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어긋난 행보 속사정

오른쪽으로 튼 안, 왼쪽으로 돌린 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야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중도층은 늘어만 가고 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사사건건마다 극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비록 현재는 자신이 보수당에 몸담고 있지만 중도층에게 호소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과연 누가 중도층을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후보군들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중 ‘중도’ 성향을 가진 후보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중도를 자처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차기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안 의원이, 당외에서는 유 전 의원의 주목도가 높다.

같은 목표 
다른 쪽으로

한 명은 당내에서, 나머지 한 명은 당외에서 열심히 세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정치노선은 합리적 중도·보수다. 당권주자, 중도보수를 희망하는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도보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은 과거 민주 진영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안 의원을 정치에 입문시키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설까지 띄웠던 바 있다. 

실제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의 선호도는 50%가 넘었다. 이른바 안철수 열풍이 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 보수 진영에선 IT 전문가인 안 의원이 과연 정치를 잘하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변화 욕구가 안 교수(당시 교수)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정치 유망주로서 시작 전부터 상당히 몸값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셈이다. 

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날로 높아졌다.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유력 대선후보로까지 이름이 언급됐다. 본격적인 정치 참여는 18대 대선 때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안 의원의 정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국회에 입성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공동대표까지 지냈으나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나아가지 않았다. 

이때부터 안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세력을 도모하게 되는데 바로 국민의당의 탄생이었다. 국민의당은 세력을 점차 불려 나갔다. 당시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야권통합을 제의했으나 거절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호남 돌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국회 의석 300석 중 38석을 거머쥐며 국회 원내 교섭단체로 올라섰다. 그러나 호남 유력 중진 의원들과 안철수계의 노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분열됐다. 이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면서 진보 진영과는 사실상 결별을 택했다. 

안, 정부에 직언…윤심 변수
보수 세력 모으기? “난항 중”

안 의원은 당시 “통합은 영·호남, 진보·보수로 갈라져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던 과거의 구태정치 역사를 뒤안길로 보내는 결정”이라며 중도층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안 의원이 점차 진보중도 노선에서 보수중도 노선으로 갈아타게 된 계기다. 보수로 노선을 갈아탄 안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보수 정당에 몸을 담았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재창당했던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에 흡수됐다. 중도노선으로 방점을 찍었다고는 하나 정치적 스탠스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임을 자처한다. 앞서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정부 초기부터 밑그림을 그려왔다. ‘윤정부의 연대보증인’임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 또한 잘 다져갔다. 

보수당에 몸담은 그는 차기 당 대표로 자주 거론됐다. 당시에는 당장 당권을 운운하는 게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지만 최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권 도전 선언 직전 안 의원의 노림수는 보수층이었다. 본래 보수가 아닌 탓에 지지 기반이 다소 약했던 탓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방문해 본격적인 보수 공략을 시작하고 나선 것이다. 

당심을 얻는 것이 핵심인 상황에서 그에게는 원조 보수층의 지지가 절실했다. 앞서 안 의원은 2018년 새누리당을 탈당한 인물들과 제3세력을 추구했으나 쌓아온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들었던 바 있다. 과도한 우클릭이 오히려 패착이 된 셈이었다.

이런 탓에 최근에는 기존 보수 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당 지도부와 다소 대치되는 발언들을 내놓는다.

좌와 우
바뀐 위치

윤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김기현 의원과는 다른 결이다. 할 말은 하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악화돼있는 당심을 끌어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안 의원이 궤도를 수정한 이유는 극우 보수의 당심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원조 보수 세력격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 부위원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지지세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은 당권주자로 언급될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당내에서 굳건하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황 전 총리 역시 현재 6%대의 선호도를 기록하면서 원조 보수 우파 세력의 지지를 받는 중이다. 

