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구와 <머니게임> 온라인 달구는 '현실 막장쇼'

사람 모이면 땡? 추악한 폭로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들이 가장 재밌어하는 게 싸움 구경이다. 싸우는 당사자들은 괴롭겠지만, 먼발치서 지켜보는 구경꾼들에게는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다. 최근 인기 BJ들 사이에서 두 개의 큰 싸움이 발생했다. 철구와 그의 아내 외질혜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과 웹 예능 <머니게임>에 출연한 파이의 폭로전이다. 워낙 자극적인 소재라 구경꾼들이 몰리고 있다. 

인기 BJ 철구와 철구 아내 외질혜

일부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나 드라마 중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의 이야기를 다루며,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는 싸이코패스를 소재로 한다. 국내 장르물 중 매우 호평을 받은 SBS 드라마 <마을:아치하라의 비밀>은 매우 끔찍한 가족사를 소재로 했다. 하지만 거론된 작품은 막장이 아닌 명작으로 불린다. 

명작
졸작

반대로 SBS <펜트하우스>는 막장 드라마로 불린다. 앞선 작품들과 <펜트하우스>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평가가 크게 갈리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신뢰할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느끼는 핍진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 그 외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때 ‘막장’이라는 좋지 못한 수식어가 붙는다. <펜트하우스>는 ‘순옥드’(김순옥 작가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개연성에 신경쓰지 않는다. 작품의 기본적인 구성을 포기한 형태로 드라마가 진행된다. 인기는 있지만, 평가는 박하다. 

핍진성을 높이기 위해 드라마 작가나 감독이 자주 활용하는 소재가 실화다. 실화 바탕의 소재를 작품에 자주 활용하는 이준익 감독은 “작가의 상상력은 실화가 주는 이야기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아무리 소재가 자극적이어도, 실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상상으로 대체할 수 없는 현실성이 있어서다. 

이혼과 불륜, 그 외 수많은 폭로가 뒤섞인 갈등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말 그대로 실화다. 최근 국내에서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두 가지 싸움이 있다. 

인기 BJ 철구(본명 이예준)와 그의 아내 외질혜(본명 전지혜)의 이혼을 둘러싼 갈등과 <머니게임> 출연자인 BJ 파이(본명 강다온)의 폭로와 또 다른 출연자인 전기(본명 김건호), 공혁준, 니갸르, 가오가이 등의 반박이다. 두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철구-아내 외질혜 막가는 설전
남의 집 불구경…구경꾼들 몰려

먼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BJ 경력이 10년 이상 되는 철구는 걸어다니는 대기업이라 불릴 정도의 스트리머다. 아프리카TV가 유명해지는 데 가장 큰 공로를 받는 인물이면서도 반대로 악명 높은 방송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막말, 엽기적인 행위로 온갖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범법 행위는 아니지만, 윤리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릴 만한 행위가 많았다.

머니게임 포스터

고인 모욕이나 최근 인기 연예인에 대한 비하, 여성 비하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언행을 일삼았다. 심지어 ‘철구 방송 본다’고 하면 주변 지인들이 피하는 현상까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4년 결혼하며 슬하에 딸도 있는 철구는 지난 23일 아내 외질혜와 이혼을 선언하며 폭로하기 시작했다. 외질혜가 결혼 중에 스트리머인 BJ 지윤호와 외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

철구는 같은 달 13일 이혼을 선언했다가 번복한 후 다시 재점화했다. 

철구는 방송을 통해 “2주 전 새벽 2시에 외질혜가 통화한 목록이 있어 확인했더니 다른 남자가 받았다”며 “그 남자와 통화를 녹음했다. 외질혜도 이실직고했다”고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질혜가 부부생활 중 성관계를 거부하고 낙태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혼 문제를 두고 방송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 시청자들에 대해 “방송을 켜지 않으면 이혼을 번복할 것 같아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따금 이혼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온 철구가 이번만큼은 확실히 이혼하겠다는 다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철구의 폭로에 외질혜 역시 수위 높은 내용으로 반박했다. 외질혜 역시 개인 방송을 통해 철구와 있었던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지윤호와 깊은 관계가 아니다. 서로 호감만 있을 뿐”이라며 “가정 파탄의 이유는 나의 불륜이 아닌 철구의 상습 성매매와 도박이다. 철구는 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성매매를 했다. 그때부터 잠자리를 갖기 싫었다. 또 철구가 매일 도박을 했다. 돈을 다 잃어 내 돈으로도 빚을 갚아줬다”고 밝혔다. 

성매매, 도박
낙태, 불륜…

또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으며, 싸울 때마다 집안의 물건들을 부쉈다고도 밝혔다. 외질혜는 “ 한 대만 때렸다고 하는데 죽도록 맞았다”며 “길거리, 차 안, 그리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때렸다”고 말했다.

머니게임에 출연했던 파이

이에 대해 철구는 다시 해명 방송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철구는 성매매 사실과 가정 폭력도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도 비록 잘못이 있지만,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면서 이혼할 것을 재차 내비쳤다.

두 사람의 ‘치킨 게임’에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철구의 경우 ‘원조 초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청소년 구독자가 많은 방송인이다. 폭로 영상 및 댓글에는 청소년에게 그릇된 영향력을 끼치는 내용도 다수 포함돼있다. 

