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vs 윤핵관’ 국민의힘 암투 2라운드

잔치는 끝났다 ‘여당 내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은 분명 6·1 지방선거를 이겼는데도 개운치 않다. 내부에서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이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탓이다. 갈등이 아니라면서도 속으로는 내 세력을 일찍부터 심어 2년 뒤를 미리 준비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누구든 패배하면 즉시 자신은 물론 자신의 세력도 몰락하게 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장본인이다. 여러 갈등 과정이 있었지만 대표로서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했고, 지방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들이대기란 어렵다. 

지선 잡고
자리 싸움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최근 이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존재감도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탓에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 대표는 단숨에 우크라이나로 달려갔다.

민감한 외교 사안과 직결된 상황에도 우크라이나 방문을 밀어붙인 이유는 지방선거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재차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이제는 그의 발언대로 선거가 끝난 뒤 평시 리더십을 평가받아야 할 차례다. 


우크라이나 방문도 자신의 당 대표 역할론을 부각시켜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출국 전에는 곧바로 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쉴 틈도 없이 개혁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당 대표답지 않게 모든 사안에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구성원들의 불편을 사왔다. 또 선거에서 승리해 정당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인식과 정치권을 개혁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야 한다는 고집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대표는 말 그대로 위기에 놓여있다. 여러 사건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그려져서다. 혁신위를 띄운 이유와 우크라이나행을 택한 것도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파다하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와 윤핵관 세력 간 갈등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윤핵관 세력은 이런 점을 들어 연일 이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 인사로 분류된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흔드는 중이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비판했다. 

대선 전부터 이 대표와 정 의원의 사이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내려온 뒤 국민의힘 입당을 추진한 과정에서도 정 의원과 이 대표 사이에서 설전이 오갔던 바 있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때도 함께 자리했으며 윤 대통령의 부친이 충청이라는 점을 들어 충청 대망론을 띄운 인물이기도 하다.


혁신위발 공천권 전쟁
중진 입지 좁아져 반감

대선에 앞서 정 의원을 만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조언을 구했을 만큼 가까웠다. 윤심으로 불리는 정 의원은 최근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를 이준석 혁신위 같다며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혁신위는 공천 등 모호한 규정을 재정비하고,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새로운 사람이 준비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 권력자의 일방적인 내려꽂기 공천과 이해할 수 없는 전략공천 등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당협위원장의 추천만 믿고 했던 깜깜이 공천을 막겠다는 취지다.

위원은 9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최재형 의원(초선, 전 감사원장)과 천하람 변호사가 맡았다. 최 의원과 천 변호사는 지방선거 당시의 공천 시스템에 문제를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황상무 전 KBS 앵커가 강원도지사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았다가 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의 반발을 사 결국 경선 방식으로 바뀌었다. 황 전 앵커는 선거 때 토론팀장 등을 맡으면서 윤심에게 신뢰받는 인물이었다.

공천은 대통령의 의중이 알게 모르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런 의중을 과도하게 살피다 보니 단수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지사 후보 등 공천에 문제의식을 느낀 인사들이 혁신위를 꾸리기 위해 계획 중이었다는 것.

벌써부터 혁신위를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정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인사들의 시각 차가 크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띄운 이유는 공천 시스템에 대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러나 결국 공천 관련된 인물들은 이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 설명이다. 

정 의원이 지속적으로 이 대표를 타격 중인 이유는 대표 임기 1년을 남긴 상황에서 윤핵관이 세를 다질 때 그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내년 6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공천권을 갖게 되지만 현재로서는 재출마 가능성은 낮다.

당권 잡기 
권력 투쟁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의 혁신위에 반기를 드는 인사 대부분은 중진 의원들이다. 견제받는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띄운 혁신안이 그들의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천에는 통상 관례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들이 이 대표를 곱지 않게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대편에서는 이 대표가 고삐를 강하게 쥐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성 정치인으로서 다져놓은 입지를 빼앗길 수 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는 아직 30대 정치인으로 은퇴할 사람을 견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진 의원을 견제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합리적 문제의식을 갖고 봐야 하는데 단편적, 지엽적인 것으로 담론을 덮으려 하는 옹색한 행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 내부에서는 혁신위에 대한 반감과 함께 이 대표를 쳐내려는 이유가 차기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해석도 많다. 대표적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도 “혁신위가 다소 다급한 면이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대선 기간에도 장제원 의원과 함께 이 대표와 큰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다. 당시 이 대표가 부산까지 찾아가 경고하자 한발 물러나며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두 인물이 이 대표의 비판에 나선 이유는 윤심임을 내세워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 당권 다지기에 포석을 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표면상으로는 이 대표의 자기 정치와 다급함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내면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당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좀처럼 갈등이 풀리지 않자, 한발 물러난 쪽은 권 원내대표와 정 의원 측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비판한지 하루 만에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옳지 않다”며 발을 뺐다.