결국 안 의원 입장에서는 다른 공략층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당내의 비주류에 방점을 찍고 비주류 세력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대로는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능력’을 강조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 의원은 현재 대통령실과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누는 듯한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견해를 밝힌다. 최근 논란된 도어스테핑 논란 역시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 역시 초반에 받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당 지도부와는 생각이 다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값으로 세력화를 시도 중이다.

현재 당권주자 중 안 의원의 네임 밸류는 단연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는 등 존재감 띄우기에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이름값에 비해 최근 존재감이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 탓에 안 의원은 공부 모임을 직접 조직하기보다는 당내에서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새로 설정한 목표가 기득권을 향한 비판과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친윤과 반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본다.

능력과
이름값

안 의원에게 닥칠 변수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당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심이 안 의원을 향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최근 윤 대통령이 보수 우파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사실상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과의 사이가 벌어지다 못해 아예 등을 돌리고 맹폭을 퍼붓고 있는 인물도 있다. 바로 유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본래 보수 출신 인사로 새누리당 시절부터 몸값이 상당히 높았다. 그런 그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탄핵에 가담하면서 여전히 배신자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세력 다툼이 계속됐다. 결국 유 전 의원은 2019년 변화와 혁신을 해내겠다며 신당 창당을 했으나 이마저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다. 새로운보수당으로 개혁보수를 꿈꿨으나 쉽지 않았고, 결국 자유한국당 등과 합당해 미래통합당에 한동안 몸을 담았다. 

합당 이후에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이때부터가 그의 내리막길이 됐다. 대선 때도 보수의 근거지 대구에서 비례대표 1번과 4선 의원까지 지냈던 그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19대 대선에서는 득표율 6%를 넘기는 데 그쳤으며 지방선거 때도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김은혜 홍보수석과 대결을 펼쳤으나 당심은 그를 외면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유 전 의원이 침묵을 깬 시점은 지난 6월 북 콘서트를 개최하면서다. 이때부터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한 높은 수위의 비판을 이어갔다. 완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유, 윤 대통령 직접 타격
당내 비윤 세력화 관건

현재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당외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아직까지는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의 몸은 여전히 보수당에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중도층 이탈 등에 대해서는 당에서 비판 목소리가 딱히 나오지 않는 지점을 공략한다.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의 1번 타깃이다. 물론 유 전 의원이 중도층을 노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최근 발언을 두고 야당보다 더 야당같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만큼 자신이 소속한 당에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유 전 의원이 최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간 느낌마저 든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이 내부의 표심을 얻기가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권주자들은 하나같이 유 전 의원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윤심을 얻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은 “당을 같이 할 이유가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공격 성향은 여당 안의 야당으로서의 세력화를 부각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도 유 전 의원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유 전 의원에게 “말리는 밉상 시누이 노릇을 하는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당원들에게 더 상처를 준다는 것을 진정 모르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이 당을 거의 적으로 둔 것과 별반 다름없어 보이긴 하나,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민심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내부 표심을 얻을 방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를 선출 시 여론조사는 7(당원)대 3(외부) 비율을 택하고 있다.

내부 당권주자들은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외치는 역선택은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당외서
압도적

이에 따라 한동안 비율을 9대 1로 변경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자 당 지도부는 없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직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은 유 전 의원 입장에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정치무대가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인물 모두 중도보수에 방점을 찍고는 있지만 방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김기현 연대설

차기 당 대표 선출 때는 윤심이 반영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은 윤심에 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대표적으로 윤심을 등에 업으려는 인물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다. 

김 의원은 거의 윤 대통령과 동기화된 상태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내려질 정도다.

최근 김 의원이 발족한 새로운 미래 혁신24 모임이 3개월 만에 개최되면서 다수 의원이 참석했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까지 참석하면서 일각에서는 나경원·김기현 연대설이 흘러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로 김 의원을 미는 분위기라는 말까지 있다.

이에 대해 나 부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심에서 우세한 나 부위원장이 직책을 2개 맡은 상황에서 직접 출마가 어려워 친윤계 후보를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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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