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정권교체 일등공신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말한 윤의 시대

“두 동강 난 민심, 다시 붙일 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20대 대선은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으로 불린다. 양당의 대선후보가 여러 리스크를 가진 탓에 서로 빈틈이 많았다. 여야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언론에 나와 대응하는 이들은 사실상 최전방에서 전면전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선거에서는 상대가 가한 공격에 얼마나 방어를 잘 해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가해졌던 네거티브 공방 최전선에 서서 전면전을 치렀던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윤 당선인의 입당 배경부터 윤석열정부가 나아갈 방향 등을 묻고자 김 최고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했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는 시대적 사명입니다. 20대 대선은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대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윤 당선인이 정치 참여를 선언했고, 우리 당에서는 윤 당선인이 보수정당의 이미지와도 맞고 정치선도 분명하다 판단해 영입한 뒤 정권교체까지 이르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권교체를 통한 집권이 중요한 문제이자 정당의 소명이라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도 가슴 뿌듯하고 벅찹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데 역할을 하셨습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정치 참여 선언은 했지만 한동안 제3지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선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내부적으로 읽혔습니다. 윤 당선인이 입당하기 전 만남을 가졌습니다.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뭔지 물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보수정당에 입당하면 활동범위가 위축돼 스스로 보수당보다는 중도 세력을 끌어들이는 외연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은 이를 통해 집권 가능성 높이겠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층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을 인지해 윤 당선인에게도 큰 선거 때는 당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습니다. 통상 끝까지 중도인 사람은 투표장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도 세력이 많아 보이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지지하는 인물을 정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
최전선 밤낮없이 싸워

저는 윤 당선인에게 “오히려 우리나라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정권교체의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선에 참여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윤 당선인이 이상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습니다. 

-윤 당선인의 당선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데 나름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어렵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도왔습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게 상당한 공격과 비난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확신이 있었고, 확신대로 움직였습니다. 본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5만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습니다. 비교적 국민통합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윤 당선인의 당선 현수막을 보면 국민통합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으로 우리나라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반대 세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여야가 함께 가지 않으면 나라 운영이 원활할 수 없는 탓에 지금까지 하던 대결구도의 정치를 가져가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해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력을 잘 발휘하고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계기로 비춰집니다.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선거 전략에서는 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선거는 언제나 ‘우리 다 됐어’ 이런 느낌이면 집니다. 단순히 대선후보가 지역에 오길래 반갑게 맞이하긴 했는데 표까지 줄 것 같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호남이 실제로 그랬습니다. 오히려 ‘한 표라도 더 주십시오. 잘하겠습니다’라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선거에 나온 후보자와 조력자가 항상 가져야할 태도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박혁규 광주 의원이 3표 차이로 당선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박세표입니다. 이 후보가 그런 의미로 늘 저에게는 세 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해왔습니다. 

대선 막판 5%p 이상 차이로 이긴다는 말이 돌았을 때 오히려 이 후보에게 표가 붙었습니다. 몇 퍼센트 차이로 이긴다는 게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료가 있어서 저도 그렇게 예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된 듯이 한다는 자세는 위험합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당 지도부 책임론이 가해집니다. 

▲이 대표가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점은 사실입니다. 대선 국면 초기에 힘든 국면을 만들긴 했지만 이 대표가 있어서 국민의힘이 주목을 받은 부분도 있습니다. 보완 역할은 충분했다고 보입니다. 

다만 이 대표가 주장한 게 현실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탓에 비판론을 제기하는데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정권을 인수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정부가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 상황입니다. 곧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책임론을 끝내야 합니다. 


-인수위원장으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임명됐습니다.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집권에 크게 도움 준 인물입니다. 이미 정권교체를 통해 안 대표가 발표한 합의문에서 인수위부터 함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안 대표가 나서서 집권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대로 정치적인 신뢰를 지켜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굉장한 신뢰정치를 실현한 셈입니다.

우리는 과거 민주당과 안 대표의 단일화와는 다르게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안 대표와 함께 미래를 가꿔야 합니다. 

-윤 당선인의 앞길이 가시밭길처럼 보입니다. 

▲대통령은 정파적인 입장에서 서지 않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옳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도 극단적인 정파 대결구도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상대에 대한 설득이나 이해,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도 마음대로 했고 조국 사태가 벌어져도 무한정 자기들 이익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이익집단으로 만든 셈입니다. 윤 당선인은 국민과 대화하면서 이해하고 설득될 때까지 노력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공약 대부분이 문재인정부와 정반대로 보입니다.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힘에서 진행해오던 정책이 보완되거나 발전된 형태입니다. 사실 이 후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집권 당시 준비가 전혀 없었던 ‘얼치기 삼류 좌파 지식인들’입니다. 그분들은 사실 자기 논리에 빠져있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마치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끌던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 논리로 한다는 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인데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통상 소득이 주도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고 성장을 하고 소득이 따라오는 게 맞습니다. 

