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vs 윤핵관’ 국민의힘 암투 2라운드

잔치는 끝났다 ‘여당 내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은 분명 6·1 지방선거를 이겼는데도 개운치 않다. 내부에서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이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탓이다. 갈등이 아니라면서도 속으로는 내 세력을 일찍부터 심어 2년 뒤를 미리 준비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누구든 패배하면 즉시 자신은 물론 자신의 세력도 몰락하게 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장본인이다. 여러 갈등 과정이 있었지만 대표로서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했고, 지방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들이대기란 어렵다. 

지선 잡고
자리 싸움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최근 이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존재감도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탓에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 대표는 단숨에 우크라이나로 달려갔다.

민감한 외교 사안과 직결된 상황에도 우크라이나 방문을 밀어붙인 이유는 지방선거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재차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이제는 그의 발언대로 선거가 끝난 뒤 평시 리더십을 평가받아야 할 차례다. 


우크라이나 방문도 자신의 당 대표 역할론을 부각시켜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출국 전에는 곧바로 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쉴 틈도 없이 개혁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당 대표답지 않게 모든 사안에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구성원들의 불편을 사왔다. 또 선거에서 승리해 정당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인식과 정치권을 개혁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야 한다는 고집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대표는 말 그대로 위기에 놓여있다. 여러 사건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그려져서다. 혁신위를 띄운 이유와 우크라이나행을 택한 것도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파다하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와 윤핵관 세력 간 갈등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윤핵관 세력은 이런 점을 들어 연일 이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 인사로 분류된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흔드는 중이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비판했다. 

대선 전부터 이 대표와 정 의원의 사이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내려온 뒤 국민의힘 입당을 추진한 과정에서도 정 의원과 이 대표 사이에서 설전이 오갔던 바 있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때도 함께 자리했으며 윤 대통령의 부친이 충청이라는 점을 들어 충청 대망론을 띄운 인물이기도 하다.


혁신위발 공천권 전쟁
중진 입지 좁아져 반감

대선에 앞서 정 의원을 만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조언을 구했을 만큼 가까웠다. 윤심으로 불리는 정 의원은 최근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를 이준석 혁신위 같다며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혁신위는 공천 등 모호한 규정을 재정비하고,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새로운 사람이 준비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권력자의 일방적인 내려꽂기 공천과 이해할 수 없는 전략공천 등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당협위원장의 추천만 믿고 했던 깜깜이 공천을 막겠다는 취지다.

위원은 9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최재형 의원(초선, 전 감사원장)과 천하람 변호사가 맡았다. 최 의원과 천 변호사는 지방선거 당시의 공천 시스템에 문제를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황상무 전 KBS 앵커가 강원도지사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았다가 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의 반발을 사 결국 경선 방식으로 바뀌었다. 황 전 앵커는 선거 때 토론팀장 등을 맡으면서 윤심에게 신뢰받는 인물이었다.

공천은 대통령의 의중이 알게 모르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런 의중을 과도하게 살피다 보니 단수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지사 후보 등 공천에 문제의식을 느낀 인사들이 혁신위를 꾸리기 위해 계획 중이었다는 것.

벌써부터 혁신위를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정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인사들의 시각 차가 크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띄운 이유는 공천 시스템에 대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러나 결국 공천 관련된 인물들은 이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 설명이다. 

정 의원이 지속적으로 이 대표를 타격 중인 이유는 대표 임기 1년을 남긴 상황에서 윤핵관이 세를 다질 때 그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내년 6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공천권을 갖게 되지만 현재로서는 재출마 가능성은 낮다.

당권 잡기 
권력 투쟁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의 혁신위에 반기를 드는 인사 대부분은 중진 의원들이다. 견제받는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띄운 혁신안이 그들의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천에는 통상 관례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들이 이 대표를 곱지 않게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대편에서는 이 대표가 고삐를 강하게 쥐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성 정치인으로서 다져놓은 입지를 빼앗길 수 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는 아직 30대 정치인으로 은퇴할 사람을 견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진 의원을 견제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합리적 문제의식을 갖고 봐야 하는데 단편적, 지엽적인 것으로 담론을 덮으려 하는 옹색한 행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 내부에서는 혁신위에 대한 반감과 함께 이 대표를 쳐내려는 이유가 차기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해석도 많다. 대표적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도 “혁신위가 다소 다급한 면이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대선 기간에도 장제원 의원과 함께 이 대표와 큰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다. 당시 이 대표가 부산까지 찾아가 경고하자 한발 물러나며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두 인물이 이 대표의 비판에 나선 이유는 윤심임을 내세워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당권 다지기에 포석을 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표면상으로는 이 대표의 자기 정치와 다급함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내면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당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좀처럼 갈등이 풀리지 않자, 한발 물러난 쪽은 권 원내대표와 정 의원 측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비판한지 하루 만에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옳지 않다”며 발을 뺐다.

