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2022년 마지막과 2023년 시작을 알리는 전시를 준비했다. 박민준 작가의 개인전 ‘X’. X는 박민준이 집필한 신화적 원형성을 품은 서사와 고전적 아름다움을 지닌 도상, 작품 제작의 개념적 장치와 치밀한 방법론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X는 박민준의 작품 곳곳에 배치된 상징 코드로 다층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X는 로마자로 숫자 10을 의미하고, 박민준의 10번째 개인전을 기념한다. 추상화된 기호를 내포한 미지의 가능성, 박민준의 과거 연작과 새로운 연작이 컬래버레이션 하듯 연결돼 그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전 과정을 폭넓게 지시한다.
이미지로
이번 전시에서 박민준은 회화와 조각, 드로잉 등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라포르 서커스’는 천재 곡예사인 형 라포와 평범한 동생 라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라포르 서커스 단원의 별난 사연을 담은 작품이다. 미술사학자 알리자린이 600여년 전 활동한 화가 사피에르가 남긴 최후의 작품을 추적하는 ‘두 개의 깃발’도 소개한다.
두 연작을 포용하는 동시에 정물화, 풍경화의 형식과 조형성을 변주한 작품 ‘X’,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즉흥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초상화 장르로 재해석한 ‘콤메디아 델라르테’ 연작도 전격 공개된다.
여기에 박민준이 집필한 소설 <라포르 서커스> <두 개의 깃발>, 새로 발간된 영문판 <라포르 서커스>와 작품 속 캐릭터에 맞춰 쓴 모놀로그 등을 함께 공개한다. 관람객은 박민준 작품세계의 중심축을 이루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다각도로 살필 수 있다.
라포르 서커스·두 개의 깃발
회화·드로잉·조각·소설 망라
박민준은 전통적인 고전 회화가 전하는 보편적 서사와 재현의 마술적 효과를 동시대 회화 언어로 연구하고 계승하는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를 초월한 꿈과 이상, 예술의 창조적 위대함과 가치 등이 그가 몰입해온 철학적 주제다.
활동 초기 그는 이카루스, 사이렌, 다프네 등 서구 신화의 인물을 동양인의 모습으로 옮기고 미술사의 고전이 된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걸작을 재해석한 작품을 발표했다. 고전적 우아함과 초현실적 생경함을 동시에 간직한 그의 독창적 작품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
2010년대 중반 박민준은 <라포르 서커스>와 <두 개의 깃발>을 집필해 자신만의 서사 세계를 구축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드로잉과 회화,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재현됐다.
2층 전시장에서 그가 발표한 두 소설과 연계된 연작 ‘라포르 서커스’ ‘두 개의 깃발’의 세계가 중첩된다. 라포르 서커스단은 집단 초상화의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숫자 2, 3에 관한 개념을 담아 깃발로 제작된 ‘두 개의 깃발’은 트롱프뢰유 기법을 통해 다시 캔버스 작품으로 전환돼 도상화된다.
연작의 중첩
다양한 매체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탈을 쓴 광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곰탈의 귀를 잡고 있는 광대’ ‘이면공을 들고 있는 광대’ ‘화났거나 혹은 아니거나’는 삶의 희로애락과 양면성을 초상화 장르로 포착한다.
신작 X 시리즈는 1층 전시장에 놓인다. 경쾌한 노란색 벽면에 걸린 이 연작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2점으로 완성됐다. 간결한 제목만큼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이 연작은 환상적인 픽션을 기반으로 완성된 여타 시리즈와 달리 구체적인 서사에 제한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제작됐다.
박민준은 떠오른 장면이나 그려보고 싶은 대상을 드로잉처럼 자유롭게 캔버스에 옮기며 X 연작을 시작했다. 주제나 작품의 크기, 표현기법을 규정하지 않고 내면의 감정과 감각적 단상, 의식과 무의식이 자연스럽게 투영됐다.
텍스트로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X는 인간 삶의 내밀한 풍경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박민준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 등 40여점과 그가 집필한 소설, 대사를 통해 서로 다른 연작이 중첩되며 확장되는 광범위한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박민준은?]
▲1971년생
▲학력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1999)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2006)
동경예술대 대학원 재료기법학과 연구생 과정 수료(2007)
▲개인전
‘X’ 갤러리현대(2022)
‘두 개의 깃발’ 노블레스컬렉션(2020)
‘라포르 서커스’ 갤러리현대(2018)
‘라포르 서커스-프롤로그’ 두가헌갤러리(2015)
‘Drawings’ 갤러리엠(2014)
‘The Stranger’ 갤러리현대(2012)
‘Carnevale’ 가나아트갤러리(2009)
‘Happiness, Happiness, Happiness’ 노암갤러리(2006)
‘사자의 노래’ 두아트갤러리(2005)
‘작아짐의 평안함’ 갤러리썬앤문(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