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살려준 건국대 이사장 기사회생의 이면

1년 만에 손바닥 뒤집은 교육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기사회생했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의 해임 처분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 겉으로는 1년 넘게 이어진 건국대 이사장 해임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유자은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2020년 11월 교육부가 건국대 법인의 사모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과 관련해 유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1년 만에
정반대 결과

2020년 8월 말 경 건국대 법인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20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며 펀드 상품을 판매한 후 실제로는 사모사채 등에 투자하면서 3300여명, 5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했다. 

건국대 법인은 2020년 1월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교육부의 용도변경 허가 없이 투자한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120억원 전액을 손실당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2020년 9월 현장조사를 거쳐 11월 건국대 법인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을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분상 조치 ▲행정상 조치 ▲별도 조치를 나눠 처분했다. 


교육부는 이사장과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사 5명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건국대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은 문책, 중징계 요구 통보를 지시했다.

학교법인에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유가증권 운용 지침 및 손실 보전 방안 강구 이행 등의 행정상 조치를 처분했다. 그와 별도로 유 이사장과 최종문 당시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펀드투자 120억원
보통재산 vs 기본재산 쟁점

교육부의 처분에 앞서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화두로 떠올랐다. 유 이사장은 2020년 10월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모펀드 120억원 투자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가 나온 6월에야 투자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변한 바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출석한 2020년 10월26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도 건국대 법인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문제가 쟁점이 됐다. 이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는 2017년에도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며 “상습적이라 교육부의 관리 부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1년 뒤 교육부는 유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거둬들였다. 건국대 법인이 교육부의 시정명령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는 게 이유였다.


건국대 법인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120억원을 전액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절차 강화 ▲이사회 전문성 강화 ▲내부 감사 제도 정비 등 시정 요구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추후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유 이사장을 송치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내부적으로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 무혐의
법원, 문제 있다

건국대 법인은 “학교법인은 지난 1년여간 교육부의 지적사항과 시정요구에 따른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내부 규정과 관리 체계를 새로 다져왔다”며 “앞으로도 재발방지를 위해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교육부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교육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는 결국 사학 권력과 기득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뼈아프게 확인했다”며 “공정을 표방하며 사학 권력에 기대 진정으로 평등한 교육과 평등한 지역 의료를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는 교육부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준열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교육부의 이번 결정 이전에 건국대 법인과 교육부, 건국대 법인과 노조 등의 공방이 1년 가까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부는 직접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임 처분 철회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지난 5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건국대 법인 측이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닌 보통재산으로 봤다. 

120억원 
전액 회수

사립학교법 28조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의 경우 학교 법인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고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보통재산일 경우 이 같은 절차는 필요 없다. 다시 말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이 보통재산이기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의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

또 검찰은 120억원이 사모펀드에 투자됐고 개인적으로 쓰이지 않았으며, 투자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이 120억원을 전액 반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투자 손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2020년 10월 36억원, 지난해 6월 84억원 등 총 120억원을 건국대 법인에 반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당시 노조는 “검찰의 이 같은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의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인 사학에 만연해 있는 온갖 비리를 눈감아주고 오히려 적법하다고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당시 검찰의 판단에 반발했다. 관할청인 교육부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를 두고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 검찰이 이를 문제없다고 처분하면서 학교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줬다는 것이다. 또 불기소 통지문에 건국대 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고도 했다.

유, 국감서 “사립학교법 위반”   
소송 다 이겨놓고 해임 철회 왜?

교육부는 검찰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검찰총장에게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1심 승소한 바 있다. 건국대 법인은 지난해 2월 교육부 현장조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7월 본안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임대보증금의 펀드 투자에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대보증금이 기본재산은 아니지만, 투자금 손실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져 기본재산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국대 법인 측은 옵티머스 펀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인해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금융상품을 매입한 자체가 자금을 건전하지 않게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건국대 법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 사이에도 교육부의 유 이사장 해임 절차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유 이사장 해임을 계고한 데 이어 9월 청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 안팎에서는 유 이사장이 해임되고 관선 이사가 파견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 이 같은 기류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유지된 것으로 전했다. 

12월 이후
기류 바뀌었나?

건국대 법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문 이후 교육부의 통보가 늦어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육부 장관이(건국대 법인의 투자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못을 박았고, 행정소송에서도 교육부가 이겼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국대 잔혹사’ 1년 내내 의혹으로 몸살

건국대는 지난 1년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 외에도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는 건국대 옵티머스 사건에서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유 이사장의 모친이자 건국대 전 이사장인 김경희 전 이사장과 골프 회동 등을 한 정황과 함께 무혐의 처분을 내린 부서의 해당 부장검사가 이 부부장검사와 연수원 동기라 의혹을 샀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도 휘말려

이 부부장 검사는 김씨로부터 명품 지갑, 자녀 학원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국대는 해당 의혹에 대해 “학교법인과 학교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해당 사건과 학교를 연관 짓는 확인되지 않는 추론과 보도에 동요하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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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