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검찰총장 쟁탈전

독 든 성배 누가 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역대 정부 최후의 검찰총장은 그 말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포스트 윤석열’ 자리가 ‘독이 든 성배’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하마평이 돌고 있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조명해봤다.

▲ (사진 왼쪽부터)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에 보장돼있다. 1988년 12월31일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조항(제12조 제3항)이 생겨났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8명 빼고
중도 사퇴

검찰청법 개정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 전 총장을 비롯해 2년 임기를 끝까지 채운 역대 검찰총장은 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3명은 중간에 사퇴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 봤던 윤석열 전 총장도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지난 4일 결국 검찰을 떠났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검찰총장들은 대부분 정부와의 갈등을 이유로 옷을 벗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는 검찰총장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 여권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윤 전 총장도 전격 사표를 던졌다. 

김영삼정부의 ‘슬롯머신 사건’ 수사(박종철 전 총장), 한보그룹 비리사건 재수사(김기수 전 총장), 노무현정부의 ‘검사와의 대화’ 직후 사퇴(김각영 전 총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김종빈 전 총장) 등이다. 


정부 말기 낙점된 마지막 검찰총장도 그 끝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야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해, DJ 집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됐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으로 해임돼 재판까지 받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유임된 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다, 그가 서거하자 사퇴했다. 김수남 전 총장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문정부에서 재신임받지 못했다. 

역대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임명되든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레임덕 외풍을 막아줄 방패 역할을 바라고 ‘자기 편’ 심기에 골몰한다. 취임 초기부터 검찰의 권한 줄이기에 골몰했던 문정부로선 마지막 검찰총장 인선이 검찰개혁의 ‘화룡점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천거 절차 끝나
3명 추천 후 1명 제청

법무부는 윤 전 총장 후임자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총장 인선은 천거-추천-제청 절차를 거친다.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민 천거 절차는 22일로 마무리됐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3명 이상으로 후보를 압축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박 장관은 최종 후보자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을 임명한다. 

이번에 인선될 검찰총장은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검찰이 문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것을 거울 삼아 친정부 인사로 내정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은 1년 가까이 문정부와 대립하면서 대선후보 1위로 발돋움했다. 문정부로서는 마지막 검찰총장이 윤 전 총장의 전례를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이 과정에서 추천위 구성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추천위원 가운데 일부가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로 채워지면서 이미 친정부 인사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점찍어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 천거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고, 비당연직 위원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원혜욱 인하대 부총장 등으로 지정됐다. 

박 전 장관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뒷말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퇴임 후 언론 등을 통해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퇴임 후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조 전 장관의 낙마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파문이 일었다.

추천위
중립 논란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 전 장관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고, 낙마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안진 교수의 경우 지난해 말 윤 전 총장을 대상으로 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당시 징계위는 윤 전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박 장관은 “꽤 많은 분들이 천거됐다”며 “워낙 관심이 뜨거우니 아주 신중하고 충분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검찰 인선 과정에 ‘신중함’을 강조하면서 검찰총장 임명은 4·7 재보선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경우 오는 5월 초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국민 천거 후보 명단이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보안사항’이라며 언급을 피한 상태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시되는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이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갈린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 지검장은 문정부 들어 가장 ‘꽃길’을 걸은 검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이제는 검찰 수장 후보로 언급되는 중이다.
 

▲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박성원 기자

전북 고창 출신의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내 핵심보직을 거쳐 지난해 1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장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여러 차례 윤 전 총장과 맞서면서 여권의 신임을 얻었다. 박 장관 취임과 동시에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도 윤 전 총장과 신현수 전 민정수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임기 말 정부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올 경우 최적의 방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 내 신망이 두텁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있다.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의 대립 과정에서 당시 검사들이 윤 전 총장의 편에 섰을 때에도 이 지검장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기반을 잃었다는 평이다. 조직 장악력이 중요한 검찰총장으로선 치명적인 대목이다.


이성윤 유력
수사 부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지검장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다. 최근 검찰의 4차 소환 통보에 ‘검찰의 강제수사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출석요구를 받은 뒤다.

이 지검장은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 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조 차장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고, 문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겸 적폐청산 TF 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했다. 

추 전 장관 재임 당시 대검 차장검사에 올라 처음에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지만, 윤 전 총장 징계 사태 때 반기를 든 바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 것.
 

▲ 박검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서도 고검장 참여라는 묘수를 발휘하면서 오히려 총장 자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국민 천거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대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법무관을 거쳐 2014년까지 판사로 재직했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9년 대검 감찰부장으로 임용됐다. 여러 차례 윤 전 총장의 반대편에 선 바 있고, 최근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대검 부장회의에선 기소 의견을 냈다. 

내부 인사는 불안요소 있고
외부 인사로 안전하게 간다?

일각에서는 불안요소가 많은 내부 인사보다 외부 인사 중에서 검찰총장을 낙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정부 고위직 중 공석이 날 때마다 거론될 만큼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거친 법조계 엘리트로 통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문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모두 거친 친여 인사로 꼽힌다. 사법연수원 20기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연장자라는 점에서 스스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청주 신흥고와 고대 법대, 한양대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이 전 차관은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 동부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대검 수사기획관, 기획조정부장, 법무부 차관, 대전고검장 등을 냈다. 문정부 첫 법무부 차관과 초대 수원고검장을 지내는 등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 문재인 대통령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전남 담양 출신인 양 전 고검장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장을 맡았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개입 등을 주장하며 검찰 수뇌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형사부장, 광주지검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8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선거 지면
친정부로?

4·7 재보선과 검찰총장 인선을 연계해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이길 경우 차기 검찰총장은 친정부 인사 쪽으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4·7 재보선이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여권이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모두 패배한다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은 물론 정계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재연될 경우 정부를 겨냥했던 검찰 수사가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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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