권 원내대표도 “권력 다툼은 억측”이라는 말로 진화에 나섰다. 정 의원 측 관계자도 “단순히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단순히 우려 입장을 전달할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정 의원 역시 수위를 낮춰 이 대표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글을 올렸지만 이 대표는 심기가 불편한 모양새다. 부산 잠행과 비슷하게 정 의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육모철퇴 게시물로 맞받아쳤다.


대세와 대표 
세력간 대결

내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쏴올린 혁신위가 실질적으론 도움이 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당장 내년에 선출될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게 되고 혁신위를 통해 당헌·당규를 고칠 수 있는 까닭이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 대표가 혁신위를 발족한 이유는 야당보다 당 혁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어필하기 위함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순히 이 대표 체제의 어필을 위한 안전핀이 아니라는 것.

물론 이 대표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성상납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의힘 징계위원회에서 이달 말 결론이 내려질 예정인 까닭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는 최초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이달 말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의혹에 대한 사실을 떠나 징계를 받느냐 마느냐다. 사실상 성상납 의혹은 공소시효 5년이 지났고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 증거은닉교사 의혹은 다소 구체적이다.

지난 4월 가로세로연구소 측에서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이 성접대 관여를 주장한 A씨와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가세연 측은 이를 토대로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은 고사하더라도 증거은닉교사, 당의 명예 실추 등이 인정될 경우 징계위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또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이뤄질 경우, 대표직 및 당원 자격 상실은 물론 향후 정치 행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징계위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대표의 징계 여부를 두고 당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대표로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성상납 의혹 징계 여부에 운명 결정
이 대표 날아가면 국힘 위기 올 수도

성상납 의혹은 윤핵관이 이 대표를 향해 쓸 수 있는 카드로 당을 장악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인 셈이다. 이 대표에게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경우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피하다.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여럿 있는 만큼 징계위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새 당 대표가 선출된다고 해도 이미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당을 장악해버린 이상 차기 당 대표가 윤핵관 세력이 아닐 경우, 당 대표로서의 입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1년 여의 남은 임기만으로는 당내 세력을 다지기 힘들다.

반면 징계에 반대 인사들은 벌써 이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이 자해를 넘어 자살행위라며 퇴출시키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50% 이상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보궐선거부터 이번 지방선거까지 3번을 내리 이겼다.

승장을 아무런 이유 없이 몰아낸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를 쫓아낼 명분도 없고, 같이 망하자는 꼴이기 때문에 당정의 국정동력도 함께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대표의 등판 후 국민의힘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청년층 중 특히 젊은 남성층들을 기존의 꼰대 색채가 짙다는 당으로 끌어들이며 당을 젊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비판이 나와도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스스로 몸값도 높였다. 윤핵관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를 잃는다면 중도층을 잃을 수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중도층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됐다. 이 대표는 “절대로 사퇴는 없다”며 일찌감치 강력하게 사퇴설에 선을 그었다. 

이대로
밀리면 끝

해당 논란에 대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를 당 대표직에서 빨리 내려 보내고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권을 잡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잘되는 것보다 기성 정치인들이 오히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데 차기 총선에서 입지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위기 때문”이라며 “대중적 평가는 관심도 없고, 차기 공천권을 행사할 때 윤심에 호소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몸 푸는 차기 당권 주자들

국민의힘 당권을 잡기 위해 세를 다지고 나선 이들은 윤핵관뿐만 아니다.

최근 새로운 당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벌써부터 몸을 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면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이들도 국내에서 광폭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분당갑에서 당선되며 국민의힘 원내 인사가 된 안철수 의원의 경우 포럼 형식으로 당내 세를 다질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후 관련 포럼, 연금개혁 논의 등이 줄줄이 계획돼있다.

안 의원은 현재까지 당권 도전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또 다른 윤심으로 불리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혁신24 새로운 미래라는 모임을 발족했다.

당내에서도 김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서 중재한 인물로 당내 이미지 역시 긍정적 여론이 형성돼있다.

이 밖에 원외에서는 나경원 전 대표가 대표직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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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