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베이커서 화가로 멜로디 박

회화를 요리처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최정아갤러리에서 멜로디 박의 개인전 ‘Swimming Pool in the Corner’ 전시를 준비했다. 멜로디 박은 화가이기 이전에 빵과 케이크를 굽는 베이커로 일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멜로디 박의 회화는 구조적이면서도 평평함을 감지할 수 있는 거대한 형태에 색을 입힌 풍경을 연상케 한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수영장의 구조와 형태, 하늘의 수평적인 방향과 맞닿아 있는 옥상 수영장 등 인공적이고 자연적인 색이 중첩되는 절묘한 순간의 풍경에서 회화적 감각을 직관적으로 발견하는 식이다. 

해체

이 같은 감각은 기억에 담아뒀던 심상을 연상하기 위한 발색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부터 시작된다. 멜로디 박은 상상할 수 있는 회화적 풍경을 담기 위해 서로 다른 속성의 재료를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요리를 탄생시키거나, 발효시키기 위한 반죽의 과정을 거친다.

화학적이면서 물리적인 재료의 입자 실험을 통해 색을 제조하고 특정 도구와 신체가 개입된 움직임과 유사하다. 

최정아갤러리 관계자는 “멜로디박의 작업실 풍경을 보면 그의 회화적 태도가 ‘분자요리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화학자나 요리 연구가의 연구실처럼 물감 튜브보다 고체와 분말 물감이 즐비해 있다.


또 다양한 실험을 위해 붓 외에 낯선 형태의 그리기 도구와 색의 질감을 테스트한 정방형 캔버스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발색부터 시작
다른 재료 조합

유화, 목탄, 오일 바, 오일 파스텔, 왁스, 연필, 분말 입자 등을 이용해 재료의 근본적인 특성에 맞는 기법적인 표현을 살리고자 했다. 멜로디 박은 질감과 색을 연결하는 감각을 회화를 통해 발현하려 했다. 

멜로디 박이 페인팅을 완성하는 과정은 음식의 질감과 조직, 그리고 요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태도로 접근하는 분자요리학과 매우 유사하다. 마치 최근의 페인팅에서 지각할 수 있는 색의 질감, 형태, 화면 구성은 안료, 배경과 같은 모든 물질에서 분자라는 아주 작은 파편이 모여 구현되는 것과 같다.

작품 ‘햇살의 웅덩이(A Pool of Sunlight)’ ‘핑-퐁-핑-퐁(Ping-Pong-Ping-Pong)’ 등은 독특하게도 형태 간 크기와 거리, 색채와 움직임 등 시각적 속성에 의도적으로 어떤 왜곡을 가하는 것과 색을 중심으로 화면에서 발생하는 안과 밖 등 색과 모양이 두 개의 상태 또는 하나의 관점에서 관철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분자의 파편 모여 구현
하나의 관점에서 관철

특히 동글동글한 작은 크기의 스펀지를 막대기에 연결해, 화장하듯이 혹은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지워내듯이 톡톡 두드려 그리는 것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색을 캔버스 아래로 흡수시키려는 동시에 표면 위에 안착시키거나 드로잉하듯이 가늘고 옅게 그려내는 등 기초적인 태도를 구사한다. 


해체와 재조합을 통한 추상 회화의 해석은 식재료를 갈아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특정 분자요리를 상상하게끔 한다. 페인팅에서 가장 기초적인 것, 즉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고 화학적 변화에 주목하는 게 멜로디 박 회화의 본질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는 물감의 농도와 질감을 탐구하는 안료에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연에서 유추할 수 있는 본연의 색을 모색하는 것과 도구를 통한 그리기 태도에 주목한다.

재조합

최정아갤러리 관계자는 “멜로디 박은 디지털 이미지에 의존하는 동시대성을 지양하고 기억과 경험의 감각에 기대 그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체화된 감각의 본능을 화면에 담으려 한다”며 “회화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기초적인 언어에 몰두하려 하며, 그가 갖고 있던 독특한 경력을 통해 신체에 각인된 행위의 맥락을 회화 형식에 대입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멜로디 박은?]

▲학력
Glasgow school of art Fine art(Drawing) 석사(2017)
Kingston University Fine art 학사(2016)

▲개인전
‘Swimming pool in the corner’ 최정아갤러리(2022)
‘Dianthus pink lemonade’ 최정아갤러리(2021)
‘Bismuth vanadate yellow’ H contemporary Galley(2021)
‘Melody of soft biscuits’ 무무재(2019)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 H contemporary Galley(2018)
‘melody’ 최정아갤러리(2018)
‘You are in my dream, Drawing White space’ 글라스고(2017)
‘I want to feel fresh, Tsuru Lim’ 런던(2015)

▲수상
Best-Emerging Artists 2019(2019)
Summer Exhibition Royal academy 영국왕립미술원(2017)
da Vinci residency emerging painter award(2016)    
한국 안데르센상 미술 부분 우수상(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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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