-부동산 대책은 어떤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궁금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보수정권이 들어왔을 때 항상 공급에 주안을 뒀고, 진보정권은 수요를 때려잡고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지역, 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좋은 주택을 싸게 많이 공급해 집값을 떨어지게 하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문정부는 초기부터 부동산 수요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대출을 규제하고, 과도한 세금을 때렸습니다. 현재는 더 이상 부동산 정책을 진행할 수 없는 ‘누더기 정책’인 셈입니다. 이런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을 내놓는 게 공급 정책입니다. 

민주당과 항상 협치 자세 가져야
부동산 문제 얼치기 삼류 좌파 탓

윤 당선인의 부동산 주안점은 자유거래를 통해 거래하게 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택이 늘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택 선택 기회도 함께 늘어나 공급을 늘려 시장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정책의 판단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제가 보기에 윤 당선인이 내세운 정책이 지극히 정상적 정책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잡힐 거라고 봅니다. 

-청년의 분노도 정권교체의 포인트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은 선거캠프에 실력 있는 청년 보좌관을 많이 뽑아서 정무적·정책적 판단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청년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청년을 그냥 배려하겠다는 것은 청년을 잘 모르면서 하는 ‘입에 사탕 하나 넣어주는 꼴’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사실 청년세대를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더 꼴불견입니다. 최근 쳥년세대는 취직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우리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면 안 통합니다. 과거 청년세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미래는 늘 현재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현 청년세대는 다릅니다. 이제는 청년과 함께 대화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는데 아직까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예산은 많지 않지만 여성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몇몇 여성단체의 놀이터처럼 그분들의 ‘숙주’처럼 기능했습니다. 국민의 반이 여성이고,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활동을 하고 소외된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안 했습니다.

이익 위해 움직인 문정부 자멸
“확신 있었고 확신대로 움직여”

박원순 시장 사건 때도 여당이 피해 호소인이라고 하는데 여성가족부는 피해자를 돕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개혁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이럴 때 비겁하게 나옵니다. ‘구조적 차별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기조가 그렇습니다.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반대하고 나섭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민주당이 같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민정수석실 폐지도 실행에 착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과거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잘 듣지 못하는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대통령한테 듣기 싫은 소리도 전달합니다. 그러나 최근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와 사법 문제를 총괄하면서 대통령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변질됐습니다.

원래 민정수석은 국민의견을 반영하는 자리입니다. 윤 당선인의 취지는 사법적인 부분 등에 민정수석실 폐지를 통해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습니다. 

-윤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치는 목표를 향해서 획득한 권력을 활용해 국민과 함께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상적인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일이 국민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대선 이후 여소야대가 뒤집혔습니다. 윤 당선인이 싫든 좋든 민주당은 2년 동안 함께 가야하는 존재입니다. 민주당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권력을 잡으면 어느 순간 괘씸해질 수도 있습니다. ‘왜 말을 안 듣지? 방해만 하지? 언론은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할 텐데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수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당 지도부 최고위원입니다. 우선 지방선거를 진행해야 해서 선거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는 게 결정됐습니다. 인수위는 기본적으로 정권 인수와 새정부의  실무적 준비가 필요해 저보다 전문가가 임명되는 게 맞습니다.  

-여러 매체에 나오셔서 활동하셨습니다. 

▲클린선거전략본부는 대선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을 떠맡아 했습니다. 그중에는 대선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대응, 반대로 상대 후보에 대한 자료수집, 공격을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유달리 네거티브가 심했습니다. 그것을 대응하는 여러 자료수집과 TV토론 준비, 법률 대응, 여러 가지를 수면하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런다고 공산당 안 사라집니다’라는 발언이 대선 기간 이슈가 됐습니다. 

▲평소에도 늘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보수니 진보니 할 때 정책 분야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 후보가 내놓은 정책적인 부분은 윤 당선인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멸공 논란에서 벌어진 남북 문제, 안보 문제, 주한 미군 문제 등 이런 문제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이야기하는 그런 좌파와 좀 다릅니다. 다만 유달리 북한 문제에서는 좌우가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좌파, 우파 대결이 첨예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좌파와 우파의 사상적 경계선에서 서로 주고받는 몇 마디로 국민이 스스로 판단했을 뿐입니다. 

-최근에는 최고위원님께서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대구시장 출마를 두고 현재는 홍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권영진 현 대구시장도 재출마가 유력해 보입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는 일정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까지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새 정부의 기조가 무엇인지 등에 협의가 필요합니다. 

홍 의원과 권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저는 조금 더 고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서 확실히는 말 못 하지만 깊이 고려 중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의 목표를 달성해서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입니다. 새 정부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게 옆에서 돕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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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