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박홍근 VS '외강내유' 권성동 피 튀길 원내 전쟁 관전포인트

묵직한 한방이냐 날카로운 잽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싸움이 의회 정치로 넘어갔다. 각 당의 원내대표 자리에 ‘친이재명계’ 박홍근 의원과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각각 당선된 것이다. 치열했던 대선이 끝난 후 한숨 돌리고 있던 정계는 이제 또 다른 전쟁 돌입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대선이 끝나고 6주가 흘렀다. 승리한 국민의힘과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제 각자 위치를 정하고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안정적으로 정책을 끌고 나갈 ‘묵직함’이 필요해졌고, 야당이 된 민주당은 그런 그들을 견제하고 민심을 얻을 ‘날카로움’이 필요한 상태다.

‘여’코너
‘야’코너

각자 나름대로의 상황에 따라 전략 설정에 들어간 양당이지만, 둘은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이제 민주당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국정운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예고한 바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대통령선거 승리가 오랜만에 맛보는 ‘큰 선거 승리’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민주당에 돌아선 민심을 살짝 엿본 국민의힘이지만, 그 이전의 큼지막한 선거에서는 계속 지기만 했다.

2016년 불거진 국정 농단 사건으로 민심을 크게 잃은 국민의힘은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정부에 정권을 내줬다.


그로부터 1년 후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북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 의회 의석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그로부터 2년 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과반 이상의 의석을 민주당에 넘겨주며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국민의힘은 민심의 바로비터라 불리는 경기 지역 59개의 선거구 중 단 6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고, 서울 지역에서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민주당에 패배했다.

총 17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현재 의회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국민의힘이 마음 놓고 기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석열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협조는 물론, 각 지방에 자리하고 있는 단체장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선거에 당선된 후에 독립 권력으로 지방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지만, 다음 공천을 위해서, 그리고 그 다음 정치 생활을 위해서 아직 중앙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사퇴로 당의 수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는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전환된 비대위 수뇌부의 주요 요직은 대부분 민주당 국회의원들로 채워져 있다. 권력구조상 단체장들과 윤석열 당선인 측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대표인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상당히 커져 있는 상태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상,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상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민주당 원내대표의 ‘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로 뽑힌 3선의 박홍근 의원의 ‘입’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남 고흥 출생으로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1992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이하 전대협) 권한대행을 맡으며 정치인으로서의 초석을 다졌다.

전대협 시절 민자당 낙선 운동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중앙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이후 청년 유권자 연대 위원장과 전대협 동우회 활동을 이어오면서 시민운동에도 눈을 떴다.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에 청춘을 바친 박 원내대표가 꿈에 그리던 중앙정치무대를 밟은 것은 그의 나이 37세 때다.

2007년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면서 진보 진영 정당의 대표격인 미래창조연대라는 조직이 생겼고, 여기서 청년 대표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정계에 알렸다.

아래부터 위로 올라온 박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권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대책위원장을 역임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압도적인 패배를 기록한 민주당의 비례 순번은 박 원내대표에게까지 돌아가지 못했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첫발을 떼기까지는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박 원내대표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중랑을 지역에 출마해 비로소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에 들어간 박 원내대표는 교육문화체육단장위원회에서 열심히 활동했지만, 초선 의원의 특성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어리버리한 초선이었던 그가 당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제20대 총선서 재선에 성공하면서부터다.

화려한 의정활동 대신 흠결 없고,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던 박 원내대표를 당에서 알아봐 준 것이다.

2017년 5월 우원식 당시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로 그를 지목했다. 이후 박 원내대표의 커리어는 상승가도를 달렸다. 그중 눈여겨볼 이력은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제3기 위원장이다.


여기서 그는 LG유플러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파인텍 고공농성, 전주택시 고공농성 문제 등 여러 사안을 해결하며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이때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고공농성 해결사’다.

약 20년간의 학생운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약소 정당이었던 민주당에서 이어온 정치생활 등은 그를 ‘강’한 정치인으로 만들었고, ‘고공농성 해결사’ 시절을 보냈던 시절은 그를 ‘유’한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청년 시절에 쌓았던 경험들은 강한 투쟁심을 갖게 했고, 이쪽 저쪽을 오가며 조율한 경험들은 그에게 유하게 중재하는 능력을 기르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측 인사들은 박 원내대표를 ‘외유내강’의 표본이라 평가하고 있다. 

아래에서
꼭대기로

국민의힘 측에서도 지난 8일 원내대표를 새로 뽑았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에 맞설 대항마를 새로 뽑는 만큼, 정계의 관심은 종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쏠려있었다.

결과는 ‘윤핵관’이라 알려진 권성동 의원의 압승이었다.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만큼이나 다사다난한 정치 커리어를 이어왔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유년시절 모두를 강원도 강릉시에서 보내다가 그는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하며 처음 상경했다. 이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검사로서 직무를 시작한 권 원내대표는 중앙지검 특수부, 대검찰청 등에서 근무하며 검찰의 핵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06년 인천지검 특수부장검사를 역임한 후 옷을 벗은 권 원내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 법무비서관에 임명되며 정치인으로서 첫 커리어를 쌓았다. MB정부에서 시작한 그의 정치적 커리어는 이후 그의 무기가 되기도 했고, 약점이 되기도 했다. 

