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 ‘라돈 침대’ 집단소송전 현주소

4년 기다리고 ‘쓴맛’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사람이 하루 8시간씩 맞닿아 있는 곳. 바로 침대다. 건강을 위해 웃돈을 주고 샀던 침대에는 알고 보니 발암물질이 가득했다. 충격에 빠진 소비자들은 앞다퉈 소송에 나섰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4년을 끌어온 소송전. 소비자 70여명은 이미 패소의 쓴맛을 봤다. 그리고 또 다른 판결을 기다리는 소비자는 5886명. 과연 이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고진감래’를 기대했건만, 현실은 달랐다. 4년 만에 처음 나온 ‘라돈 침대’ 손해배상소송 판결에서 소비자가 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06단독 장원지 판사는 지난 9일 소비자 69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건강 대신
모나자이트

라돈 침대 사건의 발단은 201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대진침대가 생산한 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물질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라돈은 호흡기를 통해 몸속에 축적돼 폐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기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한때 불었던 ‘음이온’ 열풍이 화근이었다. 라돈은 대진침대가 매트리스에 도포한 음이온 파우더 원료 ‘모나자이트(Monazite)’에서 검출됐다. 애초에 모나자이트 자체가 소량의 우라늄과 토륨을 포함한 방사성물질이다. 하지만 당시 세간에선 모나자이트의 위험성보다 ‘음이온을 발산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속설이 이목을 끌었다.


그 결과 모나자이트는 수년간 별다른 제지 없이 각종 생활용품에 활용됐다.

이 중 상당 비율이 대진침대를 거쳐 라돈 침대로 유통됐다. 2019년 MBC 보도에 따르면 이전 6년간 국내 유통된 모나자이트는 총 40톤. 그중 7%가 넘는 2.9톤이 대진침대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진침대는 2005년부터 꾸준히 관련 제품을 판매했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로 대진 침대를 통해 시중에 풀린 모나자이트는 이보다 많을 것이 확실시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 끝에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대진침대 측은 최초 보도 후 닷새 만에 전량 회수 및 리콜을 결정했다.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 4종이 그 대상이었다. 이는 추후 7종까지 늘어났다. 대진침대는 2010년 이후 해당 제품들을 총 6만1406개 생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줄곧 법적 대응을 시사했던 소비자들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대진침대 소비자들은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이 모여 공동소송을 개시했다. 

예컨대 소비자 69명은 2018년 7월 대진침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인당 200만원, 총 1억3800만원을 위자료로 책정했다. 


발암물질 침대 소비자 위자료 청구서 패소  
유사한 재판 줄지어 대기 중…영향 미칠까?

이들은 재판에서 “대진침대는 안전기준에 어긋나는 침대를 제조·판매하는 위법행위를 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침대를 사용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진침대 측은 라돈 검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2018년 5월14일 안전기준이 변경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만 해도 관련 사건 약 10건이 계류 중이다. 이 중 대부분이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인 것으로 알려졌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이 난 사건은 거의 없다. 앞서 제기된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등 외적 지연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0년 1월 대진침대 대표와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라돈 침대 사용과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물건값’에 대한 보상 여부도 정리됐다.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대진침대가 사건 당시 소비자들에게 교환·환불을 약속하고도 장기간 이행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매트리스 교환 가치에 상응하는 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물건값 배상과 위자료 지급은 다른 문제다. 법원은 위자료 청구 소송의 첫 판결에서 대진침대 손을 들어줬다.

장 판사는 “대진침대가 소비자들에게 침대를 제조·판매한 것이 생활방사선법을 위반한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서 불완전 이행에 해당한다거나, 당시 대진침대가 음이온을 배출한다고 알려진 모나자이트가 라돈을 방출하고 이로 인해 인체에 피폭되는 방사선이 해로울 수 있음을 알았다거나 알지 못한 데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연쇄작용?
일단 미지수

이어 “가공제품의 연간 피폭방사선량에 관한 기준을 규정한 생활방사선법이 2011년 7월 제정돼 2012년 7월 시행됐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18년 5월자 라돈 검출 침대 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대진침대가 2015년과 2016년에 생산한 매트리스 속 커버 제품 2개에 대한 외부 피폭선량이 생활방사선법상 가공제품 안전기준인 연간 피폭선량 1mSv에 못 미치는 0.05mSv 내지 0.15mSv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또 “신체 외부 및 내부에 피폭하는 양을 모두 합해 가공제품의 연간 피폭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제품에 첨가하는 것이 금지되는 원료물질에 라돈이 추가된 생활방사선법 개정은 2019년 1월 비로소 이뤄지고 같은 해 7월 시행됐다”며 “가공제품 피폭 방사선량 한도인 1mSv는 유해 기준이 아니라 안전 관리기준에 해당하고, 라돈 침대의 사용과 폐암 등 질병 발병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소비자는 이번 재판 결과의 ‘연쇄작용’을 우려한다. 순차적으로 진행될 다른 재판 판결들이 ‘선례’를 따라가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반면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다른 재판에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판결과 다르게 통상 지방법원의 1심 판결은 기속력이 없다.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을 대법원 전원협의체 판결로 정리한다.

