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어긋난 행보 속사정

오른쪽으로 튼 안, 왼쪽으로 돌린 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야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중도층은 늘어만 가고 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사사건건마다 극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비록 현재는 자신이 보수당에 몸담고 있지만 중도층에게 호소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과연 누가 중도층을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후보군들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중 ‘중도’ 성향을 가진 후보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중도를 자처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차기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안 의원이, 당외에서는 유 전 의원의 주목도가 높다.

같은 목표 
다른 쪽으로

한 명은 당내에서, 나머지 한 명은 당외에서 열심히 세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정치노선은 합리적 중도·보수다. 당권주자, 중도보수를 희망하는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도보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은 과거 민주 진영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안 의원을 정치에 입문시키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설까지 띄웠던 바 있다. 

실제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의 선호도는 50%가 넘었다. 이른바 안철수 열풍이 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 보수 진영에선 IT 전문가인 안 의원이 과연 정치를 잘하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변화 욕구가 안 교수(당시 교수)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정치 유망주로서 시작 전부터 상당히 몸값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셈이다. 

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날로 높아졌다.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유력 대선후보로까지 이름이 언급됐다. 본격적인 정치 참여는 18대 대선 때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안 의원의 정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국회에 입성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공동대표까지 지냈으나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나아가지 않았다. 

이때부터 안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세력을 도모하게 되는데 바로 국민의당의 탄생이었다. 국민의당은 세력을 점차 불려 나갔다. 당시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야권통합을 제의했으나 거절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호남 돌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국회 의석 300석 중 38석을 거머쥐며 국회 원내 교섭단체로 올라섰다. 그러나 호남 유력 중진 의원들과 안철수계의 노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분열됐다. 이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면서 진보 진영과는 사실상 결별을 택했다. 

안, 정부에 직언…윤심 변수
보수 세력 모으기? “난항 중”

안 의원은 당시 “통합은 영·호남, 진보·보수로 갈라져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던 과거의 구태정치 역사를 뒤안길로 보내는 결정”이라며 중도층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안 의원이 점차 진보중도 노선에서 보수중도 노선으로 갈아타게 된 계기다. 보수로 노선을 갈아탄 안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보수 정당에 몸을 담았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재창당했던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에 흡수됐다. 중도노선으로 방점을 찍었다고는 하나 정치적 스탠스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임을 자처한다. 앞서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정부 초기부터 밑그림을 그려왔다. ‘윤정부의 연대보증인’임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 또한 잘 다져갔다. 

보수당에 몸담은 그는 차기 당 대표로 자주 거론됐다. 당시에는 당장 당권을 운운하는 게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지만 최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권 도전 선언 직전 안 의원의 노림수는 보수층이었다. 본래 보수가 아닌 탓에 지지 기반이 다소 약했던 탓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방문해 본격적인 보수 공략을 시작하고 나선 것이다. 

당심을 얻는 것이 핵심인 상황에서 그에게는 원조 보수층의 지지가 절실했다. 앞서 안 의원은 2018년 새누리당을 탈당한 인물들과 제3세력을 추구했으나 쌓아온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들었던 바 있다. 과도한 우클릭이 오히려 패착이 된 셈이었다.

이런 탓에 최근에는 기존 보수 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당 지도부와 다소 대치되는 발언들을 내놓는다.

좌와 우
바뀐 위치

윤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김기현 의원과는 다른 결이다. 할 말은 하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악화돼있는 당심을 끌어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안 의원이 궤도를 수정한 이유는 극우 보수의 당심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원조 보수 세력격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 부위원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지지세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은 당권주자로 언급될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당내에서 굳건하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황 전 총리 역시 현재 6%대의 선호도를 기록하면서 원조 보수 우파 세력의 지지를 받는 중이다. 

