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 본능’ 박지현 마이웨이

‘이재명 키즈’서 ‘저격수’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멈추지 않고 있다. ‘586 용퇴론 주장’ ‘당 대표 출마 선언’ 등 지난 몇 달간 파격 행보를 이어온 박 전 위원장은 당내에서 줄곧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용퇴론 주장 때는 선거를 앞두고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고, 당 대표 출마 선언 때는 비대위로부터 ‘피선거권 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일반적인 청년 정치인이었으면 몇 번이고 좌절했을 상황에 박 전 위원장은 굴하지 않는 기세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13일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우상호 현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당 대표 출마의 키를 쥐고 있는 우 위원장을 만난다는 소식에 기자들이 현장으로 몰려갔다. 물론, 초미의 관심사는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허용’ 여부였다. 

전현직 만나
설득 작업?

민주당 취재 기자들에 따르면, 이 회동은 우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박 전 위원장은 해당 자리에서 본인에게 특별조항을 적용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당초 비대위 측은 민주당 당헌·당규 제2장 6조 1항을 들어 박 전 위원장의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당규에는 ‘당직 선거 및 공직 선거 후보자 선출 선거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권리당원에게만 부여한다’고 쓰여있다. 여기서 박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권리당원이 되기 위한 조건이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되려면 최소 6개월, 6번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온 시기는 지난 2월이다. 당시 대선주자로 뛰고 있었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자)’의 표심 공략을 위해 박 전 위원장을 영입했던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때 선대위에 합류하며 처음 민주당원이 됐다.

다음 달 말에 있을 전당대회까지 6개월이란 시간은 충족되지만, 전대 후보 등록일 마감기한은 17일로, 등록일 기준으로는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당 대표 후보로서 기본조건을 충족하지 못할뿐더러 권리당원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박 전 위원장은 특별조항을 들며 반박 논리를 펼쳤다. 비대위 측이 근거로 제시한 6조 1항 말미에는 ‘다만 당규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여기서 말하는 당규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결정할 수 있다’고 쓰여 있는 항목이다.

실제 민주당은 해당 당규로 몇 번이고 당헌을 비틀어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도지사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새로운물결의 대선후보로 이 의원과 경쟁한 바 있다.

김 도지사는 대선 한 달을 앞두고 이 의원과 극적인 단일화에 앞서 민주당으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 이때 시점은 박 전 비대위원장의 입당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물며 양당의 합당은 이때보다 한참 지난 대선 후에나 이뤄졌다. 입당순으로만 보면 박 전 위원장이 김 도지사보다 몇 달이나 빨랐던 것이다.

그러나 김 도지사는 ‘당무위원회’로부터 예외 조항을 인정받아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합당을 전제로 당의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게 된 것”이라며 “그 사안과 이번(박 전 위원장)의 사안은 다른 것 같아 비교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물결 당원으로서 지낸 시간을 ‘민주당원으로서의 시간’으로 인정해준 것인데, 민주당 지도부는 합당하면서 새로운물결이 민주당이 됐으니 김 도지사가 권리당원 요건에 충족하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다른 부분이 있는 게 아니라 당헌·당규에 나온 부분을 봤을 때 예외를 인정할만한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고 덧 붙였다.

당내 만류에도…대표 출마 강행
우상호와 회동 “입장 변화 없어”

이처럼 “예외 조항을 인정해달라”라는 박 전 위원장의 주장과 “인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비대위 측의 주장은 지속해서 대립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인 박 전 위원장과 우 위원장의 만남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파격적인 회동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며 “내가 생각하는 책임정치는 부결했다면 부결 이유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다시 세웠다.

이어 “우 위원장에게 당무위 의결로 예외 조항을 적용시켜 달라고 여러 차례 말씀 드렸지만, 이 사안을 다시 한 번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풀어보면 우 위원장은 이날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말리려고’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젊은 정치인의 출마를 민주당의 수장격인 인물이 직접 나서서 만류하려는 것은 어색한 그림이다.

그러나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사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이대녀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몇몇 인사는 이대남의 결집을 이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그를 비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선거 초반부터 남성들의 표심을 자극해 대선 구도를 형성했다. ‘여가부 폐지’나 ‘무고죄 강화’ 등의 공약은 여심을 버리고 이른바 이대남의 결집을 이끈 대표적인 선거 전략이었다.

이재명 대선 캠프의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에 추대된 박 전 위원장은 곧바로 언론 인터뷰에 등장해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비판하며 이 대표의 전략에 맞불을 놨다.

그는 “여가부로부터 지원받는 많은 피해자에게 들어보면 ‘여가부 폐지’가 곧 지원을 끊어버리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여가부의 미혼모 시설에서 지원받고 있는 언니를 제발 살려달라는 분도 있다. 결국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무고죄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신고조차 어렵게 하는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란 공약을 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두렵고 끔찍하다”며 여성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역할론 
급부상

여성들이 듣기에 ‘사이다’ 같은 발언들이었다. 그의 발언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곧 ‘박지현’이라는 인물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여기서는 그의 이력이 빛을 바랬다.