이후 결정되는 유사 사건 판결은 앞선 대법원판결 법리를 따르게 된다. 이것이 ‘기속력’이다. 반면 지방법원 1심 판결에는 이 같은 권위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 피고인 대진침대가 각 재판에서 동일한 변호인을 고용했다면, 이번 판결을 활용해 유사한 판결을 유도할 수 있다. 재판부에 이번 판결을 참고해달라고 요청해 ‘인용 판결’을 노리는 전략이다.

어느 방향이든 사건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서 모인 소비자들이 제기한 소는 여전히 재판이 한창이다. 이 인원만 해도 5886명에 달한다.

인원뿐만 아니라 청구 금액 규모도 훨씬 크다. 위자료 명목으로만 1인당 1000만원을 책정했다. 치료비 등은 별개다. 소송 인원 모집 당시 예상 청구액은 1인당 3000만원을 넘겼다. 

알면서도
판매 강행?


이들은 앞선 재판보다 세부적인 근거를 제시해 인과관계를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공동소송 담당 변호사는 “대진침대의 일부 모델에서 라돈이 검출된 점, 라돈이 발암물질이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잠복기가 길어 언제 증상이 발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단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구매해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신적인 손해는 발생했다고 본다”며 “침대 때문에 혹시나 나에게 건강상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소송단은 본 사건의 입증 책임이 대진침대 측에 있다고 주장한다.

담당 변호사는 “실제로 진단서상 드러나는 질환이 있다면 그 신체상 손해를 계산해서 배상을 청구하겠지만, 이 부분은 인과관계의 입증이 굉장히 까다롭다”면서 “다만 라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므로, 만약 대진침대를 사용한 소비자 집단의 발병률이 일반적인 한국인 집단보다 더 높다면 이는 라돈 침대로 인한 영향일 것이라고 보아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대진침대에서 검출된 라돈으로 인해서 발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대진침대 쪽에서 입증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소송 참여자 중 일부는 원자력 병원에서 전문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다. 담당 변호사는 “검사 결과, 이들은 유전자 파괴 정도가 일반인에 비해 심했다”며 “충분히 유의미한 수치를 얻었다고 판단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동소송단은 대진침대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을 확보해 분석했다. 변호사는 이를 통해 대진침대가 침대 판매 전부터 그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판매를 강행한 정황을 발견했다. 수사기록대로라면 당초 음이온 파우더 상품화는 ‘A테크’ 설립자인 김모씨 제안에서 시작됐다.

5900명 뭉친 ‘본 게임’ 남았다
뒤집기 성공할까…추가 쟁점은?

대진침대는 제안을 받아들여 음이온 파우더 활용 상품을 ‘B 베드산업’이 개발하게 했다. 

김씨는 “대진침대·B 베드산업과 매트리스를 공동으로 기획·개발하다 중도 이탈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기점으로 두 업체가 라돈 검출 매트리스의 기획·제작·판매의 주축이 됐다는 주장이다.

검찰 측이 공개한 김씨 진술조서에는 “2004년 하반기에 위 요업기술원의 성분분석을 통해 음이온 파우더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사실을 B 베드산업을 방문해 성분분석서와 함께 토륨·우라늄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알렸다”고 적혀 있다.

또 대진침대 내부 직원 진술조서에도 B 베드산업에게 보고받아 내부에서 업무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공동소송단은 “관련자들 진술에 따르면 대진침대는 상품 기획 및 개발단계부터 음이온 파우더에서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제작 및 판매를 강행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이온·은나노 마케팅 광풍이 불던 시기 대진침대는 한 백화점에서 매출이 저조해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B 베드산업 개발 책임자의 전언”이라며 “그는 진술조서에서 ‘대진침대가 당시 경쟁사에 비해 판매가 저조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공동소송단은 대진침대 측이 “위기를 모면할 심산으로 음이온 매트리스 판매를 강행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방출 위기에 처해있던 대진침대는 라돈이 검출된 음이온 매트리스의 판매고 덕에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의혹이 모두 사실로 판명된다면, 판세를 뒤집을만한 핵심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앞선 판결서 인정되지 않았던 대진침대의 과실과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소송 담당 변호사는 지난달 해당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대진침대 측은 증거 제출 이후로도 별다른 대응을 취하지 않고 있다.

새 증거로
뒤집을까

담당 변호사는 “검찰 측 자료인 만큼 증거의 신빙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다만 증거력은 재판부가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재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본 재판은 다음 달부터 다시 속행될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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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