무기가 됐던 시절은 그가 초선 의원을 지냈던 시절이다.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강원도 강릉시 지역구에 무난히 공천을 받은 권 원내대표는 보궐선거에서도 큰 무리 없이 승리했다.

18대 국회 중간에 들어왔음에도 당시 MB정부의 후광을 입고 있던 터라, 초선 2년4개월간 4개의 상임위원회, 3개의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10개의 인사청문회와 4개의 대정부질문 등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초선 의원답지 않은 활동은 그를 자연스레 한나라당의 실세로 만들어줬다. 제19대 총선에서부터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당명이 바뀌고 당내 주류가 ‘친이(친 이명박)’에서 ‘친박(친 박근혜)’으로 바뀌는 동안 권 원내대표는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초선 때 보인 전투력과 ‘말빨’을 인정받아 재선 의원 임기 내내 실세 의원들만 간다고 알려진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간사로 활동한 것이다.

실세에서
공천 탈락

이후 박근혜정부와 당의 갈등이 격화되자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자리를 내려놨고, 이 자리를 대신하는 전략기획본부장에 권 원내대표가 선임됐다.

이때부터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를 ‘친이’를 넘어 ‘비박(비 박근혜)’ 의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어졌고, 당시 탄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이후 보수당 의원으로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탄핵 후 총선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당시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체제하에서 권 원내대표는 눈엣가시였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지도부는 이런저런 명분을 끼워넣어 그의 공천을 탈락시켰고,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본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해 당선되며 부활했다.

무소속 의원으로 입당 시기만 조율하고 있던 그가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민의힘 입당을 도우면서부터다.

어렸을 때부터 윤 당선인과 알고 지낸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권 원내대표는 검찰총장 옷을 벗은 윤 당선인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여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게 했다. 

윤 당선인이 처음 만난 정치인이 권 원내대표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5월에 둘은 강릉시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윤석열 대망론의 신호탄을 날렸다.

이후 그는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서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 전략을 진두지휘했고, 여의도 국회의원들과 연이 없던 당선인에게 중견 정치인들을 여럿 소개해줬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또 다시 주류로 이어지는 권 원내대표의 커리어는 롤러코스터 같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검사 시절부터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고, 이후 화려한 말빨과 전투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때부터 그는 ‘강’의 면모를 띄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고, 비주류로 전락하며 공천 탈락의 수모를 겪었을 때는 ‘유’의 면모를 처음 띄게 됐다.

이래저래 수난을 겪은 그는 현재 ‘외강내유’형 정치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는 등 본인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강한’ 돌파력을 지닌 동시에 친구를 설득하고 비주류 정치인 생활을 견뎌온 ‘유’ 또한 겸비한 셈이다.

‘여소야대’ 주도권 다툼
‘검수완박’ 두고 첫 매치

이처럼 민주당 박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을 하며 아래에서부터 원내대표 자리까지 조용히 올라온 박 원내대표와 시작은 화려했으나 몰락의 길을 걷다 최근에서야 다시 기지개를 켠 권 원내대표는 ‘외강내유’형이란 별명과 ‘외유내강’형이라는 타이틀이 보여주듯 정반대 성격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둘의 성향이 맞바뀌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야당 의원들의 대표자리에 오른 박 원내대표가 강하게 당선인 측을 비판하고 있고, 여당 의원들의 대표 자리에 오른 권 원내대표는 오히려 유하게 이를 방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스컴에는 ‘검수완박’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검수완박이란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준말로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핵심 공약이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힘을 빼려는 조치로 그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속해서 추진했던 일이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은 퇴임 전 이를 끝내려 하고 있으나 검찰의 강한 반발로 현재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거부권을 행사해 검수완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에 지금 민주당은 서둘러 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및 검찰 측에서는 ‘대통령 퇴임 전 이뤄지는 추태’라고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 및 청와대에서는 ‘검찰공화국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대응의 선봉장에는 역시 박 원내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강한 야당’이 될 것을 선언한 그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이빨을 최근에서야 드러냈다. 윤 당선인의 인사와 검찰의 행태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연이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새로운 법무부 장관으로 그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인사가 망사가 됐다”며 “깜깜이 찔끔 정실 인사로 얼룩진 윤 당선인의 첫 인사는 실패작이다. 특히 한 후보자 지명은 망사를 넘어 망국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새 정부에 희망과 기대를 걸던 국민에 날린 어퍼컷”이라며 날선 메시지를 이어갔다.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 표명을 낸 검찰에 대해서도 “‘검수완박’ 결론 도달하면 좌고우면 않겠다”며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전투형’이라고 알려진 권 원내대표는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 앞으로 있을 국정운영에서 민주당과의 갈등은 윤석열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계산하에서다.

보통 때 같으면 더 강한 메시지를 냈을 권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검수완박에 관해 무제한 TV 토론할 것을 박홍근 원내대표께 제안 드린다”며 조심스레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장을 전했다.

꺼내고
감추고

강하게 맞받아치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서며 숨 고르기 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야당과 여당이 뒤바뀌더니 원내대표들의 성격도 서로 맞바뀌어가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언제 드러낸 이빨을 다시 감출지, 또 권 원내대표가 숨기고 있는 본인의 이빨을 언제 꺼내게 될지가 요즘 정계의 최대 관심사다. 지금 막 시작된 둘의 대결구도는 앞으로 있을 선거에, 그리고 윤 당선인의 국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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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