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기름값 19주 연속 상승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19주 연속 상승한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소재 한 주유소에서 고급휘발유가 리터당 1729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요시사=박성원 기자(ps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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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판 환단고기 늪

대통령이 판 환단고기 늪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했다. 역사학계에선 <환단고기>를 위서로 규정한다.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진서론을 주장하는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을 여러 차례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 현장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환단고기> 관련 질의를 했다. 역사학계에선 대체로 위서로 규정하는 <환단고기>는 이유립씨가 1979년 출간했다. 이씨에 따르면, <환단고기>는 스승 계연수가 저술했다. 계연수는 “1980년이 되면 <환단고기>를 세상에 공개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환빠’ 공식 언급 이 대통령은 박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서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환빠’는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비하하는 명칭이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걸 모르느냐. <환단고기>를 주장·연구하는 사람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하지 않느냐”며 “동북아역사재단은 아예 특별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박 이사장은 “재단은 재야 사학자들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전문 연구자의 이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게 역사가 아니라면, 물리적 증거를 말하는 건지, 문헌을 증거라고 하는 건지 논쟁거리 아니냐”며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 역사를 어떤 시각·입장에서 바라볼 건지는 근본적 관점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고민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은 큰 파문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갈등 관계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환단고기>는 역사학계가 거의 만장일치로 위서란 결론을 낸 지 오래인데, 이 대통령이 갑자기 의미 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관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역사는 <환단고기> 같은 위서를 안 믿어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비판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4일 “<환단고기> 옹호론에 동의하거나 관련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며 “국가의 역사관 수립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 역할을 다해달라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역사학자 출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이사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뉴라이트 성향 역사 기관장 중 1명”이라며 “이 대통령은 국가 역사 기관장의 역사관·책임 의식을 향해 질문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영국사를 전공한 서양 사학 전문가로서, 지난 2023년 12월 임명됐다. 박 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 근현대사 서적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의 공동 저자이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했다. 뉴라이트 기관장 비판 위해 황당한 발언? 친일·군사독재 미화 논란에도 왜 꺼냈나 김 의원은 “정치의 역할은 특정 사서의 진위를 가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왜곡된 역사 공세에 대한 대응을 책임질 국가기관이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지 분명히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 대한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 논쟁은 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거나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는 등 발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한민족 최초의 국가는 한국·일본·중국·중앙아시아·시베리아를 포괄하는 초대형 국가 환국이다. <환단고기>는 환국의 강역을 동서 2만리·남북 5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국은 총 12개국으로 구성돼있고, 그중 하나는 수밀이국이다. 수밀이국은 현재까지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알려진 수메르 문명을 일궜다. 초대형 국가 환국이 넓은 강역을 어떻게 통치했는지에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아울러 환국은 7명의 환인이 3301년 동안 다스린 것으로 알려졌다. 환인 1명의 평균 재위 기간은 약 471.6년이다. 환국이 존재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는 신석기 시대라서 광범위한 강역을 통치할 수 있는 교통·통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군조선에 이르면 “정사는 천왕으로부터 말미암고, 삼한이 모두 하나가 돼 명령을 따랐다”는 등 봉건제·군현제를 조화시킨 군국제와 유사한 통치 형태가 보인다. 한 고제가 기원전 202년 전한을 건국한 후 군국제를 시행했다. “천왕의 명령을 삼한이 모두 하나돼 따랐다”는 측면에선 중앙집권제 요소도 보인다. 한민족 계열 국가에서 왕이 강역 전체에 명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앙집권제가 자리 잡은 시기는 조선 태종 재위기였다. 태종은 친형 정종 재위 기간 중 사병을 혁파해 귀족의 군사적 기반을 없앴다. 1404년엔 탐라군을 제주목으로 승격시킨 후 목사를 파견해 모든 고을에 중앙이 임명한 수령을 파견하는 중앙집권제를 완수했다. <환단고기>의 주장대로라면, 중앙집권제는 단군조선에서 초기 형태를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이 이덕일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16년 11월 이 소장을 응원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당시 이 소장은 김현구 고려대 사범대 명예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친일 세력은 언젠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소장의 책을 읽은 후 강연을 들으러 간다”면서 이 소장의 강연을 홍보하는 게시글도 작성했다. “왜인이 호남 지배” 김 교수는 학계에서 “평생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자신의 저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을 사실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 야마토 조정이 속국·식민지인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고 주장했다”고 서술했다. 이 소장은 1심에선 징역 6월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상고심에선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던 이유는 “김 교수가 토론·반박을 위한 적극적 논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사법적 논쟁을 시작했다”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소장의 의견은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이 소장의 성향이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소장은 지난 2015년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회의에 참석해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아 역사 지도를 만들면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소장이 제시한 지도는 완성본이 아니라 수정·보완 중인 지도”라고 해명했다. 