권 원내대표도 “권력 다툼은 억측”이라는 말로 진화에 나섰다. 정 의원 측 관계자도 “단순히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단순히 우려 입장을 전달할 것뿐”이라고 언급했다.

정 의원 역시 수위를 낮춰 이 대표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글을 올렸지만 이 대표는 심기가 불편한 모양새다. 부산 잠행과 비슷하게 정 의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육모철퇴 게시물로 맞받아쳤다.


대세와 대표 
세력간 대결

내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쏴올린 혁신위가 실질적으론 도움이 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당장 내년에 선출될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게 되고 혁신위를 통해 당헌·당규를 고칠 수 있는 까닭이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 대표가 혁신위를 발족한 이유는 야당보다 당 혁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어필하기 위함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순히 이 대표 체제의 어필을 위한 안전핀이 아니라는 것.

물론 이 대표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성상납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의힘 징계위원회에서 이달 말 결론이 내려질 예정인 까닭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는 최초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이달 말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의혹에 대한 사실을 떠나 징계를 받느냐 마느냐다. 사실상 성상납 의혹은 공소시효 5년이 지났고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 증거은닉교사 의혹은 다소 구체적이다.

지난 4월 가로세로연구소 측에서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이 성접대 관여를 주장한 A씨와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가세연 측은 이를 토대로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은 고사하더라도 증거은닉교사, 당의 명예 실추 등이 인정될 경우 징계위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또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이뤄질 경우, 대표직 및 당원 자격 상실은 물론 향후 정치 행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징계위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대표의 징계 여부를 두고 당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대표로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성상납 의혹 징계 여부에 운명 결정
이 대표 날아가면 국힘 위기 올 수도

성상납 의혹은 윤핵관이 이 대표를 향해 쓸 수 있는 카드로 당을 장악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인 셈이다. 이 대표에게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경우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피하다.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여럿 있는 만큼 징계위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새 당 대표가 선출된다고 해도 이미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당을 장악해버린 이상 차기 당 대표가 윤핵관 세력이 아닐 경우, 당 대표로서의 입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1년 여의 남은 임기만으로는 당내 세력을 다지기 힘들다.

반면 징계에 반대 인사들은 벌써 이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이 자해를 넘어 자살행위라며 퇴출시키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50% 이상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보궐선거부터 이번 지방선거까지 3번을 내리 이겼다.

승장을 아무런 이유 없이 몰아낸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를 쫓아낼 명분도 없고, 같이 망하자는 꼴이기 때문에 당정의 국정동력도 함께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대표의 등판 후 국민의힘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청년층 중 특히 젊은 남성층들을 기존의 꼰대 색채가 짙다는 당으로 끌어들이며 당을 젊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비판이 나와도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스스로 몸값도 높였다. 윤핵관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를 잃는다면 중도층을 잃을 수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중도층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됐다. 이 대표는 “절대로 사퇴는 없다”며 일찌감치 강력하게 사퇴설에 선을 그었다. 

이대로
밀리면 끝

해당 논란에 대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를 당 대표직에서 빨리 내려 보내고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권을 잡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잘되는 것보다 기성 정치인들이 오히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데 차기 총선에서 입지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위기 때문”이라며 “대중적 평가는 관심도 없고, 차기 공천권을 행사할 때 윤심에 호소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몸 푸는 차기 당권 주자들

국민의힘 당권을 잡기 위해 세를 다지고 나선 이들은 윤핵관뿐만 아니다.

최근 새로운 당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벌써부터 몸을 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면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이들도 국내에서 광폭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분당갑에서 당선되며 국민의힘 원내 인사가 된 안철수 의원의 경우 포럼 형식으로 당내 세를 다질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후 관련 포럼, 연금개혁 논의 등이 줄줄이 계획돼있다.

안 의원은 현재까지 당권 도전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또 다른 윤심으로 불리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혁신24 새로운 미래라는 모임을 발족했다.

당내에서도 김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서 중재한 인물로 당내 이미지 역시 긍정적 여론이 형성돼있다.

이 밖에 원외에서는 나경원 전 대표가 대표직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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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