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박홍근 VS '외강내유' 권성동 피 튀길 원내 전쟁 관전포인트

묵직한 한방이냐 날카로운 잽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싸움이 의회 정치로 넘어갔다. 각 당의 원내대표 자리에 ‘친이재명계’ 박홍근 의원과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각각 당선된 것이다. 치열했던 대선이 끝난 후 한숨 돌리고 있던 정계는 이제 또 다른 전쟁 돌입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대선이 끝나고 6주가 흘렀다. 승리한 국민의힘과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제 각자 위치를 정하고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안정적으로 정책을 끌고 나갈 ‘묵직함’이 필요해졌고, 야당이 된 민주당은 그런 그들을 견제하고 민심을 얻을 ‘날카로움’이 필요한 상태다.

‘여’코너
‘야’코너

각자 나름대로의 상황에 따라 전략 설정에 들어간 양당이지만, 둘은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이제 민주당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국정운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예고한 바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대통령선거 승리가 오랜만에 맛보는 ‘큰 선거 승리’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민주당에 돌아선 민심을 살짝 엿본 국민의힘이지만, 그 이전의 큼지막한 선거에서는 계속 지기만 했다.

2016년 불거진 국정 농단 사건으로 민심을 크게 잃은 국민의힘은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정부에 정권을 내줬다.


그로부터 1년 후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북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기초단체장과 지방 의회 의석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그로부터 2년 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과반 이상의 의석을 민주당에 넘겨주며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국민의힘은 민심의 바로비터라 불리는 경기 지역 59개의 선거구 중 단 6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고, 서울 지역에서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민주당에 패배했다.

총 17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현재 의회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국민의힘이 마음 놓고 기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석열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협조는 물론, 각 지방에 자리하고 있는 단체장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선거에 당선된 후에 독립 권력으로 지방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지만, 다음 공천을 위해서, 그리고 그 다음 정치 생활을 위해서 아직 중앙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사퇴로 당의 수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는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전환된 비대위 수뇌부의 주요 요직은 대부분 민주당 국회의원들로 채워져 있다. 권력구조상 단체장들과 윤석열 당선인 측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대표인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상당히 커져 있는 상태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상,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상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민주당 원내대표의 ‘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로 뽑힌 3선의 박홍근 의원의 ‘입’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남 고흥 출생으로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1992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이하 전대협) 권한대행을 맡으며 정치인으로서의 초석을 다졌다.

전대협 시절 민자당 낙선 운동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중앙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이후 청년 유권자 연대 위원장과 전대협 동우회 활동을 이어오면서 시민운동에도 눈을 떴다.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에 청춘을 바친 박 원내대표가 꿈에 그리던 중앙정치무대를 밟은 것은 그의 나이 37세 때다.

2007년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면서 진보 진영 정당의 대표격인 미래창조연대라는 조직이 생겼고, 여기서 청년 대표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정계에 알렸다.

아래부터 위로 올라온 박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권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대책위원장을 역임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압도적인 패배를 기록한 민주당의 비례 순번은 박 원내대표에게까지 돌아가지 못했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첫발을 떼기까지는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박 원내대표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중랑을 지역에 출마해 비로소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에 들어간 박 원내대표는 교육문화체육단장위원회에서 열심히 활동했지만, 초선 의원의 특성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어리버리한 초선이었던 그가 당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제20대 총선서 재선에 성공하면서부터다.

화려한 의정활동 대신 흠결 없고,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던 박 원내대표를 당에서 알아봐 준 것이다.

2017년 5월 우원식 당시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로 그를 지목했다. 이후 박 원내대표의 커리어는 상승가도를 달렸다. 그중 눈여겨볼 이력은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제3기 위원장이다.


여기서 그는 LG유플러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파인텍 고공농성, 전주택시 고공농성 문제 등 여러 사안을 해결하며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이때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고공농성 해결사’다.

약 20년간의 학생운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약소 정당이었던 민주당에서 이어온 정치생활 등은 그를 ‘강’한 정치인으로 만들었고, ‘고공농성 해결사’ 시절을 보냈던 시절은 그를 ‘유’한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청년 시절에 쌓았던 경험들은 강한 투쟁심을 갖게 했고, 이쪽 저쪽을 오가며 조율한 경험들은 그에게 유하게 중재하는 능력을 기르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측 인사들은 박 원내대표를 ‘외유내강’의 표본이라 평가하고 있다. 

아래에서
꼭대기로

국민의힘 측에서도 지난 8일 원내대표를 새로 뽑았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에 맞설 대항마를 새로 뽑는 만큼, 정계의 관심은 종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쏠려있었다.

결과는 ‘윤핵관’이라 알려진 권성동 의원의 압승이었다.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만큼이나 다사다난한 정치 커리어를 이어왔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유년시절 모두를 강원도 강릉시에서 보내다가 그는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하며 처음 상경했다. 이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검사로서 직무를 시작한 권 원내대표는 중앙지검 특수부, 대검찰청 등에서 근무하며 검찰의 핵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06년 인천지검 특수부장검사를 역임한 후 옷을 벗은 권 원내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 법무비서관에 임명되며 정치인으로서 첫 커리어를 쌓았다. MB정부에서 시작한 그의 정치적 커리어는 이후 그의 무기가 되기도 했고, 약점이 되기도 했다. 