특히 철구의 두 번째 해명방송은 동시접속자가 무려 37만명을 넘겼다. 두 사람 사이에는 8살의 딸(본명 이연지)이 있는데, 훗날 아이가 커서 서로를 욕하는 부모의 영상을 봤을 때를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다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종 아동학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하나의 사건은 <머니게임> 출연자 파이의 폭로전이다. 진용진 채널에서 공개된 <머니게임>은 배진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총 8명의 출연자가 14일 동안 제작진이 설계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관찰 형태로 만든 예능이다.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는 공간을 만든 만큼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리려는 게 기획 의도다. 그 가운데서 1번 출연자인 공혁준과 4번 출연자 전기와 다른 출연자들간의 큰 갈등이 벌어졌다.

욕설이 난무했고, 인격모독도 있었다. 워낙 극심한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본능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5화에서 여성 출연진이 집단퇴소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종영했다가, 6화부터는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진에게 자존심을 숙이는 장면이 나왔다.

갑작스럽게 상황이 뒤바뀐 이후 논란은 심화됐다. 

이 가운데서 니갸르를 제외한 2번 출연자 육지담과 5번 이루리, 6번 파이가 도마 위에 올라 시청자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당했다. 육지담과 이루리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며 일단락했지만, 파이는 “나는 그렇게 잘못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청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격의
폭로쇼

<머니게임>에서 드러난 모습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지녀온 파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 수위는 더욱 심해졌다. 악성 댓글만 무려 수만개가 달릴 정도였으며, <머니게임> 이전부터 파이를 지지한 열혈 팬들마저도 등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파이는 지난 24일 2시간여의 생방송 스트리밍을 통해 그간 모아놨던 대다수 녹취록을 풀며 폭로를 감행했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비난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이 방송은 무려 21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다. <머니게임>이 얼마나 파급력이 있으며, 또 실제 현실판 싸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머니게임 포스터

파이의 폭로 내용에는 <머니게임> 내 제작진의 섭외와 개입, 육지담과 니갸르의 남성 출연자 비하, 여성 출연자들 앞에서 사과하는 제작진과 공혁준, 이 외 다른 출연자간의 갈등 등을 모두 드러냈다. 유튜브 채널 ‘파이.D’에 올라온 녹취록만 무려 3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파이는 자신을 공격하는 시청자들의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 녹취록이 그간 다른 출연진과 제작진이 반박한 내용을 오히려 확인시켜주는 내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편이 돼준 육지담이 뒤에서 얼마나 못된 행동을 했는지만 드러났으며, 오히려 공혁준과 전기 등 파이 입장에서 상대편인 사람들을 더 호의적으로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파이를 비롯해 다른 출연자들을 감싸 안아왔던 공혁준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파이를 비난했다. 공혁준은 “자기가 생각할 땐 힘들고 그랬을 거 같다. 나도 욕먹어서 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찍어누르면서까지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본인한테 불리한 얘기는 안 하냐. <머니게임>에서 본인이 제작진과 협의 룰을 바꾼 건 왜 말을 안 하냐. 심지어 돈까지 받아 갔으면서”라고 분노했다. 

네 편 내 편 없는 파이 논란 증폭
동시접속자 40만…걱정되는 악영향

파이의 방송에 반박하겠다고 밝힌 전기는 지난 25일, 약속대로 해명 방송을 했다. 이 방송에는 무려 38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다. 

<머니게임> 내에서 공혁준과 함께 인기를 얻은 전기는 “파이의 방송에서 딱히 해명할 내용이 없다”며 약 30분간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별다른 내용이 없었음에도, 시청자들은 그를 후원하는 목적으로 ‘슈퍼챗’은 500만원 이상을 쐈다. 

‘현실판 머니게임’으로 불리고 있는 파이의 폭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파이는 대다수 녹취록을 공개했음에도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파이는 제작진을 향해 폭로전을 이어나갈 것임을 예고해 이 싸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두 사건 내에서 보인 동시접속자 수는 놀라움을 준다. 세 스트리밍 방송만 무려 100만 시청자가 동원됐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의 결승전에도 세 사람이 기록한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긴 쉽지 않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 내 압도적 1위 스트리머인 침착맨(본명 이병권)의 동시접속자가 2만명 내외인 점과 국내 최고의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인 2021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전도 5만명 내외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기록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머니게임에 출연했던 유튜버 전기

뉴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워낙 자극적인 내용으로 다투고 있어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간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극단의 추악한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다.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폭로전이 많은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올드미디어에서는 다룰 수 없는 ‘막장쇼’가 뉴미디어에서는 쉽게 다뤄진다. 유튜브 내에서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는 방송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미흡하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유튜브 내에서는 악성 댓글이 극심한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머니게임>으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받은 파이와 관련한 댓글에는 인격모독을 넘어 매우 비윤리적인 댓글도 달리고 있다. 심지어 “파이 시체 보고 싶다” “자살해라” 등의 충격적인 댓글도 보인다. 

때로 건설적인 비판도 있기는 하나, 이 같은 모욕적인 글을 정화하는 기능이 없다는 건 뉴미디어가 가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자살하거라”
도넘은 악플

한 방송 관계자는 “매우 자극적인 유통하는 인터넷 사업체나 유튜브 등에서는 오히려 클릭이 많이 나와 이런 자극적인 방송을 모른척한다. BJ 개인을 처벌하기보다 무분별하게 방송을 하도록 방관하는 사업체, 유튜브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등 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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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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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