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골똘히 바라보다' 조성연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마포구 소재 갤러리 스페이스 소가 오는 22일까지 조성연 작가의 개인전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을 선보인다. 조성연이 2014년부터 진행한 ‘스틸 얼라이브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작품 ‘지고 맺다’ 등 신작 22점을 소개한다. 

조성연 작가의 이번 신작은 그가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걷다 예기치 않게 포착한 풍경과 정물에서 시작됐다. 그는 수집하고 채집한 대상을 다시 해석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연출했다. 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서로 호응하며 어우러졌다. 

기록과 증거

산책을 하다 포착해 작업한 작품 ‘골목 안 회색 대문과 벽돌’이 그가 직접 쌓아 올린 ‘불안정한 균형’으로 이어졌고, ‘날카로운 붉은 철문’은 ‘무대 위 레코드 판, 극락조, 공’의 레퍼런스가 됐다. 

조성연은 자신의 일상 속 환경과 풍경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작업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대상을 화면 안에 매만져 대상과 자신 사이에 잠재돼있던 교감으로 형상을 출현시켰다. 삶과 분리되지 않은 그의 작품은 바라보는 행위, 찍는 행위, 만드는 행위가 중첩되고 긴밀하게 얽혀 완성됐다. 

미술비평가 안소연은 “어떤 대상이 사진으로 남겨진 데에는 그렇게 골똘히 뭔가를 바라보는 사람의 행위가 먼저 있었을 것”이라며 “전시장 흰 벽 안에 아주 작은 크기로 자리 잡은 조성연의 작품 ‘골목 안 회색 대문과 벽돌’은 녹슨 철문을 괴고 있는 네 개의 서로 다른 벽돌만큼 한자리에 서서 저 장면을 골똘히 바라보던 사람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산책하다 포착한 풍경
새롭게 재해석해 연출

조성연은 ‘날카로운 붉은 철문’ ‘시간의 파편’ ‘텅 빈 흔적’ 등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시각을 선사한다. 이 작품들은 모호한 형태로 남아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지만 그 자체로 그곳에 존재했던 기록이자 그가 봤던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창의 역할도 한다. 조성연의 작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시선을 왜곡해 혼란을 주는 동시에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안소연은 “조성연은 작품 ‘시간의 파편’과 ‘날카로운 붉은 철문’을 통해 현실의 어떤 대상이 외부의 환경과 내부의 물성을 교차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구축해낸 크기와 모양, 질감, 무게까지 골똘히 바라보다가, 그것이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모호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하게 될 어떤 단서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객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대상인 돌과 시든 꽃, 마른 가지, 페트병, 비닐봉투 등에서 모호한 질감과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던 사진 속 대상과 장면이 조성연에 의해 기록되고,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그 대상과 장면을 다른 맥락에서 고민해보게 된다. 

조성연은 일상에서 뭔가를 바라보는 행위를 매개로 사진을 읽고 바라보는 경험에 다가간다. 작품 ‘무대 위 레코드 판, 극락조, 공’은 집안의 물건들을 가져다 재배열해 찍은 사진이다. 그는 동네를 걷고 풍경을 바라보며 얻은 낯선 감각과 그 경험을 반복한다. 

바라보고 끌어내서
새로운 시각 제시


오래된 레코드판을 측면만 보이게 위로 쌓아 올려 표면의 낡은 질감이 육면체의 두 면에 대한 양감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지지대 삼아 다시 둥근 구 하나가 바위처럼 균형을 잡고 서 있다. 그 주변으로 빨간색 반투명한 종이와 마른 식물, 초록색 천과 회색 테이블보 등이 힘의 균형을 증명하면서 서로 호응하고 있다. 

안소연은 “조각처럼 정지돼있는 이 사물의 형태는 잘 짜인 각본처럼 미리 계산된 연출이기보다는 무심코 이끌려 어떤 형태가 되거나 혹은 되지 않기 위한 공존을 감수한다”며 “조성연에게는 완성된 이 사물의 형태가(나에게는) 소리 내며 회전하는 오르골처럼 보였던 것 같고, 마루에 서있는 무용수의 들숨 같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성연은 작품 ‘불안정한 균형’ ‘마른 가지, 실, 마치 거미줄처럼’ ‘붉은 공 나무토막, 삼각형, 식물의 기묘한 만남’과 같이 레코드판, 공, 돌에서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역할이나 기능에 주목하지 않고 그만의 형식을 만들어냈다. 관람객은 조성연이 바라보는 방법, 해석한 형식 그리고 그가 사진에 접근하는 방식을 살펴보며 새로운 미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시각의 창

안소연은 “조성연은 긴 시간 동안 집 안팎을 이동하며 풍경과 정물 사이를 오갔던 것처럼, 그렇게 골똘히 뭔가를 바라보는 자신의 신체에 감각을 각인시켜 사진이 갖는 일련의 태도를 신중히 드러냈다”고 평했다. 

 

<jsjang@ilyosisa.co.kr>


[조성연은?]

▲1971년생

▲학력
상명대학교 사진학과 학사 졸업
상명대학교 대학원 석사 졸업

▲개인전 및 그룹전
‘기시감’
‘감각의 숲’
‘일상의 향유’
‘6인의 시선,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명품 사진’
‘예술가의 정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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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