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박범계 법무부 장관 플랜

혹시 했더니 역시 ‘추미애 시즌2’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제2의 ‘추·윤 갈등’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검찰 인사’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검찰과 법무부의 대립을 넘어 청와대로도 사안이 번지는 모양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2020년 내내 정치권을 달군 ‘추·윤 갈등’이 또다시 재현될 기미가 보인다. 검찰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워 싸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까지 번졌다. 추‧윤 갈등의 봉합을 위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뽑은 청와대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인사 불똥
청와대로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이 이어온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라는 대원칙을 존중하고 가다듬겠다”면서도 “검찰총장이 실재하는 이상 당연히 인사하면서는 총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검찰 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아 ‘윤석열 패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인사 발표였다. 당시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청법 제34조 1항’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서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월과 8월 추 전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측근들이 전부 잘려나갔고, 문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들도 여럿 좌천됐다. 그 자리는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는 친정부 검사들이 차지했다. 문정부 들어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다. 

추‧윤 갈등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인사 논란 이후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명령 등을 진행했다. 검찰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기습 단행
검찰총장·민정수석 패싱 논란

윤 총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두 차례나 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전 장관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타격을 입었다. 1년여 동안 이어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에 국정 지지율이 하락했고 국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박 장관은 추·윤 갈등을 매듭짓고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 재정립을 위한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박 장관이 검찰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박 장관은 2013년 11월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자, 자신을 ‘범계 아우’로 칭하며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도 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정부는 민정수석에 학자 출신(조국), 감사원 출신(김조원, 김종호)을 발탁하는 등 검찰 출신은 배제해왔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훈풍이 부나 했던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또다시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갈등의 불씨는 청와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민정수석 패싱 논란이 제기된 것.

박 장관은 지난 7일 휴일인 일요일에 기습적으로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갈등 봉합
물 건너가

대검검사급 검사 4명을 전보 조치한 이번 인사는 최소한도 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심 국장의 경우 사실상 영전성 인사로 평가됐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정수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이 맡게 됐다. 공석이었던 대검 기조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춘천지검 검사장으로는 김지용 서울 고검 차장이 전보됐다. 법무부는 “종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며 공석 충원 외 검사장급 승진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의 휴일 인사 발표는 대검은 물론 윤 총장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한동훈 검사장 복귀 등을 요구했던 윤 총장의 인사 의견도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회동이 ‘보여주기식’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과의 만남 이후 “협의가 아니라 의견 청취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긴 했지만 인사제청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부분이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 발표 이후 “총장 입장에선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애를 썼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 수석이 검찰 인사 과정에서 법무부와의 이견을 이유로 사의를 표하면서 청와대가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춘추관에서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견해가 달랐다”며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께서 사표가 아니고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께서 만류했다”고 전했다. 

수사권 뺏고
식물총장화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이 배제됐고, 검찰 중간간부 인사 과정에서도 그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않아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의 발표는 이 같은 논란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신 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의 내부 갈등설에 대해서는 부인한 상태다. 

검찰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가 검찰 인사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수사가 청와대 코앞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청와대와 여권에서 친정부 검사를 요직에 배치하는 법무부안에 힘을 실었다는 것이다. 실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여권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만으로도 강한 반발이 있었다.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 문제로 또다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박 장관의 법무부가 ‘추미애 시즌2’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7월24일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안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 등 6개 범죄 분야에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권을 모두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6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은 영장청구와 기소만 담당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할됐다.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은 공수처로 넘어갔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조정된 지 한 달 만에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겠다는 법안이 나온 것이다.

여, 검찰 해체 법안 준비 중
수사권 조정 한 달 만에 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6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2월 중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을 완성해 6월 중 입법 완료하겠다”며 구체적 시기를 언급했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에 따르면, 대검은 해체되고 검찰총장의 직위도 고등공소청장으로 격하된다. 검찰의 이름도 공소청으로 바뀐다.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검찰 해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국민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사건 초기 단계부터 어떤 기관이 맡게 될지를 두고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비효율적인 수사 기능 중복으로 혼란과 피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은 검찰청법 제34조 1항, 검찰 인사를 단행할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법을 손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추 전 장관에 이어 박 장관 법무부에서도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만큼 향후 이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힘빼기’ ‘식물총장 고착화’ 등의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대변인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1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찰 인사를 할 때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숙려하고 자문을 받는 등 절차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인사권은 국민이 뽑아준 대의기구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행사하는 것이므로, 만약 검찰총장이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간부도
총장 배제?

한편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 후 일주일 뒤에 중간간부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신 수석 사의 표명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상과 달리 중간간부 인사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윤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 법무부와 검찰 간의 대립각은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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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