 정보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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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