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집중력과 헌신” 방민아가 앞둔 전환의 시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걸그룹 걸스데이가 데뷔를 한 시점, 메인보컬인 민아는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몸을 흔들어댔다. 고개와 몸을 뒤로 젖히고 사정없이 몸을 흔드는 춤은 일명 ‘고등어춤’이다. 어리고 예쁜 걸그룹 멤버가 소화하기엔 다소 과격한 춤을 온갖 예능프로그램에서 마구 췄다. 목적은 걸스데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멤버 전원이 오랜 시간 촬영을 함께 하고도 원샷을 받은 게 ‘고등어춤’ 뿐인 적도 많았다. 지금과 달리 입담이 그리 좋지 않았던 탓이다. 민아 뿐 아니라 소진, 혜리, 유라 모두 웃고 있는 리액션이 대부분이었다. 관심을 받지 못해도 꾸준히 예능의 문을 두드려야만 했다. 이름을 되도록 널리 알리기에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타가 되기까지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걸스데이가 걸어온 여정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데뷔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무대에 서는 대형 기획사 걸그룹과 달리 중소 기획사가 발굴한 걸스데이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기까지는 무려 1000일이 넘었다. 데뷔 초 망가지는 역할을 홀로 책임진 민아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걸스데이가 가능했을까 싶다.

타인에게 예쁘게만 보이고 싶었던 어린 나이였음에도, 이름을 알리고자 스스로를 희생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눈시울을 붉힌 적도 많았다. ‘그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이라며 밀려오는 자괴감과 적지 않게 다퉜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찌 됐든 인기 걸그룹으로 성장한 걸스데이는 각자의 길을 도모했다. 생명이 짧은 걸그룹 활동을 멈추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흐름은 이제 아이돌의 생리에 가깝다. 공교롭게도 네 명 모두 예능과 연기 모두 도전 중이다. 그 사이 소속사는 나뉘었다.

걸스데이 때부터 천천히 연기의 문을 두드렸던 그는 걸그룹을 벗은 후 온전한 이름을 걸고 연기자로 나섰다. 영화 <홀리>로 첫 연기에 도전한 후 MBN <뱀파이어 아이돌>,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MBC <달콤살벌 패밀리>,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까지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대중의 색안경이 강했던 시기에 도전했음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금만 연기가 어색해도 강한 질타를 받았던 당시를 감안하면 재능이 있다는 걸 인정받은 셈이다. 

연기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은 건 2016년 SBS <미녀 공심이>를 통해서다. 앞선 SBS 주말드라마가 영 힘을 못 쓰고 있기도 했고, 연기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던 터라 민아의 성공을 기원하는 팬들조차도 우려가 컸다. 

뚜껑을 연 <미녀 공심이>는 팬들의 우려를 기우로 되돌렸다. 단 3회 만에 10% 시청률을 기록했고, 방민아의 톡톡 튀는 연기력도 수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하며 종반에는 15%까지 넘겼다. 

<미녀 공심이>로 2016년 S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받고 웃고 울며 소감을 전하는 장면은 귀여우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익숙한 무대가 아닌, 낯선 현장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쏟았을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꾸준히 연기하던 방민아는 일취월장한 실력을 발휘한다. 특히 단편영화 <좋은 말>에서 그가 보이는 절제된 연기가 눈에 띈다. 이른바 되바라진 후배와 하루 동안 출장을 다녀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이 영화에서 민아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미라를 연기한다. 

선배인 자신을 무시하는 후배를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하면서 직장을 잃는 과정의 이 영화에서 그는 현실에서 볼 법한 직장인을 구현한다.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 대신 차분한 역할을 매우 훌륭히 그려낸다. 현실성을 바탕으로 감정선을 교묘히 타는 미라를 보고 있자면, 그의 연기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단번에 느껴진다. 

그런 방민아가 앞으로 한 달 사이로 두 편의 작품을 공개한다. MBC 토요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이하 <이벤트>)와 영화 <최선의 삶>이다. 이제 겨우 27세, 풋풋한 연애 스토리를 담는 <이벤트>는 기존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으로 보이지만 <최선의 삶>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우울감을 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명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선의 삶>에서 민아는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하다 못해 폭력을 당하는 고등학생 강이를 분한다. 그리 내세울 것 없는 부모에게서 자라나다 못해 학교에서조차 홀로 갇히게 되는 상황이지만, 악조건을 툴툴 털어내고 무엇이 더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고민한 뒤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인물이다. 

시인 임솔아 작가가 집필한 <최선의 삶>은 제1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이다. ‘체급이 다른 소설’이라 불릴 정도로 문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고, MBC <같이 펀딩>에서 아이유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라고 밝혀 더 유명세를 탔다.

걸스데이가 낳은 최고의 ‘탱커’로 동료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 모든 MC의 먹잇감이었던 민아는 언제나 미소로 대응하며 밝은 에너지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그간 보이지 않은 어두운 내면을 드러낼 전망이다. 

9월 개봉 예정인 <최선의 삶>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KTH상, CGK&삼양XEEN상 2관왕에 오르고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을 수상했으며,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와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그런 가운데 제20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는 방민아에게 국제 라이징 스타상을 수여했다. 영화제 측은 “<최선의 삶>의 방민아 연기는 최고의 배우들만이 소유하고 있는 집중력과 헌신을 보여줬다”며 “스크린 안에서 결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막강한 존재감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지나간 사춘기 시절의 가슴 아픈 경험을 이렇게까지 잘 파고들었던 여배우가 있을까”라는 영화제 측의 심사평은 새로운 걸출한 배우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 같아 설렘이 감돈다. 

이러한 평가는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시는 상인 줄 알고 노력하겠다”는 다소 뻔한 수상소감을 실로 지켜내기 위해 5년 동안 쉼 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은 흔적일 것이고, 어디서든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그가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하자 나타난 결과일 테다. 

한국에서는 아직 조용한 사이, 방민아는 세계가 주목하는 연기자로 부상하고 있다. 4부작인 <이벤트>가 종영하고 <최선의 삶>이 개봉하는 9월이 되면,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의 삶에 커다란 이벤트가 나타나지 않을까. 연기자로서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진부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명실상부한 배우로 평가받을 것으로도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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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