무기가 됐던 시절은 그가 초선 의원을 지냈던 시절이다.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강원도 강릉시 지역구에 무난히 공천을 받은 권 원내대표는 보궐선거에서도 큰 무리 없이 승리했다.

18대 국회 중간에 들어왔음에도 당시 MB정부의 후광을 입고 있던 터라, 초선 2년4개월간 4개의 상임위원회, 3개의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10개의 인사청문회와 4개의 대정부질문 등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초선 의원답지 않은 활동은 그를 자연스레 한나라당의 실세로 만들어줬다. 제19대 총선에서부터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당명이 바뀌고 당내 주류가 ‘친이(친 이명박)’에서 ‘친박(친 박근혜)’으로 바뀌는 동안 권 원내대표는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초선 때 보인 전투력과 ‘말빨’을 인정받아 재선 의원 임기 내내 실세 의원들만 간다고 알려진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간사로 활동한 것이다.

실세에서
공천 탈락

이후 박근혜정부와 당의 갈등이 격화되자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자리를 내려놨고, 이 자리를 대신하는 전략기획본부장에 권 원내대표가 선임됐다.

이때부터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를 ‘친이’를 넘어 ‘비박(비 박근혜)’ 의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어졌고, 당시 탄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이후 보수당 의원으로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탄핵 후 총선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못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당시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체제하에서 권 원내대표는 눈엣가시였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지도부는 이런저런 명분을 끼워넣어 그의 공천을 탈락시켰고,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본인 지역구에 다시 출마해 당선되며 부활했다.

무소속 의원으로 입당 시기만 조율하고 있던 그가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민의힘 입당을 도우면서부터다.

어렸을 때부터 윤 당선인과 알고 지낸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권 원내대표는 검찰총장 옷을 벗은 윤 당선인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여 대권후보로 발돋움하게 했다. 

윤 당선인이 처음 만난 정치인이 권 원내대표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5월에 둘은 강릉시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윤석열 대망론의 신호탄을 날렸다.

이후 그는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서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 전략을 진두지휘했고, 여의도 국회의원들과 연이 없던 당선인에게 중견 정치인들을 여럿 소개해줬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또 다시 주류로 이어지는 권 원내대표의 커리어는 롤러코스터 같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검사 시절부터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고, 이후 화려한 말빨과 전투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때부터 그는 ‘강’의 면모를 띄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고, 비주류로 전락하며 공천 탈락의 수모를 겪었을 때는 ‘유’의 면모를 처음 띄게 됐다.

이래저래 수난을 겪은 그는 현재 ‘외강내유’형 정치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는 등 본인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강한’ 돌파력을 지닌 동시에 친구를 설득하고 비주류 정치인 생활을 견뎌온 ‘유’ 또한 겸비한 셈이다.

‘여소야대’ 주도권 다툼
‘검수완박’ 두고 첫 매치

이처럼 민주당 박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을 하며 아래에서부터 원내대표 자리까지 조용히 올라온 박 원내대표와 시작은 화려했으나 몰락의 길을 걷다 최근에서야 다시 기지개를 켠 권 원내대표는 ‘외강내유’형이란 별명과 ‘외유내강’형이라는 타이틀이 보여주듯 정반대 성격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둘의 성향이 맞바뀌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야당 의원들의 대표자리에 오른 박 원내대표가 강하게 당선인 측을 비판하고 있고, 여당 의원들의 대표 자리에 오른 권 원내대표는 오히려 유하게 이를 방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스컴에는 ‘검수완박’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검수완박이란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준말로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핵심 공약이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힘을 빼려는 조치로 그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속해서 추진했던 일이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은 퇴임 전 이를 끝내려 하고 있으나 검찰의 강한 반발로 현재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거부권을 행사해 검수완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에 지금 민주당은 서둘러 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및 검찰 측에서는 ‘대통령 퇴임 전 이뤄지는 추태’라고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 및 청와대에서는 ‘검찰공화국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대응의 선봉장에는 역시 박 원내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강한 야당’이 될 것을 선언한 그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이빨을 최근에서야 드러냈다. 윤 당선인의 인사와 검찰의 행태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연이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새로운 법무부 장관으로 그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인사가 망사가 됐다”며 “깜깜이 찔끔 정실 인사로 얼룩진 윤 당선인의 첫 인사는 실패작이다. 특히 한 후보자 지명은 망사를 넘어 망국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새 정부에 희망과 기대를 걸던 국민에 날린 어퍼컷”이라며 날선 메시지를 이어갔다.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 표명을 낸 검찰에 대해서도 “‘검수완박’ 결론 도달하면 좌고우면 않겠다”며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전투형’이라고 알려진 권 원내대표는 비교적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 앞으로 있을 국정운영에서 민주당과의 갈등은 윤석열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계산하에서다.

보통 때 같으면 더 강한 메시지를 냈을 권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검수완박에 관해 무제한 TV 토론할 것을 박홍근 원내대표께 제안 드린다”며 조심스레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장을 전했다.

꺼내고
감추고

강하게 맞받아치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서며 숨 고르기 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야당과 여당이 뒤바뀌더니 원내대표들의 성격도 서로 맞바뀌어가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언제 드러낸 이빨을 다시 감출지, 또 권 원내대표가 숨기고 있는 본인의 이빨을 언제 꺼내게 될지가 요즘 정계의 최대 관심사다. 지금 막 시작된 둘의 대결구도는 앞으로 있을 선거에, 그리고 윤 당선인의 국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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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