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달과 달항아리’ 강익중

연결하고 공존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강익중 작가의 개인전 ‘달이 뜬다’가 갤러리현대 신관과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강익중은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환경 등을 하나로 모으고 연결해 가까운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담아왔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음절을 이루듯, 강익중의 작품세계에서는 대립관계에 놓인 모든 것이 모여 작은 우주를 형성한다. 그의 작품은 이종의 언어, 순수의 세계가 포착된 그림과 사물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공존’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유쾌한 웃음

‘달이 뜬다’ 전시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을 펼쳐온 강익중이 12년 만에 진행하는 국내 갤러리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비롯해 주요 연작 200여점과 12년간 세계 곳곳에서 공개한 대형 공공 프로젝트의 스케치와 아카이브, 작가가 직접 쓴 시가 소개된다. 

1층 전시장과 두가헌 갤러리의 테마는 ‘달’과 ‘달항아리’다. 강익중에게 달과 달항아리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 미적 가치를 품은 대상이다. 2004년 일산 호수공원에 거대한 원형 구조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작품 일부가 손상되면서 기울어진 형상을 보고 어린 시절 매혹적인 달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상부와 하부를 합쳐 그 사이를 손으로 잇고 가마에서 하나의 몸체로 완성되는 달항아리는 제작 방식과 형상에서 그가 평생에 걸쳐 몰두한 ‘연결’의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이후 강익중은 달항아리를 통해 ‘남과 북’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 등의 조화와 융합 그리고 풍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2년 만에 국내 전시
1980년부터 지금까지

자연과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유백색의 은은한 색감과 불완전한 비례의 풍만한 곡선, 거칠고 매끄러운 표면의 촉각적 질감을 동시에 지닌 달항아리 연작은 고즈넉하게 세상을 비추는 밤하늘의 달을 닮았다. 새로운 연작 ‘달이 뜬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지러지는 달과 달에서 반사된 태양빛에 의해 달 주변부에 나타나는 형형색색의 달 무지개를 떠올리며 완성한 작업이다. 

2층 전시장에는 산과 자연을 테마로 한 작품이 놓였다. 인간과 자연의 화합을 중시하는 강익중의 생각이 내포된 작품이다. 수평으로 나란히 걸린 30여점의 드로잉 연작 ‘달이 뜬다’는 전통 산수화를 강익중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신작이다. 

화면의 여백과 획의 비중을 6대 4로 채우는 동양화의 기본원리를 바탕에 두고 먹을 사용해 산과 들, 달과 폭포, 달항아리, 사람과 집, 새와 강아지 등을 함께 그려넣고 그 바탕을 다채로운 색의 오일 파스텔로 칠했다. 경쾌한 색의 조화와 자유로운 획의 흐름이 강조된 드로잉 연작에는 즐거운 태도로 작업에 임하는 강익중의 예술가적 태도와 정서가 담겼다. 

48×48㎝의 개별 작품이 군집을 이뤄 약 4.5m 높이로 설치된 산 연작은 수묵 산수화를 보는 듯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높이가 다른 작은 나무 조각에 아크릴 물감으로 산의 곡선을 그리고, 48×48㎝ 화면에 높이를 다르게 모아 붙인 뒤 표면을 불로 태우거나 그을려 산세를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손상된 작품, 기울어진 형상
조화와 융합, 풍요의 메시지

패널의 사이드에 칠해진 산은 산에서 맞는 사계절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산 연작과 한 공간에 놓인 ‘우리는 한 식구’ 작품은 전시장 구석에 낡은 밥그릇 500개를 뒤집어 산처럼 쌓고, 그 사이로 DMZ(비무장지대) 지역에서 녹취한 새 소리가 흘러나와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설치 작품이다.


강익중은 마치 밥을 함께 먹듯이 일상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를 식구라고 칭하면서 남과 북, 가족과 민족의 의미를 환기한다. 

지하 전시장은 강익중의 언어 감각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채웠다. ‘내가 아는 것’ 연작은 강익중이 일상에서 체득한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을 한글과 영어로 적어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한데 모아 집약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집단적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강익중의 핵심 연작 중 하나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은 여러 개의 픽셀로 채운 거대한 조각처럼 보이지만 3인치 나무 패널에는 색색의 알파벳과 달항아리가 그려져 있다. 알파벳 하나하나가 모여 단어를 만들고 뜻을 이루는 문장이 되는 이 작업은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우리가 모여 세계를 이루는 연결성을 함축한다. 

잔잔한 울림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강익중은 만물을 하나로 연결하고 응집하고자 한다. 그가 전시장 벽면에 남긴 시처럼 그의 작품은 하나의 의미로 수렴되는 것을 거부한다. 각기 다른 존재를 연결하고 이들의 조화를 통해 순환을 지향한다”며 “그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세계를 연결 짓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강익중은?]

▲학력
프랫 인스티튜트 졸업 (198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1984)

▲개인전
‘달이 뜬다’ 갤러리현대(2022)
‘꿈의 다리’ 경기문화재단(2021)
‘부산 아리랑’ 부산박물관(2020)
‘광화문 아리랑’ 광화문 광장(2020)
‘달항아리/고향에 대한 그리움’(2020) 외 다수

▲수상
대한민국 문화포장(2021)
대한민국 문화예술상(2012)
엘리스아일랜드상(2007)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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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