박 전 위원장은 본래 디지털 성착취 범죄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 출신 활동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본명보다 불꽃이라는 활동명으로 더 유명한 그의 이력이 알려지며 이대녀들은 더욱 열광했다.

대선 당시 이대녀들은 “절대 지켜 박지현” “박지현 VS 이준석 누구 찍을래?” 등의 구호를 유행시키며 본격적인 이 대표와의 대결 구도를 유도했다.

최종 대선 투표 결과는 무승부였다. 윤 대통령은 20대 남성에게 58.7%의 지지를, 여성에게 33.8%의 지지를 받았고, 이 의원은 최종 투표율에서 20대 여성에게 58%의 지지를, 남성에게는 36%의 지지를 받았다.


근소한 차이지만 20대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밀리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여의도 선거 전문가들은 박 전 위원장의 존재 덕분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20대 투표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진다.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는 그의 당권 도전을 끝까지 만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은 민주당을 지지했던 20대 여성들의 표심을 배반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최근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며 젊은 지지층에게 많은 비판을 듣는 중인 만큼, 상황은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중징계 결정 후,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힘(40.9%)은 처음으로 민주당(41.8%)에게 정당 지지도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리얼미터는 “이는 3월 5주차 조사 이후 14주 만에 처음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이긴 지표”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선거에서 두 번이나 이겨줬더니 ‘토사구팽’이냐”라는 젊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목소리와 “역시 청년은 들러리였다”는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가 합쳐진 결과였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친명?
반명?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이 꾸준히 비교됐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을 내친다면 지금의 국민의힘이 듣는 비판을 똑같이 들을 요소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민주당 지도부가 그의 출마를 전격적으로 인정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민주당 인사들은 그의 출마를 인정하자는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지금은 주류가 된 ‘친명(친 이재명)’ 의원들과의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기득권을 쥐고 있는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박 전 위원장은 애초 이 의원이 직접 영입한 ‘친명’계 인사였다. 대통령선거 당시 박 전 위원장은 현장에서 “나는 이재명 한 사람만 보고 민주당에 들어왔다”며 “이재명은 차악이 아닌 최선의 후보”라고 그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낸 바 있다.

좋았던 둘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은 박 전 위원장이 ‘586 용퇴론’과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를 주장하면서부터다.

현재 친명에 속해있는 의원은 그 세가 불어나 약 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60명 중 대부분이 박 전 위원장이 용퇴를 주장하는 586세대라는 점이다. 하물며 이 의원 본인도 586세대에 속한다.

즉,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은 ‘친명’계의 해산을 주장한 것과 다름없다. 그는 민주당의 끝없는 추락이 쇄신을 단행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친명계 의원 중 상당수가 쇄신을 방해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또한 “XXX 치러 갔나”라는 성희롱성 발언을 한 친명계 핵심인 최 의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과 평행이론? “아직 이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신세

당시 민주당은 성비위 혐의를 받은 박완주 의원에 대한 징계 논란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중진 의원과 실세의 잇따른 성비위 사건에 누구 하나 강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나섰다.

그는 본인의 SNS에 “민주당이 민심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기 전에 최 의원은 재심 청구를 철회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며 “최 의원의 거짓 발언, 은폐 시도, 2차 가해 행위를 종합해봤을 때(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은) 무거운 처벌이라 보기 어렵다”고 압박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박 전 위원장은 친명계 의원들, 나아가 이 의원 본인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재명 의원이 변해서”라고 말한다.

박 전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이 의원은 다른 사건에서 보인 모습과는 달리 최 의원 사건에서 만큼은 ‘온정주의자’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정권을 내줬던 민주당의 어두운 모습을 이 의원 스스로가 보인 점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비명(비 이재명)계가 박 전 위원장을 두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저격수’로서 새로운 포지션으로 자리 잡은 박 전 위원장에게 비명계 의원들이 서서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을 끌어내릴 전략만 구상하고 있는 비명계 인사들은 박 전 위원장의 저격이 ‘이재명 힘 빼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지지층은 이 의원과 상당 부분 겹친다. 주로 젊은 민주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의 표를 상당 부분 갉아먹는다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분위기를 뚫고, 극적인 반전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있었던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선언식에 뒤에서 지원하려 한 비명계 의들이 몇몇 있었다고 전해진다.

총 잡는 
직진녀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도전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상태지만 ‘비명계의 지지’라는 개인의 소득은 있었다. 그의 앞날은 비명계의 최전방 공격수로 새롭게 열릴 전망이다. 전당대회까지 이제 한 달, 비명계와 박 전 위원장의 공투가 시작되려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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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