범여권 성향 일부 매체는 “식민사학을 비판한다”면서 이 소장의 의견을 따라 “지도에서 독도를 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소장의 친분과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비판을 토대로,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소장의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취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소장은 평소 사료 해석·논리 전개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정조 독살설을 제기한 저서 <사도세자의 고백>을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누렸다. 그는 저서에서 “정조가 즉위하면서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하자,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던 노론은 공포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정조는 일찍 사망한 큰아버지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돼 왕위를 승계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엔 이 소장의 주장에 반하는 기록이 있다. <실록>에 따르면, 정조가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곧바로 “선대왕께선 정통성을 위해 내게 큰아버지의 뒤를 잇도록 명령하신 것”이라며 “사도세자 추숭 논의를 하려는 자들은 선대왕의 유언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실제로 정조는 사도세자 사망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린 유생들에게 욕설을 한 후 처형했다. 이 기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실록> 기사 중 해당 기술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정조가 사도세자의 복수를 선언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2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환인 7명이 3301년 통치? 왕조 국가에선 선왕의 방침이 헌법이다. 할아버지가 설계한 정통성을 손자가 함부로 취소할 순 없다. 단종은 세조에 의해 찬탈·살해당한 후 왕족 노산군으로 강등됐다. 다시 묘호가 복원돼 선왕으로 예우받은 시점은 단종 사망 후 241년이 지난 1698년이었다. 단종 복권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 이뤄질 수 있었다. 아울러 2대 독자라서 정통성이 막강했던 숙종이 신하들에게 ‘사육신과 같은’ 충성을 요구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치적 작업이었다. 이 소장의 해당 주장에 대해선 “왕조 국가에서 정통성·정치적 정당성을 얻는 방법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또 이 소장은 지난 2000년 출간한 <고구려 700년의 수수께끼>에서 “왜인들이 전라도를 지배하다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남진 때문에 한반도에서 축출돼 일본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백제가 전라남도 지역을 완전히 점령·지배한 시점을 무령왕이 다스리던 6세기 초반으로 보고 있다. 그 전까지 전남을 지배한 세력으로는 마한 소국 연합체 침미다례가 거론된다. 침미다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일본 사학계 일각에선 “일본 야마토 왕조가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란 통치기구를 세워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에 대해선 “역설적으로 일본 사학계 일각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소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재석 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는 “전라도에 ‘왜’라는 표시를 한 후, ‘왜’가 고구려에 패배한 후 일본으로 갔다는 기술을 한 책을 봤는데, 이런 게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이 소장을 강력 비판했다. 이 소장의 주장에 대해선 “일본 극우 일각의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비판은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에 대해서도 제기된다. <환단고기>의 실질적 저술자로 거론되는 이씨는 친일단체 조선유교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단고기> 출간에 개입했던 박창암 준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간도특설대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술·출간·번역자는 친일·독재 찬양 이력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 이은 비판 자초 박광용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1990년 발표한 논문 <규원사화와 환단고기의 성격에 대한 재검토>에서 “<환단고기>는 도가 사상을 단군시대의 신교·일본 민족종교 신궁과 연결·연계한다”며 “이것이 한일 문화동원론이고, 일선동조론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일본 덴노 계보는 단군조선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된 후 사망한 추장 소시모리의 후손이 열도로 이주해 시작됐다.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은 “폭풍의 신 스사노오는 신라에서 열도로 건너간 것”이라는 일본 건국 신화 내용을 토대로 “소시모리는 스사노오와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처음 제시한 세력은 조선유교회로 알려졌다. 아울러 <환단고기>는 보수 정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1986년 <환단고기>의 한글 번역본 <한단고기>를 출간한 임승국 전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전두환씨를 향해 “가장 뛰어난 영단을 가진 민족 지도자”라면서 “공산주의에 대적하려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국수주의 독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광복절 축사 당시 <환단고기>에 나오는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라는 구절을 인용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018년엔 역사 연구 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유사 역사 관련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었다”면서 감사원에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관련 감사를 청구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은 이 소장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를 응원했고, 민주당 소속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환단고기> 진서론에 경도된 활동을 했다”며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거나, 본인이 ‘환빠’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 전 장관은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16년 “중국역사지도집과 같은 역사관을 갖고 있다”면서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철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2017년엔 “고려의 영토는 요하까지였다”고 주장하는 인하대 고조선연구회가 국회에서 진행한 학술발표회에서도 축사를 했다. 당시 행사는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이 주최했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도 “일제가 우리 영토를 한반도로 축소했는데, 이것이 식민사관”이라며 축사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직접 <환단고기>를 언급하면서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한다.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에 대해선 기축통화국·호텔경영학 발언과 함께 “비전문적이거나 유사 학문으로부터 비롯된 발언을 자주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비판·조롱 홍종기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지난 14일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을 듣고, 일본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 <은하영웅전설>이 사실 우리 민족의 얘기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 대통령을 조롱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란·갈등·조롱은 다시 거세졌다. <ctzxp@ilyosisa.co.kr>