결국 안 의원 입장에서는 다른 공략층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당내의 비주류에 방점을 찍고 비주류 세력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대로는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능력’을 강조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 의원은 현재 대통령실과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누는 듯한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견해를 밝힌다. 최근 논란된 도어스테핑 논란 역시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 역시 초반에 받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당 지도부와는 생각이 다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값으로 세력화를 시도 중이다.

현재 당권주자 중 안 의원의 네임 밸류는 단연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는 등 존재감 띄우기에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이름값에 비해 최근 존재감이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 탓에 안 의원은 공부 모임을 직접 조직하기보다는 당내에서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새로 설정한 목표가 기득권을 향한 비판과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친윤과 반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본다.

능력과
이름값

안 의원에게 닥칠 변수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당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심이 안 의원을 향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최근 윤 대통령이 보수 우파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사실상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과의 사이가 벌어지다 못해 아예 등을 돌리고 맹폭을 퍼붓고 있는 인물도 있다. 바로 유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본래 보수 출신 인사로 새누리당 시절부터 몸값이 상당히 높았다. 그런 그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탄핵에 가담하면서 여전히 배신자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세력 다툼이 계속됐다. 결국 유 전 의원은 2019년 변화와 혁신을 해내겠다며 신당 창당을 했으나 이마저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다. 새로운보수당으로 개혁보수를 꿈꿨으나 쉽지 않았고, 결국 자유한국당 등과 합당해 미래통합당에 한동안 몸을 담았다. 

합당 이후에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이때부터가 그의 내리막길이 됐다. 대선 때도 보수의 근거지 대구에서 비례대표 1번과 4선 의원까지 지냈던 그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19대 대선에서는 득표율 6%를 넘기는 데 그쳤으며 지방선거 때도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김은혜 홍보수석과 대결을 펼쳤으나 당심은 그를 외면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유 전 의원이 침묵을 깬 시점은 지난 6월 북 콘서트를 개최하면서다. 이때부터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한 높은 수위의 비판을 이어갔다. 완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유, 윤 대통령 직접 타격
당내 비윤 세력화 관건

현재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당외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아직까지는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의 몸은 여전히 보수당에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중도층 이탈 등에 대해서는 당에서 비판 목소리가 딱히 나오지 않는 지점을 공략한다.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의 1번 타깃이다. 물론 유 전 의원이 중도층을 노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최근 발언을 두고 야당보다 더 야당같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만큼 자신이 소속한 당에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유 전 의원이 최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간 느낌마저 든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이 내부의 표심을 얻기가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권주자들은 하나같이 유 전 의원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윤심을 얻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은 “당을 같이 할 이유가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공격 성향은 여당 안의 야당으로서의 세력화를 부각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도 유 전 의원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유 전 의원에게 “말리는 밉상 시누이 노릇을 하는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당원들에게 더 상처를 준다는 것을 진정 모르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이 당을 거의 적으로 둔 것과 별반 다름없어 보이긴 하나,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민심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내부 표심을 얻을 방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를 선출 시 여론조사는 7(당원)대 3(외부) 비율을 택하고 있다.

내부 당권주자들은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외치는 역선택은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당외서
압도적

이에 따라 한동안 비율을 9대 1로 변경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자 당 지도부는 없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직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은 유 전 의원 입장에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정치무대가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인물 모두 중도보수에 방점을 찍고는 있지만 방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김기현 연대설

차기 당 대표 선출 때는 윤심이 반영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은 윤심에 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대표적으로 윤심을 등에 업으려는 인물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다. 

김 의원은 거의 윤 대통령과 동기화된 상태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내려질 정도다.

최근 김 의원이 발족한 새로운 미래 혁신24 모임이 3개월 만에 개최되면서 다수 의원이 참석했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까지 참석하면서 일각에서는 나경원·김기현 연대설이 흘러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로 김 의원을 미는 분위기라는 말까지 있다.

이에 대해 나 부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심에서 우세한 나 부위원장이 직책을 2개 맡은 상황에서 직접 출마가 어려워 친윤계 후보를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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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