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국회” “일 좀 하자”던 여야, 결국 개점휴업 중

‘맹탕’ 1월 임시국회 논란 속 2월에 민생법안 처리?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 소집의 명분으로 삼은 민생은 명분이었을 뿐 이재명 방탄 국회를 위한 것이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에 그만 열 올리고 제발 일 좀 하자”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건 제 이야기가 아니라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어제 내놓은 하소연”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25일,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만 열을 올리고(있습니다.) 이제 그만 일 좀 합시다”라는 논평을 내놨다.

이번 1월 임시회는 지난 6일,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돼 내달 1일까지가 기한으로 오는 30일에 한 차례 본회의가 예정돼있다. 임시국회 개시 후 2주가 넘어가고 있지만 가스요금 인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 등의 현안을 두고 정쟁에만 매몰된 형국이다.

문제는 민생법안들로 꼽히는 안전운임제, 추가연장근로제, 노란봉투법,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안건들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민주당은 임시회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소집 사유로 ▲일몰법 등 긴급한 민생법안 처리 ▲북한 무인기 사태 등 안보위기에 대한 긴급 현안 질문 및 결의문 채택 ▲민생경제 위기 상황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 등을 들었다.

이 중 처리된 것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채택 한 건 뿐으로 나머지 안건들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에 관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최종 관문’으로 통하는 국회 법사위원회(위원장 김도읍, 국민의힘)에 계류 중으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여야 이견 차이가 큰 탓에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경우는 아예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됐지만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외에도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들의 과도한 손해배생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노란봉투법’도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쟁점 법안들도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본회의 소집 권한이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순방을 다녀왔으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가 일각에선 1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한 번 열고서 종료되지 않겠느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이제 일 좀 합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민생의 고단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재명 방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1월 임시국회가 보름 넘도록 공전하고 있다. 본회의는커녕 쟁점 법안에 대한 논의를 위한 상임위조차 소집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 가까이 지났건만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여전히 민주당에 발목 잡혀 있고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제 역시 추가적인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민생의 고단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재명 방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며 “지난 10일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의혹 수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성남지청에 출석하던 날, 민주당 의원 50여명은 모든 걸 팽개치고 그를 따라나섰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오는 28일에도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나갈 예정인데 이처럼 당 대표의 리스크가 가시화되는 시기에 맞춰 1월 임시국회를 열어둔 것은 결국 ‘이재명 방탄’이 목적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월 임시국회 전망을 묻는 취재진에게 “본회의 일정과 2월 임시국회를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민주당과 논의 중”이라며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1월 임시국회서 본회의는 오는 30일 한 차례 열릴 예정이며 민생법안 처리도 난망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개점휴업 논란’에 민주당은 정부와 국민의힘 탓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는 1월 임시국회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당권경쟁에만 매몰된 정부·집권여당 때문에 진척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법사위를 열어 민생법안을 하나라도 더 처리하고 외교·안보 참사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국방위·운영위를 열어야 한다”며 개점휴업의 책임을 정부·여당으로 돌렸다.

여야는 지난 26일, 1월 임시국회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물리적으로 민생법안 처리가 어렵다고 보고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내달 2일부터 28일까지 임시국회를 열고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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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