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참새 작가' 이미경

작은 새가 전하는 행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살포시 포갠 양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새,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소풍 때마다 아이들이 목청 높여 부르는 동요의 주인공, 어디에도 없는 듯하지만 또 어디에나 있는 새, 그 이름 참새. 이미경 작가는 빠른 날개짓으로 세상을 활공하는 참새를 화폭에 불러들였다.

지난 1월 개관한 아트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이미경 작가의 초대전 ‘With_동행’을 준비했다. 이미경은 의인화한 참새를 통해 도시 속 소소하고 행복한 삶의 이야기를 그리는 서양화가로 알려져 있다. 

따뜻한 마음

2년 전 우리 삶을 덮친 코로나19로 대다수의 국민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많은 예술가들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세계적 재앙에 맞서 새로운 고민에 휩싸였다. 

이미경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더욱 심각해진 환경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며 “결국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재, 자연과 동행하는 게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With_동행전이다. 

이미경은 동반자이면서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자연과 동물을 종이접기 방식으로 만들었다. 현대인의 모습을 참새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을 다양한 색이 반복되는 색동으로 표현했다.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건물이 빼곡한 도시를 따스한 색이 가득한 색동으로 빚었다.

현대인을 참새에 비유
종이접기 방식으로 표현

이미경은 “색이 두 가지 이상 있어야 색동이 되는 것처럼 도시는 여러 사람이 모여 이뤄진다”며 “삭막한 도시의 외형보다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따스한 마음을 강조하고 싶었다. 어릴 적 색동저고리를 입던 추억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미경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참새’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비둘기의 개체 수가 크게 늘고 참새는 그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실제 과거에 비해 도시에서 참새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미경은 참새가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다고 강조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관심 밖의 존재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는 그 사실을 산책길에서 깨달았다고 했다. 

어디에도 없는 듯했지만 어디에나 있던 참새의 존재는 우리 주변에 가까이 존재하지만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가족과 친구, 연인, 이웃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미경은 이 같은 모습에 착안, 현대인의 모습을 참새의 이미지로 대신해 도시 속 작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 

이미경은 주변 모든 상황에서 작업적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자연의 풍경과 계절의 변화, 일상생활 속 사건이나 사물, 옛 추억 모두가 작품의 소재다. 작업 도중 슬럼프가 왔을 때에도 주변 동네를 산책하거나 둘레길을 걸으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과 사물에서 다시금 작업의 열망을 느끼곤 했다. 


존재감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주변에 있어

이 과정을 거쳐 지난해 신축년의 의미를 담은 작품 ‘황소’와 올해 임인년에는 작품 ‘With_Tiger’를 선보였다. 또 어릴 적 종이학을 접어 유리병에 담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작품 ‘종이학의 추억’을 완성했다. 특히 작품 ‘황소’는 이미경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모든 작품에 애착을 갖고 있지만 전시로 많이 선보이지 못하고 시집 보낸 작품에 특히 마음이 간다”며 “황소는 캔버스를 뒤집어 씌워 먹물로 자연스러운 번짐의 기법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본격적인 종이접기 시리즈가 시작된 작품이라 소중하다”고 전했다.

그는 판매된 작품에 대해 ‘시집 보낸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동양에서 참새는 기쁨을 가져다주는 새를 의미한다”며 “참새를 표현한 제 작품이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잠시나마 미소를 머금게 하는 여유와 행복을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만큼 잘 잊고 사는 듯하다”며 “제 작품이 주위를 따스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며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복의 의미

이미경은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시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그림을 통해 많은 이들과 공감하고 소통해 세상에 기쁨과 행복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는 ‘참새 작가’ 이미경. 참새가 쉼 없는 날개짓을 통해 하늘로 비상하듯 그의 작품 또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남길 듯하다. 전시는 이달 말까지.


<9dong@ilyosisa.co.kr>


[이미경은?]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1995)

▲개인전
‘WITH_동행’ 아트인사이드 갤러리
‘벚꽃 피는 봄날’ 심리단 카페 갤러리
‘Forest Of Mind’ 카페아트 앤 갤러리
‘4월의 초대’ 아트컨티뉴 갤러리
‘이미경 부스 초대전’ 강동구청 제2청사갤러리
‘꼬까옷 나들이’ 수덕사 선미술관
‘summer vacation’ 자운제 갤러리
‘여름날의 비행’ 롯데 갤러리
‘봄 나들이’ 광화문 콴쒸이
‘도시 꿈으로 피어나다’ 갤러리 아이 외 다수


▲수상
경기미술대상전 특선(2021)
서울미술대상전 특선(2016)
경인미술대상전 입선(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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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