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촉법소년, 어떻게 해야 하나?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2.04.25 13:08:58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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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학생들이 자동차를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혔던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행동이 너무나 생경스러워야 마땅함에도 당혹스럽지 않았던 무엇이었을까. 그만큼 나이 어린 소년들의 일탈·비행·범행이 빈번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7년 7896건이던 촉법소년의 범죄건수가 지난해 1만2501건으로 58% 증가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심각한 지탄을 받아야 함에도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지 않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학생이 “나 촉법인데요”라며 경찰에게 당당하게 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죄에 상응한 처벌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무언가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대두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단 기존의 법적 연령이 정해졌던 70여년 전에 비하면 소년의 신체적 성숙이나 사회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큰 잡음이 없다. 법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고 그 변화를 담아내야 하는 것이 지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소년범죄 현상에 대체로 두 가지 방향에서 그 대안을 찾고 있다.


첫째는 형사미성년이나 소년사법 대상 연령을 낮추는 것이다. 미국·영국·호주·프랑스 등의 국가가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을 낮게는 6세에서 높게는 13세 사이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 그런 추세의 반영이다.

두 번째는 범죄자보다는 범죄 행위와 범죄 내용, 또는 피해 정도 등을 중시해, 행위자의 연령에 무관하게 특정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판사로 하여금 최소한의 양형을 선고하도록 강제하는 소위 ‘강제최소양형제(Mandatory Minimum Sentencing)’를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대안은 보수적 강경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며, 그들은 처벌보다 보호와 교육의 대상이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소년사법이 나라가 보호자를 대신한다는 ‘국친사상’에 근거하고 있음에 비추어, 국가가 보호자적 역할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반된 견해를 함께 담아낼 묘안은 없을까. 연령의 하향화를 통한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반대로 보호만이 유일한 대안이나 해결책이 될 수 도 없다. 이 둘은 상호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작용해야 한다.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독일의 경우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처한 환경을 파악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해결하는 데 주목한다. 문제 학생을 처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결국 문제 학생을 보호하면서, 범법 행위를 억제하는 국가가 역할을 재정립하는 게 중요해진 시점이다. 마치 사법제도가 불구속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구속할 수도 있도록 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형제도가 아예 폐지된 것보다 존치는 하되 집행은 하지 않는 것이 더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소년법도 일정한 연령에 대해 처분이나 처벌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보다는 형사미성년에게는 보호처분이, 촉법소년에게는 지금과 같이 처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처벌 할 수 있는 예외적 출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막무가내로 “나 촉법인데요”라는 말하는 행동은 사라지지 않을까. 범죄와 처벌의 주요 요소인 ▲범죄 ▲피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도 등과 무관하게 단순히 나이 하나만으로 형사 처벌 여부가 결정돼서는 안 되지 않을까.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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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